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머리를 쥐어짜면서 읽은 책이었다. 이 책은 읽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초입부터 마음 단단히 먹고 읽어 내려갔건만, 책의 중후반쯤을 넘어서기 전까지는 사실 책 열 장 넘기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오늘은 스무 장 이상 읽어내리라. 생각했지만, 줄거리가 도대체 이어지지가 않아 읽으려고 잡았다가 놓고, 잡았다가 놓기를 며칠 다른 책을 읽기 시작했고, 그러기를 며칠 간. 중후반을 넘어서야 조금씩 책의 내용이 눈에 들어왔고, 인제야 마지막 장을 덮었다. 아하. 한숨이 내쉬어지는 책. 어려웠다. 문장이나 글이 어려운 거는 분명 아니었는데. 뭐랄까. 내 눈이 읽고 있는 이 책 속의 문장이 어떤 내용의 어느 지점인지 분간하기가 상당히 어려웠다. 하지만 다 읽은 지금은 다시 책의 첫 장부터 읽어본다면 처음보다는 좀 더 세세하게 이 문장이 내용의 어디쯤인지 이해하면서 읽어 내려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시간 내서 다시 차근히 읽어볼 것이다. 지금 바로는 말고. 아직도 머리가 약간 지끈거리고 있다 이 책에서 가장 충격적으로 다가온 장면은 그것이다. 언어가 없어진 세계. 그리고 언어가 없었던 그 이전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 이 주제는 흡사, 주제 사라마구 작가의 '눈먼 자들의 도시' 와 같은 충격을 선사한다. 아이를 가진 이형이 차인형에게 이제 언어가 없어지는 세계가 올 것이니 아이에게 이름 따위는 필요치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언어는 진정한 소통을 이끌어 내지 못한다고. 그래서 언어를 없애고 새로운 차원의 소통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였다는 파괴자의 행동은 이해할 수 있을까? 우리를 이해시킬 수 있었을까? 책의 제목처럼 책의 내용은 노예, 틈입자, 파괴자로 나누어져 있다. 꿈을 중심으로 이 세 입장자의 역할은 다르다. 틈입자의 초입까지는 읽기 어렵다는 것을 미리 말씀드린다. 한 남자가 꿈에 대해서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면서 그것을 파헤치는 것으로 이야기는 진행되고 있다. 당신이 생각하는 꿈 이야기. 그 자체로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 책을 읽는 당신- 어렵다고 불평하지 말도록. 초반의 복잡함은 뒤쪽으로 갈수록 더 큰 낯선 세계로의 초대를 받을 수 있으니까. 참고로 언어가 없어지는 그런 끔찍한 세계는 생각하기도 싫다. 비록 언어가 없었던 그 이전 세계의 소통이 아무리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언어가 있는 이 세계에서 진정한 소통을 찾는 것이 더 낳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