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바다가 갈라지고 밑바닥이 점점 쏟아 올라

융기한 수억 년의 시간을 뒤로하고

잃어버린 고대의 문양이 새겨진 채

산 꼭대기에 억겁의 무게로 굳어진 석회석 조개 화석.


흡사 멈춰버린 듯이 아무런 미동조차 없지만

밤이 되면 무덤에서 딱딱하게 굳은 석회석 조개는

별빛의 진동 주파수에 맞추고

본래 있는 그 별의 유전자에게 펄스 전파로

변환시켜 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산은 미미한 신호를 증폭시킨 거대한 암모나이트 안테나.


나는 산 속으로 들어가 조개 화석 하나 집어 들고

숨죽이며 웅크리고

고향에서 오는 구조 신호를 간신히 붙들어

원초의 언어로 지은 산 노래를 조개의 반사 빛 안테나로

다급하게 실어 보낸다.


메이데이 메이데이

좌표 지구, 불시착.

구조 하라 구조하라

메이데이 메이데이.

치지 치~~~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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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해서

 흰색 실선 하나 그었고

구조 신호가 된 셈입니다.


현실의 처지에 대한 은유적인 

상상력을 첨가 시킨 것으로 이해 바랍니다.


"에이, 이런 게 무슨 사진이냐."라고 타박해도 됩니다.

사진 찍을 때 산 정상에서 흰색의 전파가

발신이라도 될 것처럼 상상했으니까요.


네, 사진은 더할 수 없는 것을 더해야 합니다.

그것은 바로 상상의 의미와 자기 이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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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5-12-09 12: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런게 창작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멋있어요!
실선 없는 상태로도 예사롭지 않아요. 한장짜리 사진이 아닌 것 같은데요?

yureka01 2015-12-09 14:26   좋아요 1 | URL
선하나 그렸더니 바넷 뉴먼의 그림이 생각났습니다.^^..

사진은 한 컷이었어요..^^..

stella.K 2015-12-09 11: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사진이 그림 같습니다!

yureka01 2015-12-09 14:24   좋아요 1 | URL
산 그리메 한장찍고 흑백하면,계조만 나오게 할 수 있는 간단한 사진이라죠^^..

samadhi(眞我) 2015-12-09 13: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외계생명체가 지구로 내려오는 것 같은데 말입니다 ㅋㄷ

yureka01 2015-12-09 14:23   좋아요 1 | URL
ㅎㅎㅎ 반대로 보셨군요 ^^. ㅎㅎㅎ

서니데이 2015-12-09 21: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진 속의 하얀 선이 궁금했는데, 그런 의미였네요.^^
yureka01님. 오늘도 편안한 밤 되세요.^^

yureka01 2015-12-10 00:26   좋아요 2 | URL
고향으로 보내는 전파 신호...구해주세요.라고 하죠.ㅎㅎㅎ깊어가는 겨울밤 아름답기를.

Grace 2015-12-12 22: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흰선을 따라 올라가면 피안의 세계가 있을지도......
저 흰선을 따라 내려가면 절망 속일까?......
어떻게 생긴 선일까?......
저 주변은 엄청 환하겠다.......
어디서 온 빛일까?......
어디로 가는 빛일까?......


˝흰색 실선 하나 그었고...˝에 긴~ 상상 와르르 무너집니다.
사진이란 저에겐 늘 이런 것이네요 ~ㅎㅎ

yureka01 2015-12-13 09:18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 현실로 저런 흰선을 만나면 초대대박이겠지요.
사진은 현실을 보고 상념으로 묘사하는 것이니까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