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걷는 즐거움 - <걷기예찬> 그 후 10년
다비드 르 브르통 지음, 문신원 옮김 / 북라이프 / 2014년 3월
절판


길을 걷는 사람은 사소한 사건이나 여정에 대한 매력에 따라, 전진을 표시하는 사건들에 따라, 가로지른 장소들 특유의 마력 또한 애절함에 이끌려, 그리고 그날 마주치게 될 줄 전혀 몰랐다가 뜻밖에 합류하게 되는 내면의 지리에 따라 앞으로 나아가는 길을 개척한다-53쪽

걷기는 세상의 쾌락으로 이어지는 통로이다. 잠깐 쉬었다가 갈 수도 있고, 내면의 평정도 찾을 수 있으며, 주변 환경과 함께 끊임없이 살을 맞대며 아무런 제한도 장애도 없이 장소의 탐험에 몰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걷기는 인간의 높이와 발걸음에 맞춰 서서히 변화하고 장소들을 끈기 있게 길들여 발견의 시간을, 식물 또는 광물의 경계들의 통로를 내어준다. 감각은 그 리듬에 맞춰 움직이기 시작하며 다급하게 몰두 하지 않고 장소에 젖어든다.-1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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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 자매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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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 바나나 작가의 책을 꽤 많이 읽었다. 한때 그녀의 책에 매혹되어 그녀의 책을 구해 읽고 또 읽었던 때가 있었다. 그녀의 책은 뭐랄까. 매력이 있다. 어떤 이야기들은 동화 같고, 어떤 이야기들은 만화책 몇권을 읽는 것과 같았다. 글귀의 한 구절들 자체가 동화같았던 적이 있어서 몇번이나 읽어댔던 적도 있었고, 그 글귀들을 적어 노트에 가지고 있었던 적도 기억이 난다. 하지만 몇년 후 책 읽기를 멀리 하면서 그녀의 책 또한 읽지 않게 되었고, 다시 책을 읽게 된 요즘 이렇게 나는 그녀의 신간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이번에는 또 어떤 이야기로 나를 매혹시키게 만들까?
언제든 우리에게 메일 주세요. 라고 도토리 자매는 말한다. 나는 사실 이렇게 이야기가 시작되기에 도토리 자매에게 인터넷으로 각자 사연을 보내는 것들이 소개되는 책인줄 알았다. 이런 저런 사람들의 각기 다른 인생사연들이 소개되는 것을 이어나가는 책. 하지만 나의 예상은 빗나간다. 이 이야기는 도토리 자매. 오롯이 두 사람의 이야기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답장은 꼭 보내겠습니다. 어떤 내용이든 상관 없어요. 받은 메일에 보내는 답장은 언니가 쓰고 동생은 아이디어를 내고 잡다한 사무를 처리한다. 언니는 돈코. 동생은 구리코이다. 일본어로 번역하면 돈구리는 도토리를 말한다고 한다. 언니를 낳을때 도토리자매의 아버지가 병원의 도토리나무아래서 도토리를 주우며 아이가 태어나기를 기다렸다고 한다. 언니가 태어나면서 아이의 이름을 지을때 동생을 태어날것을 대비해 언니의 이름을 지었다. 책의 이야기는 동생인 구리코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이어간다.

도토리 자매의 살아온 이야기가 시작되고, 담담한 어조로 어떨땐 밝게 표현하기도 하지만 그 기저엔 외로움이 깔려 있다. 다른 사람들의 이런저러한 사연을 적은 메일을 받게 되지만(소개된 메일은 몇개되지 않음) 답장을 보낼땐 자신들의 외로움도 함께 이야기 하며 그들을 위로한다. 구리코는 조금 신기가 있는 아이인지도 모르겠다. 꿈속에서 중학교때 좋아했던 남자아이인 무기의 꿈을 꾸게 되고, 다음날 남편을 잃고 힘들어하는 한 여성의 메일을 받게 된다.

도토리자매는 서로에게 의지를 하면서 살아가고, 다른 사람들에게 메일을 받으면서 그들에게 위로를 해주기도 하지만, 그들에게서 위로를 받기도 한다. 혼자서 모든 것을 짊어지려 하지 말라는 뜻인걸까. 담담하게 이어지는 구리코의 이야기가 가슴 언저리의 외로운 부분을 건드렸다. 어떻게 삶을 이어가든 자매는 함께였고, 사람들의 일들은 끊이지 않는다. 나도 이런저런 일들이 있을때 도토리자매에게 메일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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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 자매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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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자기 영혼의 심지를 갈고닦으면서 따뜻하게 살며시 품어, 다시금 심지로서 지위를 되찾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나에 대해서는 나밖에 알 수 없으니까. 오기를 부리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최선이라고 내 영혼이 소리치고 있기 때문이다. 풀어지는 시기에는 느긋하게 지낸다. 마치 마른 꽃이 물속에서 점차 꽃잎을 펼치는 것처럼, 물을 머금은 공룡모양 스펀치가 몇 배로 잔뜩 부푸는 것처럼, 조용히 시간을 느끼는 것이 최고의 강함이다-55쪽

한국의 밤길은, 밤이 제대로 된 밤이야. 어둡고, 차가운 공기 속에는 얼음 알갱이가 잔뜩 들어 있는 것 같고, 사람들은 하얀 숨을 내쉬고, 즐거울 때는 즐겁게, 짜증스러울때는 짜증스러운 표정을 하는 것 같아. 좋은 사람은 좋은 얼굴, 나쁜 사람은 영악한 얼굴, 그렇게 아주 분명해. 다들 살아 있다는 느낌의 활기가 있고, 피어오르는 에너지가 마치 눈에 보이는 것 같아. 인파는 또 어떻고, 아무튼 북적북적, 일본 사람들처럼 맥없이 걷지 않아-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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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일, 지금만큼은 사랑이 전부인 것처럼 - 테오, 180일 간의 사랑의 기록
테오 지음 / 예담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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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이의 습관. 나의 습관. 서로에게 영향 받은 습관들이 서로를 채웁니다. 없으면 불편하고 강한 결핍을 일으키는 연인의 자물쇠가 완성되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을 만나면 불편할 것이므로. 틀림없이 어색할 것이므로. 몸이 기억하는 습관 까닭에 당신을 잊을 수 없으므로. 떠나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떠날 수 없는 것입니다. 사랑에 잠기게 되는 것입니다. 연인들은 지금부터 습관을 만드세요. 습관의 자물쇠로 서로의 사랑을 채우세요-51쪽

나쁜 상상이 나쁜 이유는 서로의 자존심을 해치기 때문입니다. 둘 사이의 사랑을 해치기 때문입니다. 자기 사랑이 허약하다는 걸 스스로 증명하기 때문입니다. 허약한 믿음으로는 사랑을 지킬 수 없습니다. 나쁜 상상은 나쁜 관계를 부르고 나쁜 관계는 소중한 사랑을 해치고 부서진 사랑이 둘 사이를 갈라 다시 만날 수 없을 만큼 먼 곳으로 서로를 보내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헤어지게 되는 것입니다-105쪽

깨닫습니다. 이별에는 준비가 소용없다는 것을. 실연이 주는 슬픔은 건너거나 피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닙니다. 눈물조차 흐라다 마를 만큼 지독한 고통입니다. 그러나 처음이 아닙니다. 이 고통은 낯익은 것입니다. 아팠던 새벽, 그녀가 찾아와 내 어깨를 감싸고 해줬던 위로. 그녀의 사랑이 내 절망을 위로하기 시작합니다. 함께 보낸 날들의 두께만큼 내 온몸을 보호하기 시작합니다-2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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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일, 지금만큼은 사랑이 전부인 것처럼 - 테오, 180일 간의 사랑의 기록
테오 지음 / 예담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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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신 분은 남자분이신데도 여자와 같은 예민함과 여린 감정을 가진 것 같았다. 한 여자를 사랑하고 900일이 지난후 그 연인과 다시 만나 180일간의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면서 쓴 글은 남자의 감성이 아닌 여자의 감성으로 써내려간 느낌이다. 그리고 책 속의 상대방인 여자분은 반대로 남자의 감성을 가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서로를 조각 혹은 조성해 주는 방식의 사랑은 그녀를 통해 처음 배웠다고 테오씨는 말한다. 그런 사랑은 어떤 사랑인걸까? 서른일곱살의 남자와 스물여섯살인 여자의 사랑. 두 사람은 900일동안 사랑을 이어온다. 하지만 여자의 집안에서 남자를 반대하게 되면서, 부모님의 말씀을 거역하지 못하는 여자로. 두 사람의 사랑은 결국 이별하게 된다. 사랑하는 여자를 위한 한 남자의 마음은 애처롭다. 이별하고 그녀를 잊지 못해 울고 있는 한 남자. 이별후 한밤중에 그녀에게 전화해 나를 살려달라고 외치는 이 남자.

그리고 그녀는 달려와 그 남자에게 말한다. 다시 180일간의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자고. 그리고 다시 이별하자고. 그건 이별연습과도 같은 사랑이 아니었다.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이 연인은 그래왔던 것처럼 지냈고 다시 이별하게 된다. 테오씨는 처음의 이별가 달라졌음을 느낀다. 이별에는 준비가 소용없다고 말했으면서도 그 6개월관의 다시 이어진 만남후의 이별이 전과 달랐다.

좀 더 괜찮아졌던 것일까. 시간이 약이라고 했던가. 3년이 지난 지금 이 두사람은 각자의 길을 가게 된다. 그녀는 결혼을 했고, 테오씨는 연애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했던 날들은 그들 추억속에 깊이 깊이 남아 있을 것이다. 현재 그들의 곁에는 다른 사람이 있을지라도.. 이 책은 이별한 후에도 그녀를 항한 사랑을 고백한 책이다. 그때의 환하고 아팠던 날들에 대한 감사함일지도 모르겠다. 어디서인지 모르겠지만. 그녀도 이 책을 읽는다면 웃고 있지 않을까? 나도 당신만큼 많이 아팠지만 지금은 괜찮아졌다고. 그러니 우리 두사람 각자 행복하기에 충분하다고. 나를 사랑해줘서 고마웠고, 당신을 알게 되서 감사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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