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 틈입자 파괴자
이치은 지음 / 알렙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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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란 마지막 문장의 마침표를 찍자마자 글을 쓴 이에게서 슬그머니 빠져 나가버리는 그런 존재이니까요. 제가 이 책에 어떤 형태이든 권리를 주장하려고 해도, 책은 결코 그런 일을 용납하려 들지 않을 거예요. 그 소송에서 책은 원고이자, 동시에 아주 훌륭한 다수의 증인이기도 하지요-90쪽

물론, '틈입자'란 말은 그 파괴 이전과 이후 사이에 어중간하게 끼여 있었던, 타인의 꿈에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었던 존재라는 의미 이외에도, 이미 그전부터 나름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즉, 그 파괴 이전의 인간이 만들어낸 '틈입자'라는 말이 그 파괴 이전의 인간은 결코 상상 할 수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존재를 위해 차용 되었던, 아니, 무단사용 되었던 것이다-115쪽

사람들은 누군가와 함께 있지 않으면 견디기 힘들어지는 법이다. 그 파괴 이전에도 또 그 이후에도, 여전히 사람들은 비슷한 형태의 병을 앓고 있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그런 상황들을 더 잘 견딘다. 조그만 해저 동굴 속심해어처럼, 어떤 사람들은 동족이 곁에 없는 상황을 마치 열대에선 사계절 내내 눈을 볼 수 없는 것처럼,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도 한다-1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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