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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 더 사랑해서 미안해 - 꽃보다 시보다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고민정 글.사진 / 마음의숲 / 2013년 8월
평점 :
품절
아나운서인 것만 알았다. 그런데
뜬금없이 문재인 대선 캠프에 대변인으로 활동했다. 아나운서 9년 차. 어느 한자리에서 9년 차로 접어들면 완숙기에 무르익게 되고 한창 중심에 서
있을 자리이다. 그런데 캠프로 들어가서 대변인 직책을 받았고, 대변인 직책에 무일푼 노력봉사 자리란다.
예를 들어 보자. 한창 일 잘하고 있는
사람에게, 내가 어디 일 좀 하려는데 당신이 도와줘야겠어. 그러니 자네 일하는 거 사표 내고 와서 일해줘. 그런데 내가 도와주는 것으로 인해서
잘 돼도 다음에 당신 자리는 보장할 수 없어. 그리고 도와주는데 대가도 없는데 어떻게 도와줄 수 있겠는가?라고 스카우트 아닌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왔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아무리 도움이 필요하다고는 하나 내가
먹고사는 밥줄까지 놓고 도와야 할만한 것이더라도, 그럼 난 어떻게 살라고? 몸이 성치 않는 남편. 게다가 돈하고는 아주 멀고 먼 돈벌이에 대해서
능력도 없는 시인인데. 시집 팔아서 돈벌이도 안되는데 그럼 어떻게 도와 줄 수 있겠는가? 게다가 아이들까지 있는데 내가 생활이라도 되어야 돕고
자시고 하지 이게 기본적으로 안되는데 어떻게 돕고는 싶지만 사는 형편에 갑자기 수입이 끊기고서까지 도와 달라니. 무슨 배짱이 이렇게도 거세
신가? 싶었을 것이다.
적어도 나였다면, 아이고 아무래 나의
능력이 탐이 난다 해도 내 밥줄을 끊어 가면서까지 도와 달라니 정말 염치가 없구나 싶었을 것이다. 그래 그 염치없음에도 불구하고 도울 수 있는
인격을 보였다는 점. 그게 바로 문재인 선거 캠프에 들어간 고민정의 고백이었다.
나는 순전히 이 책을 주문하고 구입한
이유가 조금이라도 전 아나운서 고민정이 백조가 되어 버린 캠프 전 대변인의 형편이 의심스러워 책이라도 한권 팔아 주면 담은 몇천 원이라도 보탬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주문을 했다. 당장 도움을 요청했던 후보는 자리를 보장하지 못하겠다는데 그럼 이를 알았던 독자로써 가만있을 수 없지 않겠는가
했던 마음이 솔직하다.
오호 그런데 웬일이야. 글이 읽을
만하고 읽을만하니 잔잔한 감동이다. 간간이 들어간 사진도 따스하고, 글에서 느껴지는 온기가 배여져 있다. 역시 사람은 사람을 알아보는 재주가
있어야 하는구나 싶었다. 긴 연애기간 동안 시인과의 사랑은 남다르다. 요즘처럼 결혼시장에서 급수로 따지면 시인은 말단 축에도 끼이질 못하는
계급이 아니었던가. 결혼할 때 아파트 몇 평에 직업은 내로라하는 사짜 출신들. 아버지 직책이 무엇이고 등등의 조견표와 견적서에 전혀~ 휘둘리지
않는 사랑의 힘은 과연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인지 이 책은 말해 주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흔치 않는 사랑법이다.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소설
한 대목이 생각났다. 가난하고 능력 없고 돈 없는 남편의 뒷바라지를 위해 아내는 길렀던 머리카락을 가발 장수에게 팔았더라는 순애보를 보는
듯하다. 그래서일까 그녀의 사랑은 정말 교과서적이랄까 표본적이랄까. 하여간 교과서에까지 나올 정도의 남다른 사랑법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자본주의 시대에 사랑은 역시 반자본주의적이며 자본의 저항을 몸소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했다.아 지고한 사랑이다.
그런데 이젠 남편에게서의 사랑뿐만
아니라 자신이 다니던 직장까지 버릴 만큼 한 남자를 보필하려 드니, 아 뭐냐 이 흔치 않는 사랑법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그럴지도 모르지.
사랑은 왜 위대한 건지를 안다. 다만 자기를 희생하지 못하는 이 시대의 모양새에서, 헌신하기 꺼려하는 이기적 사랑애 대해 크다란 펀치를 날려 버리는 자기희생을 말이다. 직장을 버리고 가난한 남편의 뒷바라지도 해야
하는데 이제 더 큰 사랑의 요구에 따라간다는 저 저돌적 사랑법은 충분히 자기희생적이다. 그래서 사랑은 자기희생적이라는 의미의 숭고함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이런 게 마치 예수님의 사랑법이 아닌가 싶을 정도가 아닐까. 원죄의 죄 사함을 위해 십자가를 거부하지 않은 예수처럼 말이다. 선거가
끝나도 자리는 보장받지 못한다는 그 의미를 그도 안다. 그러나 그는 그런 요청에 기꺼이 응했다. 아니 그녀의 남편이 그녀를 문재인에게 보낸다는
긴 장문의 편지가 또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다 읽었다. 부창부수라고 했던가. 그 남자의 그 여자라고 했던가. 이런 진심이 이심이 되고
이심이 전심이 되는 사람들의 관계에 대해서 참 아름답구나라는 마음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 사랑이라면 어디 무슨 아파트 평수로 판가름하기에는 고급이다.
내가 이때까지 여러 편의 리뷰와 페이퍼
글로 알라딘에 보였지만 단 한 번도 책을 사달라고 독자들에게 간청한 적이 없다. 리뷰와 페이퍼 글은 감상이든 서평이든 그런 용도였지 흔히 말하는
책의 책 팔지 홍보용은 아니었다고 자부한다. 그런데 이 책은 가난한 그리고 백수가 되어 버리고 전심으로 다해 도움을 줬지만 대가를 바라지 않았던
마음을 충분히 사달라는 말이다.
(그러니 책 팔아 주세요
ㅎㅎㅎ아놔).
나는 우리 사회가 마음씨 고운 사람들이
잘 살았으면 좋겠다. 마음 씀씀이가 착한 사람이 돈도 많이 벌고 먹고사는 걱정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착한 사람들이 착한 사마리아 사람들이
선한 사람들이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 이게 우리가 사는 사회가 지향해야 할 살기 좋은 세상이라고 믿고 있다. 공정하고 옳음의 사회. 바르고
깨끗한 사회, 착한 사람들이 그 착함을 알아주는 사회였으면 좋겠다. 오늘도 어딘가에서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희생을 기꺼이 받치는 헌신하는
사람들이 우대받는 사회가 되었으면 정말 좋겠다.
그래서 역시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일에는 꼭 누군가의 고운 마음씨가 알게 모르게 작용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