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지에서 여행 사진 에세이 두 권을 읽었다. 책의 저자는 여행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관광이란 단어는 어디에서도 나오지는 않았다. 아니 그도 그럴 것이 왜 카메라를 들고 여행을 하다고 하지 관광이라 하지 않을까?라는 물음을 먼저 하게 된다. 책을 읽는 독자로써는 여행 사진이라기 보다는 거의 관광 사진과 뭐가 다를 것일까? 그렇다면 여행과 관광의 차이는 무엇인지 부터 정의하는 것이 먼저 순서가 아닐까 했다.


여행은 무엇이고, 관광은 무엇인가? 사전을 찾아 봐도 돌아다닌다는 것의 공통점은 있으되, 차이점은 그렇게 뚜렸하게 나타나지는 않는다. 다시 묻자. 여행은 무엇이고 관광은 무엇인가? 그리고 사람은 왜 여행을 하며 관광을 하는 것인가?


여행 사진이든 관광사진이든 사진은 일단 제처 두고 여행과 관광에 대한 개념부터 생각해보기로 하자.


여행과 관광에 있어서 이 정의의 가장 큰 주된 것은 목적이다. 여행을 가는 목적과 관광을 가는 목적. 바로 이 목적이 다르다는 것이다. 행위로는 떠돌아 다니는 것은 같을지라도 추구하고자 하는 목적이 달랐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여행 사진과 관광사진은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여행과 관광의 차이가 사진의 목적의 차이로 확연하게 드러나야 하는 것이 여행 사진이며 관광 사진일 것이다. 그렇다면, 사진으로 들어가서 여행 사진은 무엇이고 관광 사진은 무엇일까? 사진의 목적과 결부된다는 점이 부각된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이 책 두 권의 사진은 거의 비슷하다. 장소가 다를 뿐이지 관광용 사진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행이라고 한다. 왜 그럼 관광이라는 단어 대신에 여행이라고 명명했을까? 묻지 않을 수 없다. 여행 사진은 여행자의 시선으로 본 사진을 뜻하고, 관광 사진은 관광객의 시선으로 본 사진을 의미할 것이고 보면, 이 두 개의 차이는 무엇으로 차이를 두어야 할 것인가? 사진의 느낌은 관광성 사진인데 한사코 여행 사진이라고 하니까 이렇게 따져 묻게 된다.


예를 들어 보자. 중국 윈난성에서 티베트 리샤 포탈라궁까지 오체투지로 가는 순례객은 여행자 일까, 관광객일까? 관광객이었더라면 굳이 오체투지로 고행의 절을 하며 한 달도 아니고 몇 달에 걸쳐서 느린 속도로 가지는 않을 것이다. 즉, 오체투지에 대한 목적이 그들의 여행의 행로를 정하고 그 길이 만큼 삼보 일 배를 하며 길위의 여정을 만들어 낸다. 흔히 수학 여행이라고 하여 학교에서 교육적인 목적을 위해서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떠나는 것은 분명한 목적이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래서 여행이라고 명명하는 이유일 것이다. 관광의 목적은 심신을 낯선 곳으로 내몰며 유흥적은 측면이 강하다. 그 목적에 따른 차이가 여행과 관광을 구분한다.


따라서 사진 여행이라는 것도 관광사진인가, 여행 사진 인가로 나눠진다. 한사코 관광성 사진을 여행 사진이라고 우기는 경우가 이미지에서 주는 관념의 차이일 것이다. 여행은 자신의 내면적인 사유로써 발현되는 여행지를 찾을 것이고 관광은 대부분 유명하고 이름있거나, 피상적 바라보는 것. 빛을 보듯이 그런 낯선 풍경을 보는 행위가 유희적은 요소로써 나오는 경우라고 본다. 내면적인 자신의 이입인 것인가, 외부와 차별화된 낯섬의 즐김인가. 그렇다면, 보통 우리들이 말하는 여행은 관광에 가깝다. 주마간산의 회전등처럼 스쳐가는 모든 것을 낯설게 바라 본는 이질성의 여행. 이것이 관광이 아니겠는가 싶었다.


떠남의 형이상학이 여행이고 떠남의 형이하학이 관광이다. 사진도 이와 비슷하다. 구경거리를 쫓아 풍경의 낯섬이라는 이질성의 새로운 것을 보는 의미에서 여행이란 큰 차이가 없을 지라도 여행 사진은 자신이 부여한 주제가 만들어지고 이 주제에 따른 여행지가 선정될 것이다. 그러니 관광과 차이가 나는 이유일 것이다. 그래서 한사코 관광을 가서 사진 찍어 와서 여행 사진이라고 우기는 경우가 많다.


어떤 곳에서의 사회적인 현상과 기록을 담은 사진이라면 여행 다큐 사진이 될것이고 어떤 곳에서의 주제가 사람이라면 인문학적인 사진이다. 그러나 단순히 사는 모습만 피상적인 스침은 구경이라는 관람자가 될 뿐, 여행자라고 보기는 어렵다. 추구하고 지향하는 스토리가 무엇인가에 따라 목적이 정해지고 이에 여행사진 이냐 관광 사진이냐를 구분된다.


예를 들어 음악이라는 사진적인 주제를 가지고 여행을 떠난다면 음악가와 음악의 배경이 스토리가 될 것이고 이에 하나의 줄거리나 맥으로 따라가는 여행지와 여행 사진이 되는 포인트가 된다. 그러나 관광은 관광지에 대한 장소의 종속일 뿐이다. 하나의 스토리나 맥으로써 연작의 연결된 스토리보다는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보게 되는 순간들이 어떻게 여행 사진이 될 수는 없다. 그래서 여행은 관념적이고 관광은 물리적이다. 그런데 왜 관광의 물리적인 떠남을 가면서 여행이라고 할까. 여행의 목적에 대한 관념은 깊은 자기 사유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쯤은 안다. 그러니 여행 사진이라고 우기게 된다. 여행 사진이라고 해야 소위 있어 보이는 거다. 관념적 사유의 깊이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싶지만 사진이야 엇비슷하다고는 하지만 에세이라는 형식의 글을 보면 대충은 감이 오지 않겠는가 말이다.


풍경에 사람이 들어가 있다고 다 인문적이지는 않다. 사람이 사는 어느 동네이든 그 사람들의 고민과 연민. 행동과 행태성, 그리고 그 사람들의 삶의 모순과 내면들, 이런 요소가 사진의 오브제가 되어 일련의 전체적인 맥락으로 스토리가 되고 주제가 된다면 그게 여행 사진에 인문성을 부여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보자. 종군기자로 활약했던 로버트 카파의 사진은 여행 사진이다. 전쟁터가 곧 그의 사진 여행지였던 것이다. 전쟁터가 어디 가 되었던 전투가 있는 곳으로 가서 사진을 찍고 전쟁의 부당성과 비극성을 주제로 이야기 하고자 했던 것이 전쟁 다큐사진이었던 것이다. 여행 사진이 곧 전쟁 사진이었던 것. 그래서 전쟁의 비극이 주제가 된 풍경이었고 그 풍경에 사람은 당연히 전투에 임하는 군인이었던 것이고 군인이 전투에 임하는 풍경이었던 것. 이게 그의 사진에 대한 풍경의 주제가 된다는 점은 확연하다. 그의 사진은 어떤 여행지에 대한 장소적인 제한을 두지 않는다. 이 장소성이 주제가 아니었다. 따라서 전투 관광이라고 할 수가 없다.


결론이다.. 관광 가서 사진 찍어 놓고 여행 사진이라고 구라 치지는 말자. 관광 사진이 나쁜 것은 아니다. 오체투지 같은 사진적인 고민과 사유의 사진이 일련의 줄기처럼 나오는 사진이라야 여행이라고 봐준다. 하다 못해 태백산에서 해남 땅끝까지 도보로 걸으며 찍은 사진이 관광사진일 리는 없다. 관광도 집 떠나면 고생인데, 이걸 여행의 고생이라고는 하지 말자. 여행은 곧 고행과 수행을 의미한다는 것. 이 과정에서 기록한 것이 여행 사진이다. 차 타고 비행기 타고 휙 갔다가 사진 많이 찍고 보여주는 거는 여행이라 하지 말자. 어디를 가던 자신의 내면에 자신의 경험을 결합시켜 나타낸 이미지가 곧 여행이 아니겠는가. 관람자의 카메라와 유랑자의 카메라는 기계가 같아도 내용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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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6-08-15 18: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yureka01님의 글을 읽으니여행 사진은 자신의 주관이 외부의 피사체로 투영되는 반면, 관광 사진은 외부의 자극의 일방적 수용이라고 생각됩니다. 제가 잘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공감가는 말씀에 감사합니다^^:

yureka01 2016-08-15 18:45   좋아요 2 | URL
네 맞습니다..목적이 무엇이냐에 따라 달라지거든요....
대부분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관광가거든요...
그래서 찍어온 사진을 여행이라고 둘러댑니다.....
대학에서 보면 관광학과는 있어도 여행학과가 없는 거랑 비슷하죠......

[그장소] 2016-08-15 18: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쪼록 즐거운 여행 이셨길 바랍니다. 좋은 시선은 좋은 것들을 볼 줄 아는 걸 겁니다!^^

yureka01 2016-08-15 20:50   좋아요 1 | URL
내면적 시선과 표피적 시선....
결국은 관념에서 비롯된 걸테니까요...

[그장소] 2016-08-15 23:31   좋아요 1 | URL
네 ~^^

yureka01 2016-08-15 23:40   좋아요 1 | URL
^^

겨울호랑이 2016-08-15 19: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yureka01님 덕분에 여행과 관광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주역에서 `화산여` 괘가 여행을 의미하고, 외롭고 고달프다는 뜻이라는 것을 공감하지 못했는데, 그 의미를 이제 알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yureka01 님^^

yureka01 2016-08-15 20:51   좋아요 3 | URL
여행은 고행과 같죠..역시 수도자는 고행자일 겁니다..
편하게 돌아다녀 봐야 눈요기거리만 쫗게 되거든요....

cyrus 2016-08-15 19: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남이 찍은 여행사진을 자기가 찍은 것처럼 올리는 사람도 있어요. 여행이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떠나는 행위로 변한 것 같아요.

yureka01 2016-08-15 20:53   좋아요 1 | URL
도둑질한 사진은 절대 자기의 행로 괘적이 될 수 없을 것입니다..그러게요...

2016-08-15 2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15 2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6-08-15 21: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휴일 잘 보내셨나요. 여행도 다녀오면 좋을것 같은데 떠나기가 쉽지 않네요. 잘 읽었습니다. 유레카님 시원한 밤 되세요.^^

yureka01 2016-08-15 23:19   좋아요 3 | URL
올해 더위는 역대급 신기록이지 싶습니다.시원한 여름이 시급한 밤이네요.ㅎㅎㅎ밤인데도 여전히 더워요..견딤의 힘이 생기시길..^^

transient-guest 2016-08-17 08: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작년엔가 하와이에 갔을때 한껏 해변풍으로 멋을 낸 여자를 큰 가방을 메고 손에는 DSLR을 찬 남자가 따라다니면서 사진을 찍고 놀던 것이 기억납니다. 자기들 맘이지만, 좀 희안하게 본 것이 거기가 스노클링하기 좋은 곳이라서 그 커플 빼고는 모두 수영복 차림으로 물에 들어가 놀고 있었다는 것이죠. 비하하려는 의도는 아니고, 자기멋과 재미가 가장 중요하지만, 한국사람이란 걸 한 눈에 알아봤지요.. 싸이월드 이후, 책도 그렇고 블로그도 그렇고 여행 보다는 관광, 어느 면에서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사진찍기와 투어 같아보이는 여행을 보면서 주객이 전도된 느낌을 받습니다.

yureka01 2016-08-17 12:41   좋아요 1 | URL
각종sns에서 보여주는 사진용도가 다분히 나도 이 만큼 해고 살아..라는 은연중의 과시성도 있거든요..
뭐 나쁜 뜻한 아니겠지만, 한편으론 일종의 결핍이 보이기도 합니다..

여행의 주목적이 사진때문에 방해된다면 이것도 좀 안 맞겠고..
사진 촬영이 목적이라면 여행이란 말하기 곤란하거든요..
전문작가의 사진은 여행이라기 보다는 그저 ˝일˝이기 때문이거든요..

일과 여행은 다르니까요..ㅎㅎㅎ

강옥 2016-08-17 12: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심하게 찔리는 부분입니다 ㅎㅎ
저야말로 관광을 여행으로 미화시키는 주범이거든요~
우루루 떼지어 몰려가는 게 무슨 여행이겠습니까, 관광이지.
그치만 혼자 지도 들고 떠날 용기가 없으니 어쩐답니까.
이번 실크로드 여행은 명색이 `답사`였답니다.
실크로드 오아시스 도시 주변의 문화재를 찾아다녔으니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답사는 허울 뿐, 관광에 가깝더군요 헷~

yureka01 2016-08-17 12:40   좋아요 0 | URL
저는 관광조차 못갔으니 부러웠습니다....
여행자의 여행주제와 관광의 차이는 사진찍는 사람이라면 고민해볼 필요는 있죠...

관광이라고 틀린 사진은 아니거든요..
낯설은 풍경의 이질감의 느낌...이것도 충분히 좋은 소재이거든요.

투어(tour)와 트레블(travel)은 다르니까요.

2016-08-18 09: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18 1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18 10: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18 1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