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 좋아서 이겠지만, 반드시 그렇다고 반드시 문학 때문만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이자 핵심은 문장으로 의미에 나타난 시인의 깊은 사유의 시선과 생각의 통찰력 때문일 것입니다.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것은 살아 있음일 것이고 존재의 근거이자 바탕이라고 철학자들이 2천년 전부터 주장했으며 여전히 오늘날에도 가장 유효한 까닭이거든요.


사진도 마찬가지 원리가 숨어 있습니다. 피사체를 보고 우리가 느끼는 피상의 모습에서 의미의 이미지 문장으로 전염시키는 확장성에 대해 철학자들의 주장과 엇비슷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진은 시와 상당한 궁합이 딱딱 맞아떨어집니다. 응용하다 보면 사진을 찍을 때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보이는 것만 보면 사진은 기술이지 예술이 될 수 없습니다. 사진의 기능이 예능화가 되면 사진따위 안해도 되거든요.  "보이는 것과 보려 드는 것의 차이". 이 차이에서 시의 역할은 사진의 매개체가 되어 주더군요.


사진 좋아하는 놈이 뭐 하러 시를 읽는 이유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사진을 보시면, 아 무슨 뜻인지 금방 알아차리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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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앞도 못보는 넝쿨이 중력을

거슬러서 옮아간다.

거스른다는 것은 힘을 들여야 하는,

순응에 대척된 저항이다.


우리들의 삶도 시키는 대로만

할 수도 없도, 그렇다고 늘상 저항으로도 아니다.


다만 스스로가 존재의 시간에 생존으로

순치될 때 저항은 사라지고

고분한 복종이 남는 똥개가 되지.


똥개는 "식욕의 넘침과 무감각한 굴욕"뿐이라고 하던,

시인의 시선으로

넝쿨이 올라가는 것을 보게 한다.


보지도 않고 촉수의 감각만으로 휘감아

클라이밍 하는 본능적인 기술 앞에서

너희들이 천국에 도달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나는 매번 추락만 거듭하고 있는데,,,


참고 : 이현승 시집, <친애하는 사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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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행복하자 2016-10-02 09: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보이는 것과 보려드는것과의 차이..
가끔은 아무것도 안 보고 싶을 때도 있지요~^^ 사진하고는 상관없는 말입니다 ㅎㅎ

yureka01 2016-10-02 09:58   좋아요 2 | URL
네 그럴 때 있습니다.

문제는 왠만한 내공이 아니면 생각의 눈을 감을 수 있게 제어력이 만들기도 어렵더라구요.

겨울호랑이 2016-10-02 10: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평소에도 이처럼 내적으로 준비를 하시는군요^^: 깊이있는 사진을 찍는 것은 쉬운 길이 아니군요^^:

yureka01 2016-10-02 10: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보이는 것만 찍는다면야 개나소나 다 합니다...

그런데 주체성은 사라지죠..

사진은 생각을 피상에 빗대고 비틀어 은유하면 더 재미나거든요..ㅎㅎㅎ

[그장소] 2016-10-02 10: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예술은 다 하나로 통하는 것이 있다 정도로 이해하겠나이다~^^ 이 시집 좋죠?^^

yureka01 2016-10-02 12:14   좋아요 2 | URL
저도 그런 아우라를 느낍니다....거대한 산맥같은 느낌이랄까요...

비로그인 2016-10-02 11: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잘 찍은 사진을 볼때 좋은 글귀를 읽은거마냥 기분이 좋습니다.

yureka01 2016-10-02 12:10   좋아요 2 | URL
^^.뭐든 스토리텔링이 재미를 더하죠.

책읽는나무 2016-10-02 12: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진 한 장에 좋은 시로서 의미를 부합하는 것 또한 큰 내공을 요하는 일이지 싶습니다.
많은 시인들과 많은 시들중에서 가려낸다는 것은???
음~~~~~^^


yureka01 2016-10-02 12:42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워낙 시인도 많고 시도 많고...사진에 부합되는 시의 선별이 쉽지가 않더라구요.

북프리쿠키 2016-10-02 14: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진과 시는 정말 많이 닮아있네요~유레카님의 피사체 선택도 시처럼 아름답습니다^^;

yureka01 2016-10-02 15:26   좋아요 1 | URL
사진은 시와도 잘 어울리지만 음악하고도 잘 어울립니다.
그야말로 하이브리드..융합의 미학..^^.

2016-10-02 15: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02 15: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05 1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05 1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