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케 시집 문예 세계 시 선집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음, 송영택 옮김 / 문예출판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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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슬프기만 하다.
세상이 온통 잿빛으로 잠겨 드는 것처럼.
사랑하는 사람이 내게 키스하고는
다시는 만나지 말자는 것처럼.
-31쪽

인생은 크다. 부서지는 물결보다 더 거칠고
숲에 몰아치는 폭풍보다 더 세차다.
어머니는 때때로 이렇게 느낀다.
그리고 가만히 시간을 풀어주고
마음은 꿈에 맡긴다.

그러고는 알게 된다. 그윽한 경치 위에 별 하나가
말없이 반짝이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자기 집의 벽이 모두 하얗다는 것을.
그래서 생각한다, 인생은 멀고도 알 수 없는 것이라고.
그러고는 주름진 두 손을 모은다
-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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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 틈입자 파괴자
이치은 지음 / 알렙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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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머리를 쥐어짜면서 읽은 책이었다. 이 책은 읽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초입부터 마음 단단히 먹고 읽어 내려갔건만, 책의 중후반쯤을 넘어서기 전까지는 사실 책 열 장 넘기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오늘은 스무 장 이상 읽어내리라. 생각했지만, 줄거리가 도대체 이어지지가 않아 읽으려고 잡았다가 놓고, 잡았다가 놓기를 며칠 다른 책을 읽기 시작했고, 그러기를 며칠 간. 중후반을 넘어서야 조금씩 책의 내용이 눈에 들어왔고, 인제야 마지막 장을 덮었다.

아하. 한숨이 내쉬어지는 책. 어려웠다. 문장이나 글이 어려운 거는 분명 아니었는데. 뭐랄까. 내 눈이 읽고 있는 이 책 속의 문장이 어떤 내용의 어느 지점인지 분간하기가 상당히 어려웠다. 하지만 다 읽은 지금은 다시 책의 첫 장부터 읽어본다면 처음보다는 좀 더 세세하게 이 문장이 내용의 어디쯤인지 이해하면서 읽어 내려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시간 내서 다시 차근히 읽어볼 것이다. 지금 바로는 말고. 아직도 머리가 약간 지끈거리고 있다

이 책에서 가장 충격적으로 다가온 장면은 그것이다. 언어가 없어진 세계. 그리고 언어가 없었던 그 이전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 이 주제는 흡사, 주제 사라마구 작가의 '눈먼 자들의 도시' 와 같은 충격을 선사한다. 아이를 가진 이형이 차인형에게 이제 언어가 없어지는 세계가 올 것이니 아이에게 이름 따위는 필요치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언어는 진정한 소통을 이끌어 내지 못한다고. 그래서 언어를 없애고 새로운 차원의 소통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였다는 파괴자의 행동은 이해할 수 있을까? 우리를 이해시킬 수 있었을까?

책의 제목처럼 책의 내용은 노예, 틈입자, 파괴자로 나누어져 있다. 꿈을 중심으로 이 세 입장자의 역할은 다르다. 틈입자의 초입까지는 읽기 어렵다는 것을 미리 말씀드린다. 한 남자가 꿈에 대해서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면서 그것을 파헤치는 것으로 이야기는 진행되고 있다. 당신이 생각하는 꿈 이야기. 그 자체로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 책을 읽는 당신- 어렵다고 불평하지 말도록. 초반의 복잡함은 뒤쪽으로 갈수록 더 큰 낯선 세계로의 초대를 받을 수 있으니까. 참고로 언어가 없어지는 그런 끔찍한 세계는 생각하기도 싫다. 비록 언어가 없었던 그 이전 세계의 소통이 아무리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언어가 있는 이 세계에서 진정한 소통을 찾는 것이 더 낳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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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 틈입자 파괴자
이치은 지음 / 알렙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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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란 마지막 문장의 마침표를 찍자마자 글을 쓴 이에게서 슬그머니 빠져 나가버리는 그런 존재이니까요. 제가 이 책에 어떤 형태이든 권리를 주장하려고 해도, 책은 결코 그런 일을 용납하려 들지 않을 거예요. 그 소송에서 책은 원고이자, 동시에 아주 훌륭한 다수의 증인이기도 하지요-90쪽

물론, '틈입자'란 말은 그 파괴 이전과 이후 사이에 어중간하게 끼여 있었던, 타인의 꿈에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었던 존재라는 의미 이외에도, 이미 그전부터 나름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즉, 그 파괴 이전의 인간이 만들어낸 '틈입자'라는 말이 그 파괴 이전의 인간은 결코 상상 할 수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존재를 위해 차용 되었던, 아니, 무단사용 되었던 것이다-115쪽

사람들은 누군가와 함께 있지 않으면 견디기 힘들어지는 법이다. 그 파괴 이전에도 또 그 이후에도, 여전히 사람들은 비슷한 형태의 병을 앓고 있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그런 상황들을 더 잘 견딘다. 조그만 해저 동굴 속심해어처럼, 어떤 사람들은 동족이 곁에 없는 상황을 마치 열대에선 사계절 내내 눈을 볼 수 없는 것처럼,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도 한다-1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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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미친 8주간의 기록
에바 로만 지음, 김진아 옮김 / 박하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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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누구나 다 정신병을 한가지씩 안고 살아가고 있는것이 아닐까? 그 정도차이에 따라 정신병원에 가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또는 어떤 심각한 결정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 비난받아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이유로 말이다. 언제 어느 시점이든. 당신 또한 그 사람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에바 로만의 자전적 소설로 독일소설이다. 목차는 1주에서부터 시작해 8주까지 나뉘어져 정신병원에서의 기간동안 있었던 일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처럼 잘 표현해 낸 책이었다. 주인공 밀라는 28살로 회사생활을 하며 매일 똑같은 일상을 보내는 여직원이다. 하지만 그녀는 급성우울증으로 입원을 하게 되면서 정신과 전문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정신병원에서의 8주간의 경험은 그녀를 변화시키게 만든다.

어제밤 빗소리를 들으며 주방에서 이 책의 마지막을 읽었는데, 꽤나 운치가 느껴졌고, 주인공 밀라의 그 우울한 마음이 내 마음까지 전해져서 괜히 을씨년 스럽기도 했었다. 나도 가끔은 내가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이 기분들이. 정신병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누군가 한번쯤 그런 심각한 것들로부터 얽매여 본적이 있지 않을까? 어찌 보면, 밀라의 눈으로 본 그 정신병원안의 세계는 현실세계와 맞닿아 있었다.

거식증 환자, 다중인격환자, 비만증 환자, 큰소리로 비명을 지르며 구슬프게 우는 환자들.. 각양각색의 정신병으로 모인 사람들은 또다른 사회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 심각하게 고통받고 있었다. 그들의 힘겨운 모습을 지켜보며, 주인공 밀라 또한 치료를 받으며 조금씩 나아진다. 스스로 치유해 가는 모습과 타인의 정신병을 들여다 보는 것을 잘 표현해 낸 책이었다. 정신병원에서 밀라와 함께했던 그들 모두는 어쩌면 사회에 잘 적응해 나갔을수도, 다시 또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겠으나. 그들 모두는 그렇게 힘겹게 다시 또 삶을 살아간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밀라또한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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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미친 8주간의 기록
에바 로만 지음, 김진아 옮김 / 박하 / 2014년 4월
절판


잠시 후 상담자가 모두에게 묻는다. "자기 자신에게 그렇게 엄격하라고 누가 가르치던가요? 왜 무조건 완벽해야 합니까? 완벽하지 못해도 충분히 잘하는 겁니다. 완벽하지 못한 나를 사람들이 존중한다는 게 상상이 안 됩니까? 아니면 완벽하지 못하면 사랑받지 못할 것 같아요? " 목 안에 걸려 있던 자그마한 응어리가 커져서 목이 터질 듯이 아프다. 주위를 둘러보니 다른 사람들도 모두 울상이다. 여섯 명의 어른이 둥그렇게 모여 앉아 자신을 불쌍해하며 속으로 울고 있다. 어쩌면 심리치료라는 것은 자신을 가엾게 여기는 일이 아닐까? 평소에는 절대 허용되지 않는 자신에 대한 동정심을 표출하는 일.-84쪽

"생각을 해봐요. 이제 겨우 스물여덟인데 지금 사는 삶이 못마땅해요. 그럼 팔 걷어붙이고 나서서 인생을 바꿔요. 해보지도 않고 겁에 질려서 엉뚱한 걸로 인생 망치지 말고요. " "그렇게 간단하다고요? " 그는 고개를 끄덕인다. 얼굴에 장난기가 가득하다. "네.가끔은 그렇게 간단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옳고 그르고 따질 필요가 없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냥 결정을 어떻게 내리느냐의 문제예요. 일단 결정을 내리면 훨씬 좋아질 겁니다. -1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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