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제정신 - 우리는 늘 착각 속에 산다
허태균 지음 / 쌤앤파커스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심리학자의 착각이라는 논리가 흥미로웠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참 많은 착각 속에서 살고 있다는 게 새삼스러웠다. 일상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착각에서부터, 논리의 심각한 착각까지 나열했다. 다양한 착각 속에서 살고 있음을 느낀다. 이런 모든 착각이 때로는 불편한 진실로 마주하고, 때로는 착각으로 인해서 오히려 행복하게 한다는 사실이다. 뭐든지 마찬가지로, 긍정성과 부정성의 복합적이며 착각의 작용과 반작용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착각의 반대가 뭔가라고 사전을 찾아보니 명확하지는 않았다. 정각인가? 진각? 인가 싶었다. 진각? 이런 단어는 없는데, 따지고 보니 착각의 반대는 진리가 아닌가 했다. 우리는 진리를 추구한다는 것 같아도 착각이었다. 모두 진리와 진실만이 통용된다면 이것도 참 부대끼는 삶 중에 하나일 듯했다. 가끔은 착각하고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고, 물론 전부 다 착각이면 이 또한 곤란하겠지만, 착각과 진리. 이 구분의 모호성으로 어쩌면 우리는 지금을 살아가는 조건이 될듯하다.

 

사람의 가장 큰 착각 중 하나가 영원히 사는 것 같은 현재의 존재에 대한 착각. 죽음 앞에서는 누구나 발가 벗겨진다. 즉 시간을 앞에 두고 자신의 가면을 벗겨 낸다. 그러나 우리의 삶은 오래 살 것처럼 또 살아야만 이 지금을 살아간다는 사실이다. 내일 죽을 것이란 예고장을 받아 둔 사람이라면 지금 당장에 아무것도 못하고 어쩌나라는 고민만 하다가 죽을지도 모르니까. 그러니 영원히 사는 것처럼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늘 잊고 산다. 인간은 분명 언젠간 내가 꼭 죽는다는 각성이 수시로 된다면 아마 탐욕도 한층 내려놓을 것일 텐데, 하다못해 콩나무 대가리 때문에 싸우지도 않을 텐데라는 가정을 생각해보게 된다. 이 책에서 가장 유심하게 다가왔던 대목이 바로 착각이 적은 사람일수록 우울증에 쉽게 빠진다는 연구 결과였다. 착각이 많을수록 즐겁고 착각이 적을 수록 우울해지는 현상. 종교적 착각, 시간적 착각, 삶의 착각. 모든 착각의 근원을 따지고 근거를 세우는 일들은 인간은 행복을 추구하도록 가려는 의지에 대한 반영이 곧 착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했다. 이처럼 착각은 인간의 본성의 한 가지라고 저자는 말한다. 착각을 알아도 막을 방법이 없이 부지불식간에 착각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착각에 빠진다는 것이다. 즉, 알아도 속고 모르고도 속고,,,

 

유념하는 것 중에 하나가 사람은 자신의 착각은 관대하고 타인의 착각은 상당히 엄격하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자신의 기준이 착각이면 태평양 같은 넓은 아량과 배려로 뭐 착각할 수 있지라고 너그럽게 넘기면서도, 타인의 착각에 대해서는 이 무식한 세끼야 착각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사람은 아무리 해도 타자화 혹은 객관화는 될 수 없다. 우리가 흔히 입장 바꿔놓고 생각해봐.라는 것도 착각이었다. 입장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 불가능하다. 그러나 우리는 입장이 바뀌는 것처럼 공감력이 있느냐, 없느냐 이 차이가 바로 입장을 바뀌면 역할에 따른 효과와 생각은 어떠할 것인지를 따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저자는 착각을 인정하는 것이 오히려 삶을 윤택하게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착각을 차라리 인정하고 이 착각으로부터 각성하며 일상에서 줄일 수 있는 길, 또한 누구나 착각이 쉽게 빠진다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심리학은 양비론의 학문이라고 했다. 답을 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심리에 대한 이해를 하며 이런 이해를 바탕으로 인간의 심리를 더 깊이 파악하려는 의도이다. 따라서 착각도 인간의 심리에 있어서 그 이해의 논리를 연구하여 삶이 착각으로 인한 갈등을 줄이며 대상을 긍정하기 위한 것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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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7-03-06 13: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정말 절판됐더군요. 물론 아직 중고로는 살 수 있는 것 같긴 합니다만.
TV에 나와서 강연하는 건 <어쩌다 한국인> 중심으로 하는 것 같던데
재밌고 흥미로웠습니다.
진짜 사람이 착각하고 살아야지 맨 정신으로 살면 유리 멘탈이 돼서 금방 산산조각나죠.ㅠ

yureka01 2017-03-06 14:00   좋아요 1 | URL
네 절판된거 맞더라구요..저도 중고로 찾았습니다.
일전에 저도 강의 봤는데 강의가 아주...우수하더라구요.
그래서 책을 찾아 보니 ..이 책이 딱 걸렸어요.~~~

맞습니다..착각하지 못하면 맨붕같은 삶일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ㅎㅎㅎ

2017-03-06 13: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3-06 14: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겨울호랑이 2017-03-06 13: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신이 착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자체가 공감의 시작이라는 말씀으로 이해되네요^^:

yureka01 2017-03-06 14:02   좋아요 2 | URL
오늘도 크고 작은 착각을 하고 있음을 알아차리는 것이 먼저겠더라구요..ㅎㅎㅎ
우리 삶은 착각으로 살고 있는지도 모르죠^.^

2017-03-06 14: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3-06 14: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프리쿠키 2017-03-06 16: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착각이라는 건 인간이 정상적인 사고를 하기 위한 하나의 방어기제라고도 생각이 드는데요^^;단지 그 착각을 선순환하는데 전혀 피드백하지 않는 ˝부대˝들을 보고 있노라면 착각이 치매보다 더 무서운 중병같습니다ㅎ

yureka01 2017-03-06 16:42   좋아요 2 | URL
적절한 지적해주셨네요..
책의 본문에도 나오더군요.
착각이 전혀 없으면 사람은 괴로워서 재명대로 못산다고하더군요...
적당한 착각의 선순환..^^..

문제는 늘 심각한 착각의 오류에 빠지는 것을 모를 때가 아닌가 싶더군요..

이를 테면, 낮에는 논바닥에서 막거리에, 밤에는 여자끼고 시바스 마시는 것의 착각...

samadhi(眞我) 2017-03-06 16: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밌는 책이네요. 저도 중고로 찾아봐야겠어요. 내가 나라고 믿는 것이 착각이다. 이게 제 인생의 화두입니다.

yureka01 2017-03-06 17:40   좋아요 1 | URL
내가 누구인가.나는 무엇인가에 대한 적절한 착각이 그래서 필요하죠.
화두가 어마어마 합니다^^..

samadhi(眞我) 2017-03-06 17:57   좋아요 1 | URL
다들 그 고민하고 살잖아요. 도대체 나는 누구냐고오~ 하는 생각.

yureka01 2017-03-06 22:45   좋아요 0 | URL
요즘은 더욱 누굴까 고민이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싶어요..
박사모같은 맹신적 착각을 보고 있노라면 더더욱 그러하더군요...

clavis 2017-03-07 05: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란치스코 성인께서도 늘 물으셨데요 하느님께..
나는 누구이며 또 당신은 누구이신지를요..좋은 글 감사드려요^^

yureka01 2017-03-07 08:40   좋아요 1 | URL
내가 나에게 질문이 없으면 삶이 허망해질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