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1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 민음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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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오콩코의 삶이 비난할 만한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그는 자신만의 길로 최선을 다해 삶을 살았으며, 가정을 위해 진정으로 생각했고, 자신의 부족을 위해, 남자의 자존심을 세우며 간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모르겠다. 누군가는 억지스러운 한 남자의 자존심이라고 생각될런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그렇게 생각된다. 그 억지스러운 오콩코의 자존심이 그의 존재 자체였다고..

아프리카에는 수많은 부족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들 각 부족들에게는 그들에게만 전해져오는 역사와 우리가 믿고 있는 것처럼 그들만의 종교도 있을 것이다. 우무오피아 부족도 그런 부족중의 하나였다. 우무오피아에서 오콩코는 최고의 전사로 이름이 알려져 있는 남자였다. 젊어서부터 아무것도 가진것 없이, 음악만 좋아하는 아버지와는 달리, 그 밑에서 혼자 농사를 시작하였고, 어릴나이부터 자신만의 확고한 신념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렇게 그가 일군 가정은 부를 가지게 되었고, 세명의 아내와 그 밑에 여러명의 아이들도 함께였다.

쌍둥이를 낳으면, 그 아이들은 살 수가 없었고, 누군가를 죽이면, 그 부족으로부터 추방당하였다. 이 우무오피아 부족에는 그들 나름대로 믿는 신령이 존재하였고, 또 잔인하기는 하지만, 그들만의 법령이 있는 채로 살아오고 있었다. 그러나 외부세계에서 밀려오는 종교에 그들도 휩쓸리게 될 수 밖에 없었는데.. 그것은 오콩코가 축제날에 자신의 의지가 아닌 살인사건을 일으키게 되면서 부족마을로부터 7년동안 추방당하게 되는 그 기간에 일어나게 된다.

선교사들이 우무오피아에 들어오게 된 일이 그것이다. 이들은 교회를 세우고, 우무오피아에서 발생한 억울한 일들을 판결하게 된다. 심지어 오콩코의 첫아들 은워예는 이들에게 믿음을 줘 버리기까지 하면서 아버지를 배반하게 되는데.. 오콩코는 그것을 참을 수 없게 되어버린다. 자신의 부족문화를 거침없이 짓밟아 버리는 선교사와  백인들을 이해할 수가 없었고, 7년이 지난후 부족으로 돌아온 그는 그들을 되돌려 보내기 위해, 그리고 그들에게 대항해 싸운다.

하지만, 그 혼자만의 힘으로는 역부족이었을까.. 그는 감옥에 붙잡히게 되고,  벌금으로 다시 풀려나게 되지만, 그의 굽혀진 자존심은 더 불길이 일게 된다. 여기서 그만의 고집스런 성격을 보게 되는데, 다른 사람들은 몸을 사리게 되지만 그는 더욱더 불타오르게 된다.  그리고, 그는 선교사인 한명을 죽이게 되고, 그 자신도 자결한다.  선교사를 죽인 일로, 오콩코를 잡기 위해 부족으로 온 형사들이 오콩코의 자결모습을 목도할때, 오콩코와 함께 살아온 같은 부족 사람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은 그들의 땅에서 묻지 못하고, 손을 대지 않는다며, 그들에게 오콩코의 시신을 처리해 줄것을 부탁한다.

이 얼마나 어이없는 문화인지.. 그토록 경멸했던 이들에게 자신이 함께산 부족사람의 시신을 처리해줄것을 부탁하는 사람들이 말이다. 아프리카만의 부족에서 느낄수 있는 그들 문명의 독특한 색감을 느껴볼 수 있었던 책이었다. 그리고 그 이질성도 말이다.. 처음에 읽기 전 눈에 끄는 제목에 마음이 이끌렸던 책이었는데, 한 남자의 부족에 대한 당당함과, 그의 고집을 엿볼 수 있었던.. 괜찮은 책이었다.


그의 삶은 하나의 큰 열정, 즉 부족의 촌장이 되는 것에 사로잡혀 왔었다. 그것이 그의 삶의 용수철이었다. 그리고 그것에 거의 다가와 있었다. 그때 모든 것이 부서져 버렸다. 그는 메마른 해변에 헐떡이는 고기처럼 부족에서 내평개쳐졌다. 분명 자신의 치의 숙명을 넘어설 수는 없었다. (p.155)

자식이 아버지에게 속한다는 것은 맞는 말이다. 하지만 아버지가 자식을 때리면, 자식은 어머니 집으로 피하지. 모든 일이 무사하고 삶이 달콤할 때 사람은 아버지의 땅에 속한다. 하지만 슬프고 고통스러울 때는 어머니의 땅에서 위안을 찾는다. 어머니는 이럴 때 너를 보호한다. 어머니가 거기에 묻히신 게지. 이것이 어머니가 가장 위대하다고 말하는 이유다.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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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쏘시개
아멜리 노통브 지음, 함유선 옮김 / 열린책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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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날, 난방이 되지 않는 곳에서, 아무런 땔감이 없이, 오직 책만 존재하고 있다면, 당신은 몸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책을 땔감으로 할 수 있겠는지?  아... 내가 소중히 하는 책들이 불쏘시개로 사용되어 활활 탄다는 생각만해도 가슴이 싸.. 해온다. -.-;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그런 상황에서, 추위가 정말 심해, 목숨까지 위협해 오는 상황이라면, 책이 대수겠는가.. 그런 생각도 해본다.

책 속의 상황이 꼭 그렇다. 밖의 상황은 전쟁이 나서 폭탄이 가격하고, 온 도시는 불에 탄.. 계절은 추운 겨울이다. 전기는 끊기고, 집안에는 불쏘시개를 할 만한 것이라고는 큰 서가에 꽃혀 있는 책들과, 앉아 있는 의자뿐.. 이런 상황에서 집주인인 교수와 그의 조교 다니엘과 다니엘의 여자친구 마리나가 함께 피신해 있다. 유일한 땔감은 바로 책뿐인 상황에서, 추위를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라는 것에 이 세사람은 대화를 이끌어 나간다.

희극으로 이루어진 세 사람의 대화로 진행되는데, 마리나는 교수에게 추위를 견딜수 없다고 책을 불태우자고 말한다. 어차피 이대로 있다가는 추위로 얼어죽거나, 포탄이 날아와 죽는일 뿐이라며.. 이후에라도 포탄이 날아와 책이 불타서 없어질수도 있는데, 뭐하러 책을 추위보다 더 소중히 여기냐며 말이다. 그러나 교수는 우리는 죽으면 그뿐이지만, 책은 영원히 남을거라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과 함께 잔다면, 따뜻할 것이라고 유혹하는 교수. 마리나는 추위를 견딜 수 없이, 교수와 함께 잠자리에 들게 되고, 다니엘은 그 모습을 보게 된다.

그러나 결국 교수도 마리나의 권유에 못이겨, 책을 땔감으로 하나씩 사용하게 되는데, 마지막 남은 책을 땔감으로 사용키 위해, 난로속에 던졌을때, 마리나는 폭격이 빗발치는 밖으로 뛰어나가면서 자살을 감행한다.  그리고 뒤이어 따라나가는 다니엘.. 책에 대해 모든 좋은 언급을 하며 불쏘시개를 막던 교수가 갑자기 돌변해 마리나를 유혹하는 장면은 좀 의외였다. 그러나.. 역시나 책이 한줌의 재로 변하는 장면에서는 안타깝더라는.. ㅜ.ㅜ 오오.. 책들이여..ㅜ.ㅜ

처음 만나는 아멜리 노통브의 책이었는데, 색다른 매력이 있어서 좋았다. 이 작가의 책들도 섭렵해야 할듯.. 교수의 엇나간 점이 좀 그랬지만, 재밌게 읽은 책이었다.

우선 아주 아름다운 불꽃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적어도 두시간 동안 온기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죠. 그다음에, 죽는다는 생각에 저는 전혀 아무런 집착도 없을 겁니다. 그래요, 제가 이곳에서 살기 시작한 뒤로, 저를 미치게 하는 것은 마지막 책이 불타기도 전에 누군가 저를 죽일 수도 있다는 겁니다. (p.46)

사람들은 삶에서도 그렇듯이 독서에서도 똑같아. 이기주의적인 데다가 쾌락에 빠져 들고 달라지기가 힘들지. 작가의 몫은 독자의 보잘것없음에 대해서 한탄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독자를 받아들이는 거지. 만일 그 작가가 독자를 바꿀 수 있다고 상상한다면, 전쟁이 일어났음에도 여전히 그럴 수 있다고 상상한다면, 그렇다면, 낭만적인 바보는 바로 그 작가라네.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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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기술
안셀름 그륀 지음, 김진아 옮김 / 오래된미래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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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버스안에서나,길을 가다가,  '아, 참 아름답게 늙으셨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할머니. 할아버지 분들을 뵐때가 있다.  그때 드는 마음은 나도 황혼에 저렇게 아름답게 늙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런 생각은 누구나 다 해봤을 것이다. 아름답게 늙는 것. 노년의 삶에 관련해서 나오는 책들도 요즘은 참 무수히도 많다. 바쁘고 정신없이 산 청춘시절. 그리고 좀더 젊은시절보다는 느긋해져야 하고, 여유로움이 느껴져야만 하는 황혼기. 그 늙는다는 것. 누구나 다 생각하게 되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어서 펴내게 된 이 책이다. 표지의 머리가 하얗게 센 두분의 입맞춤이 상당히 인상적이면서도, 아름답게 다가온다.

"내 마음은 아직도 이팔청춘이요." 라는 말처럼,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마음은 젊었을때 그 마음이라는 것을 요즘 들어 자주 생각하는 말이다. 다만 경험이 생기고 생겨, 좀 더 느긋해지고, 어떤 일에 한번 더 생각해 보는 마음이 든다는 것 빼고는.. 늙는 다는 것. 노화는 어떻게 보면, 외면적인 것의 비중이 많이 차지할것 같지만. 이 책은 외면적인 것보다 내면적인 것에 중점을 잡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내가 늙는다면.. 라는 생각을 해보자. 꼬부랑 할머니가 된 내 모습. 어떻게. 무엇을 하면서 하루하루의 삶을 보내게 될까...? 늙는다는 것에도 하나의 배움이 있어야 되겠다라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면서 하게 되었다. 물론. 젊었을때처럼 만큼 일을 하라고 권하는 것은 아니다. 라고 저자는 밝혀둔다. 여유로운 생활을 보내는 가운데, 열정적인 삶을 사는것. 그것이 노년의 기술에 꼭 필요한 것이라 하겠다.

책을 읽어보노라니, 굳이 노년의 시절에 관해서만도 아닌, 2.3.40대부터 시작해 노년에 이르기까지 구분없이 읽어도 될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한번 읽어서는 안되고, 곁에 두고, 틈틈히 눈에 보일때 한 페이지씩 읽으면 참 좋을 책. 말이다. 현재 65살의 나이인 베네딕트 수도사분이 이 책을 쓰셨는데, 저자소개에 하얀 턱수염을 기르신 모습에서 여유로움이 묻어났다.  약간 아쉬웠던 점은. 다른 책의 인용구절이 상당히 많아서. 저자 자신의 색감이 있는 책보다는 노년에 관련된 많은 책들을 한군데 모아놓은 책이었다는 느낌. 이었다.

그것빼고는.. 노년에 관련해서 좋은 말들이 상당히 많이 수록되어 있는, 뼈채 먹는 책이라 할수 있겠다...^^

나이를 간직하라. 젊음은 인생의 한 시기만을 이르는 말이 아니라 정신 상태를 뜻한다. 젊음은 의지의 도약이며, 상상력의 도발, 감정의 응축, 용기가 두려움을 이기는 일이며 모험심이 게으름을 제압하는 일이다. 일정한 햇수를 살았다고 해서 늙는 것이 아니다. 사람은 이상에 작별을 고할 때 늙는다. (p.40)

사랑의 본질은 상대를 조건 없이 받아들이는 데 있다. 사랑은 상대가 있는 그대로의 그 사람일 수 있도록 여유의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고, 사랑받는 사람은 그 공간 안에서 자신의 존재인 그 사람이 되어간다. (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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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덩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53
안드레이 플라토노프 지음, 정보라 옮김 / 민음사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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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어떤 생각으로 삶을 살아왔는지는 모르겠으나, 지면으로 본 그의 인생을 바라보는 나의 느낌은.. 상당히 불운해보였고, 갑갑한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1형제의 맏이로 태어나 아버지를 도와 가난한 집안의 가장 노릇을 해야 했으며, 결혼후에도 15살 아들이 음모를 꾸몄다는 이유로 체포되어(가족중 누군가가 죄를 지어도 가족들도 해를 입었다.) 강제 노동 수용소로 보내지는 작가. 그리고 이후 결핵에 걸린 아들을 간호하다, 자신도 결핵에 걸려 죽음에 이르게 되는.. 심지어 그가 쓴 책들은 정치적 성격이 강해, 그의 생존에는 알려지지 못했다가, 그가 죽고 난 이후 알려지게 된다. 불운한 삶을 살았던 작가의 숨결을 이 책을 통해 느낀다.

책에서는 흡사 조지 오웰이 쓴 듯한 느낌을 받을 수가 있는데, 노동자들에 관한 이야기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으면서, 조지 오웰작가의 <동물 농장>이란 책이 거듭 생각났다. 처음에는 좋은 의도로 시작된, 점들이 후반부로 갈수록 그들이 생각했던 처음의 의도와는 반대로 점점 파멸로 나아간점.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구덩이도. 처음에는 모든 무산계급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주의 집을 짓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그 구덩이는 나스탸의 마지막 무덤이 되고 만다.

한명의 주인공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각 상황에서 그에 등장하는 인물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이 책은 특별한 구조를 갖고 있긴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조금은 집중할 수가 없는 번잡한 느낌도 마지 않아 들었다. 보셰프라고 하는 한 노동자는 어느날 회사로부터 통지서 한장을 받게 되면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보셰프가 일하던 중 사색에 빠졌다는 이유로 해고되는데, 그것이 이유라면 우리는 얼마나 많은 직장을 전전해야 하는건지.. 훗.

보셰프는 직장을 잃고 헤메던 중 집단 거주 공간을 위해 구덩이를 파게 되는 공사현장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다른 몇명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끊임없이 일만하고 정직한 말 그대로 정직한 노동자인 치클린. 지식이 낮고 소심하며 비열한 조합위원장인 파시킨. 그리고 다리가 한쪽이 없는 불구의 몸을 가진 자체프. 유일하게 고등교육을 받았지만, 나약하고 삶에 대해 아무런 의미도 가지고 있지 않은 프루솁스키. 그리고 엄마를 잃고 그들 사이에서 자라는 나스탸. 이들은 그들이 바라는 것을 위해 구덩이를 판다.

그러나 점차로 그들은 그들의 원래 목적과는 달리, 부농인 사람들을 몰아세우고 죽이고 폭력을 행하는 일에 몰두하게 되면서, 끝내는 나스탸를 죽음으로 이끌게 된다. 그리고 그들이 그토록 열정했던 그 구덩이는 나스탸의 무덤이 되고 만. 비극으로 마무리 되는데, 보셰프 조차도 애초에 그들을 비난했던 것을 잊어버리고 그들사이에 묻혀버린다. 마지막에 가서는 참으로 허무하게 끝나는 소설이었다. 그들이 바라던 이상향을 버리고, 구덩이를 버리고, 전체의 일부로 되어버린 인간들..  약간 집중하기 힘든면은 있었으나 지루함 없이 재밌게 잘 읽은 책이었다.

밤이면 여러 가지 꿈이 노동하는 사람에게 찾아온다. 어떤 것은 소망이 충족되는 것을 나타내고, 어떤 것은 진흙 무덤 속에 있는 자신의 관에 대한 예감을 불러온다. 그러나 낮 시간에는 모든 사람이 똑같이 허리를 구부리고 살아간다. 참을성 있는 육체로 대지를 파서 파괴할 수 없는 건축물의 영구적인 뿌리가 신선하고 깊은 구덩이에 놓일수 있도록.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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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테의 수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2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음, 문현미 옮김 / 민음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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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번씩 이 책의 제목을 들어보기만 했는데도, 이제서야 첫 장을 펼치고, 읽게 된. 우리에게는 익히 시인으로 유명한 라이너 마리아 릴케 작가의 책이다.  릴케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의 가슴 속에 있는 말들을 모두 토해 낸 듯해 보인다. 고독함. 온몸으로 느끼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해보고 싶다. 일기체 소설이긴 하지만, 날짜가 지정되어 있게 연결되어 있지는 않다. 다만 주인공 자신의 파리에서의 생활을 일기 형식을 빌어 쓴 글로 보면 되겠다.

주인공 브리게는 28살인 남성으로 파리의 6층에 자리잡고 있는 방에서 혼자 살고 있다. 이 브리게라는 인물이 남자인지 여자인지는 100페이지에 가서야 알게 된다. 특별한 직업을 가지고 있는것도 아니고, 그의 소일거리란 책을 읽고, 국립도서관을 방문하고나, 산책을 하고, 가끔씩 병원에 가는 일뿐 그것이 전부이다. 특이한 점은 그가 다른 사람들은 보지 못하는 존재들을 가끔씩 본다는 것이다. 죽은 사람의 존재를.. 아니면 개와 대화를 한다거나.. 이런 현상은 그에게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그의 가족들 전부에게 나타난 현상이었다. 
 

브리게는 자신의 유년시절과 일찍 돌아가신 엄마와 함께한 이야기들을 언급할때면 유독히 더 고독스러워지는듯해 보인다. 그가 타인과는 다르게 목격한 특별한 현상을 그는 병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게 되는데, 여기서 그가 들르는 병원은 정신병원일 꺼라고 짐작된다. 그가 거주하고 있는 파리의 고독한 풍경들. 을씨년스럽기 그지없게 묘사된다.

릴케는 자신의 인생을 이 책에 상당히 많이 반영하였다. 그가 어렸을때 엄마에 의해 여자아이처럼 보이도록 키워져 왔다는 것과, 릴케가 <로댕 연구>를 써달라는 위촉을 받고 파리 로댕의 집으로 거처를 옮기면서, 이 '말테의 수기'를 썼음을 보면 더욱 그렇다. 비록 로댕의 집에서 오래 지내지 못하고, 1년후 하숙집으로 거처를 옮겼지만 말이다. 시인 릴케의 고독.. 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글이었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역시 마지막이었지만 말이다. 끝이 아무런 결말도 없이. 그렇게 끝나버린다. 말테의 수기. 고독스러움이 한층 돋보이는 책이 아닐까 한다. 아무런 할일이 없는 가운데, 책만 읽고 싶다.. 라고 주인공 브리게가 읊었을때, 얼마나 동의했던가.. 후후..

나는 아무도 아는 사람 없이,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트렁크 하나와 책 상자 하나를 가진 채, 사실 어떤 것에도 호기심 없이 세상을 돌아다니고 있다. 집도 없고 상속받은 물건도 없고 개도 없이 살아가는 생활은 도대체 어떤 생활일까. 최소한 추억이라도 있다면 좋으련만, 그러나 누가 그것을 갖고 있나? 만일 어린 시절의 추억이 있다 해도 그건 땅속에 묻혀버린 것과 같다. 어쩌면 사람은 그 모든 추억에 다다르기 위해서 나이를 먹지 않으면 안 될지도 모른다. 나는 늙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p.24)

인생에는 초보자를 위한 학급은 없고, 언제나 마찬가지로 처리해야 할 지극히 힘든 일이 있을 뿐이란다.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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