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쏘시개
아멜리 노통브 지음, 함유선 옮김 / 열린책들 / 2004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추운 겨울날, 난방이 되지 않는 곳에서, 아무런 땔감이 없이, 오직 책만 존재하고 있다면, 당신은 몸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책을 땔감으로 할 수 있겠는지?  아... 내가 소중히 하는 책들이 불쏘시개로 사용되어 활활 탄다는 생각만해도 가슴이 싸.. 해온다. -.-;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그런 상황에서, 추위가 정말 심해, 목숨까지 위협해 오는 상황이라면, 책이 대수겠는가.. 그런 생각도 해본다.

책 속의 상황이 꼭 그렇다. 밖의 상황은 전쟁이 나서 폭탄이 가격하고, 온 도시는 불에 탄.. 계절은 추운 겨울이다. 전기는 끊기고, 집안에는 불쏘시개를 할 만한 것이라고는 큰 서가에 꽃혀 있는 책들과, 앉아 있는 의자뿐.. 이런 상황에서 집주인인 교수와 그의 조교 다니엘과 다니엘의 여자친구 마리나가 함께 피신해 있다. 유일한 땔감은 바로 책뿐인 상황에서, 추위를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라는 것에 이 세사람은 대화를 이끌어 나간다.

희극으로 이루어진 세 사람의 대화로 진행되는데, 마리나는 교수에게 추위를 견딜수 없다고 책을 불태우자고 말한다. 어차피 이대로 있다가는 추위로 얼어죽거나, 포탄이 날아와 죽는일 뿐이라며.. 이후에라도 포탄이 날아와 책이 불타서 없어질수도 있는데, 뭐하러 책을 추위보다 더 소중히 여기냐며 말이다. 그러나 교수는 우리는 죽으면 그뿐이지만, 책은 영원히 남을거라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과 함께 잔다면, 따뜻할 것이라고 유혹하는 교수. 마리나는 추위를 견딜 수 없이, 교수와 함께 잠자리에 들게 되고, 다니엘은 그 모습을 보게 된다.

그러나 결국 교수도 마리나의 권유에 못이겨, 책을 땔감으로 하나씩 사용하게 되는데, 마지막 남은 책을 땔감으로 사용키 위해, 난로속에 던졌을때, 마리나는 폭격이 빗발치는 밖으로 뛰어나가면서 자살을 감행한다.  그리고 뒤이어 따라나가는 다니엘.. 책에 대해 모든 좋은 언급을 하며 불쏘시개를 막던 교수가 갑자기 돌변해 마리나를 유혹하는 장면은 좀 의외였다. 그러나.. 역시나 책이 한줌의 재로 변하는 장면에서는 안타깝더라는.. ㅜ.ㅜ 오오.. 책들이여..ㅜ.ㅜ

처음 만나는 아멜리 노통브의 책이었는데, 색다른 매력이 있어서 좋았다. 이 작가의 책들도 섭렵해야 할듯.. 교수의 엇나간 점이 좀 그랬지만, 재밌게 읽은 책이었다.

우선 아주 아름다운 불꽃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적어도 두시간 동안 온기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죠. 그다음에, 죽는다는 생각에 저는 전혀 아무런 집착도 없을 겁니다. 그래요, 제가 이곳에서 살기 시작한 뒤로, 저를 미치게 하는 것은 마지막 책이 불타기도 전에 누군가 저를 죽일 수도 있다는 겁니다. (p.46)

사람들은 삶에서도 그렇듯이 독서에서도 똑같아. 이기주의적인 데다가 쾌락에 빠져 들고 달라지기가 힘들지. 작가의 몫은 독자의 보잘것없음에 대해서 한탄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독자를 받아들이는 거지. 만일 그 작가가 독자를 바꿀 수 있다고 상상한다면, 전쟁이 일어났음에도 여전히 그럴 수 있다고 상상한다면, 그렇다면, 낭만적인 바보는 바로 그 작가라네.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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