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창 뜨거웠던 여름 무렵에 담았던 어느 연못의 연꽃입니다.
얼핏 봐서는 연꽃이려니 특별할 것도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주 목적 피사체가 연꽃이긴 한데,
연꽃의 양옆으로 오른쪽은 피기 직전의 연꽃이고,
왼쪽의 연꽃은 이미 다 져버려서 퇴색되었습니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전이되면서
펼쳐지는 각자 저마다의 시간 순서가
사진 한 장에 담겼거든요.
이걸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저마다의 각자가 살아가는 시간에 같은 시간이라 하더라도
절대 공유가 안된다는 점.
그리고 시간이란 변화의 연속성이라는 점.
연꽃이 단순히 이쁘다는 것을 떠나서
무겁게 받아들여지더군요.
만약에 저 연이 꽃을 만들지 않고
씨앗을 만들지 않고
다음해에는 꽃을 피우지 않겠다고 발버둥 칠수 있을까?
라고 물어 봤습니다.
그럼요. 저 연은 꽃을 피우지 않을 권리도,
피워야 할 의무도, 선택할 수 없다였다는 거죠.
다만 피울 수 있는 조건과 피우지 못할 조건의 명령만 따를 뿐이니까요.
가끔 생각해보면
시간이란 참 모질구나 싶었어요.
우리네 인생들과 뭐가 다를까 싶어요.
아직 꽃한번 화려하게 피우지도 못한 거 같아서 말이죠.
그래서 글 한 편 (사진 블로그에) 나왔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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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핀 꽃은 지고
꽃이 진 자리에 꽃은 피고
죽은 시간에서
다시 시간이 산다.
지고 피고
흐르며 잇는
이 윤회 같은 뫼비우스 곡선.
내가 머물고 있는 곳은
누가 있었던 곳이며
내가 떠난 뒤에
다시 누가 채워질 것인가.
이 끊기지 않는 체재에
저항은 고사하고
시작과 끝에 순응만 있는
탁류의 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