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로마 신화 5 : 디오니소스 오르페우스 에우리디케 - 정재승 추천, 뇌과학을 중심으로 인간을 이해하는 12가지 키워드로 신화읽기 그리스·로마 신화 5
메네라오스 스테파니데스 지음, 정재승 추천 / 파랑새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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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 그리스로마신화라고 하면 수십, 수백권의 관련 서적이 있지만 이 책은 그 중에서도 뇌과학자 정재승이 추천하는 인간을 이해하는 12가지 키워드로 신화읽기라는 점에서 색다른 재미가 있다. 


이미 권력, 창의성, 갈등, 호기심 등을 주제로 4권이 나왔고 이 책은 놀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디오니소스, 오르페우스, 에우리디케 등을 다루는 다섯번째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읽고 나서 1편부터 정주행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앞으로 나올 12편까지의 대장정을 기대하게 되었다. 


결국 그리스로마신화는 인간과 닮은 신들을 통해 놀이와 예술의 본질을 들여다볼 수 있었고 신의 눈물이라 불리는, 인류의 보석이 된 최고의 문화유산인 포도주가 어떻게 최초로 빚어졌는지 디오니소스의 이야기를 통해 알 수 있었고 위대한 가수이자 시인 오르페우스 일화를 통해 우리의 예술적 영감의 원천을 느껴 볼 수 있다. 또한 그가 사랑한 에우리디케의 죽음이라는 비극 속에서 펼쳐진 모험이 창조해낸 예술적 유산과 이어지는 악기의 탄생도 읽어볼 수 있다. 


원래 이 책은 청소년들에게 그리스 로마 신화를 색다른 측면으로 접근해보는 차원의 기획인 듯 한데 나같은 성인독자들도 부담없으면서도 너무 얕지도 않은 신화와 관련된 읽을거리로는 최고인듯 했고 신화를 무심코 지나쳐온 성인들에게도 인문학적 품위를 재정비하는 행복한 경험이었다. 


뮤즈들은 세상에 음악과 시와 춤과 연극을 선물했다. 그리고 기쁨과 웃음과 예민한 감수성도 함께 땅 위로 가져왔다. 뮤즈들의 가슴에는 기쁨과 명랑한 마음이 가득 차 슬픔이 깃들 자리가 없었다. 


“아름다운 것을 사랑하고 추한 것은 거들떠보지도 말라”


뮤즈들은 이렇게 충고하면서 사람들이 훌륭한 예술 작품을 창조할 수 있도록 영감을 불어넣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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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물론 - 인터뷰와 지도제작
릭 돌피언.이리스 반 데어 튠 지음, 박준영 옮김 / 교유서가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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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물론 


신유물론이라는 최신 철학 이론에 대한 책으로 신유물론은 21세기 떠오르는 사유이며 철학, 문화이론, 페미니즘, 과학 연구 등 현대사상 안에 물질(matter)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정립하고 있다. 


솔직히 나한테는 어려운 철학서였지만 색다른 도전이었던 책으로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신유물론은 어째서 정신이 언제나 이미 물질인가를(정신은 신체의 관념이다) 보여주며, 어떻게 해서 질료가 필연적으로 정신에 속한 것인지(정신은 대상으로 신체를 가진다), 그리고 어째서 자연과 문화가 언제나 이미 ‘자연문화’(naturecultures, 도나 해러웨이의 용어)인지를 보여준다. 


신유물론은 문화론을 따라다니는 초월론적이고 인간주의적(이원론) 전통에 반대한다. 이 두 가지는 근대성과 후기근대성 시대 모두에 기반을 두면서 문화이론에 붙어 있는데 초월론적이고 인간주의적인 전통들은 여전히 지속적으로 이원론적 구조에 입각하여 다양하게 기술되며, 신유물론자들에 의해 제기된 논쟁들을 계속 일으키고 다닌다. 


이 책은 여러 철학자들이 함께 참여한 결과물이었고 편저자와 인터뷰에 응한 철학자들은 20세기 말과 21세기 철학의 첨단에 있는 인물들로 평가된다. 책의 구성은 2부로 이어지며 신유물론의 최초 세대인 로지 브라이도티, 마누엘 데란다, 카렌 바라드, 사변적 유물론자인 퀑탱 메이야수와의 인터뷰를 담고 있는 전반부와 편저자인 릭 돌피언, 이리스 반 데어 튠의 논문이 실려 있는 후반부로 나뉜다. 


전반부의 ‘인터뷰들’에서 편저자가 만난 철학자 네 명의 사상적 결은 다소 상이하다. 브라이도티는 들뢰즈의 ‘생성의 철학’을 페미니즘적으로 재전유하면서 생태-정치적이고 윤리적인 방향으로 틀어놓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달리 바라드와 메이야수, 데란다의 경우 존재론의 방향이 주관심사이다. 물론 바라드는 어떤 철학적 지향이 인식론이나 존재론이라는 분과적 잣대로 분할불가능하다면서, ‘존재-인식론’을 전개하는데, 이는 바라드의 ‘간-행’ 개념에서도 드러난다. 편저자는 바라드의 이 개념을 책의 기조로 삼은 듯하다. 


신유물론은 이원론을 질적으로 전환하는 횡단적 문화이론이다. 신유물론적 맥락에서 횡단성은 비범주적이고 비결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횡단성은 모든 이분법적 구별들을 가로지름으로써 생겨날 수 있는 또다른 이분법적 응결조차 피해가고자 한다. 그렇다면 횡단성은 언제나 횡단선 자체를 가로질러가야 한다. 그것은 언제나 자기 자신보다 더 빨리, 먼저, 도래해야 한다. 횡단성은 이렇게 함으로써 어떤 것을 죽이거나 소멸시킨다기보다, 그것의 역능을 자기화하면서 새로운 것을 생성시킨다. 그러므로 신유물론과 관련하여 이 개념은 그 실천적 역량을 확장하기 위한 조건을 교육하고 정치적으로 고무하는 기능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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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길남, 연결의 탄생 - 한국 인터넷의 개척자 전길남 이야기
구본권 지음 / 김영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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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길남, 연결의 탄생 


개인적인 기억으로는 인터넷이란 용어는 90년대 중후반부터 알기 시작한 것 같은데 한국의 인터넷은 올해가 40주년 되는 해라고 한다. 그러니까 1982년에 시작된 역사란 의미다. 그 역사의 개척자인 전길남이란 인물의 평전이 바로 이 책이다. 



무엇보다 세계적인 인터넷 강국에 사는 사람으로서 여태까지 이런 인물을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 의아했고 그래서 더 몰입해서 읽게 된 책이다. 그리고 전길남이라는 인물이 단순히 자신의 부와 성공을 위해 시작한 일이 아닌 대한민국의 더 좋은 시스템, ‘모두를 위한’ 네트워크를 위한 헌신이었다는 점에 감명 깊었다. 


그래서 단순히 인터넷 역사에 대한 흥미로운 읽을거리로 생각했던 처음의 의도와는 다르게 세종대왕, 이순신 위인전 같는 벅찬 가슴으로 읽었던 책이다. 


40년 전, 서울대의 PDP11/44 중형 컴퓨터와 구미 전자기술연구소의 PDP11/70 중형 컴퓨터가 인터넷 통신규약(TCP/IP)을 따른 통신에 성공했다.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자체적으로 컴퓨터 네트워크 연결(SDN)에 성공했다. 훗날 한국 인터넷을 10년 앞당긴 것으로 평가받는 쾌거이자 정보화 강국 대한민국의 등장을 예고하는 사건이었다. 그리고 중심에 전길남 박사가 있었다.


전길남은 1943년 오사카에서 재일교포 2세로 태어났다. 오사카대학교 공과대학을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UCLA에서 시스템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미 항공우주국 제트추진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며 바이킹 계획과 보이저 계획에 참여했다. 1979년 한국 정부의 우수 해외 과학자 국내 유치 프로그램으로 귀국해 한국 전자기술연구소 책임연구원으로 일하며 국산 컴퓨터를 개발하는 한편, 인터넷 방식의 컴퓨터 네트워크 구축에 성공한다. 


이 책에서는 그 외에도 전길남의 성품과 삶의 방식, 업적, 그리고 그의 크고 깊은 문제의식을 담고 있고 한편의 드라마와 같은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 중에서도 전길남은 당시 규모 있는 종합대학 전살실에도 하나 있을까 말까 한 수억 원짜리 중형 컴퓨터를 연구실에 구비하여 마음껏 사용하게 한 일화가 인상적이었고 고교 시절 한국행을 결심한 일부터 인터넷 네트워크 구축과 교육에 뛰어든 일,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많은 개발도상국에 인터넷을 보급하고 조언자로 활동한 일, 미국과 유럽이 주도하는 인터넷 관련 국제회의에서 줄기차게 개발도상국과 소수의 목소리를 대변한 일 등을 읽어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가 평생 열정을 쏟은 일에는 공통된 배경이 있다. 바로 ‘공정한 기회’다. 개인과 국가의 생존과 번영에 꼭 필요한 영역은 ‘도착한 순서대로’ 선발 주자 몇이 나눠 먹어서는 안 된다고 굳게 믿었다. 미국이 인터넷 기술을 개발하고 선진국 위주로 먼저 보급했다고 해서 그 후의 인터넷 관련 국제 규약과 권리 주장이 선발국 위주로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고 국제적인 논의 무대에서 고집스레 주장해왔다. 동등한 지분은 아니더라도 후발 참여국들의 목소리가 일정 수준 반영되어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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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쇼핑백에 들어 있는 것
이종산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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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쇼핑백에 들어 있는 것


올 여름 무더위를 견디게 해줄 서늘한 공포소설 단편집이다. 그렇다고 허무맹랑한 귀신이 등장하는 얘기는 아니었고 오히려 우리의 일상에 스며들어 있는 공포를 다룬다는 점이 신선하면서도 더 공포스러웠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장르소설보다는 국내 단편 소설에 더 가까운 느낌이 강화길 작가가 연사오디기도 해서 더 즐겁게 읽혔다. 


일곱편의 단편이 엮여 있는 이 책에서 표제작이면서 제일 먼저 읽어볼 수 있는 <빈 쇼핑백에 들어 있는 것> 은 제목만 들어도 호기심에 어서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그 쇼핑백의 정체는 스포일러가 될 거 같아 여기서는 생략하겠다. 


책 초반부의 그 쇼핑백의 정체를 아는 순간부터 이종산 작가의 이야기라면 믿고 읽어야 겠다는 생각으로 몰입하게 되었다. 


또한 <혼잣말>이라는 단편에서 자신이 중얼거리는 혼잣말의 목소리가 자신의 목소리가 아니란걸 뒤늦게 깨닫게 되는 대목에서는 소름이 끼치기도 했고 평소 내가 하는 혼잣말의 정체를 고민하기까지 했다. 


일곱편 모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여성들이었고 공포라는 분위기를 매개로 다양한 사회적 담론을 이끌어내는 장치들 또한 일품이었다. 그 외에도 일생을 살며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인 집과 일터에 도사리고 있는 공포, 타인의 목소리로부터 발화한 불안, 우리가 분명하게 목격하고 경험한 것을 스스로 의심하게 하는 사회적 메커니즘 등에 대한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그 중에 〈흔들리는 거울〉도 인상적이었는데 집요한 스토킹을 당하다 결국 가족 모두가 살해당한 현장을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한 주인공은 몇 년이 지난 후 모든 걸 이겨냈다고 생각한 순간, 밤 10시 11분만 되면 집 안에 있는 거울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거울 너머엔, 죽은 가족들이 서 있다.


한편 〈은갈치 신사〉엔 해외여행을 가기 위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모으는 학생과 거의 매일 편의점에 찾아와 우유를 사가는 남자가 등장한다. 어느 날 불쑥 “아가씨는 나랑 사는 세계가 다르니까”라고 말하는 그를 보며 그녀는 일순간 기분이 불쾌해진다. 하지만 불쾌함도 잠시, 시간이 지날수록 은갈치 신사가 했던 말이 어떤 의미였는지 알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서늘함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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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생의 아주 기본적인 것부터 바꿔보기로 했다 - 동기부여 천재 개리 비숍이 던지는 지혜의 직격탄
개리 비숍 지음, 이지연 옮김 / 갤리온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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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생의 아주 기본적인 것부터 바꿔보기로 했다


‘당신이 겪고 있는 그 엿 같은 상황이 무엇이건 간에 한가지는 분명하다.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거기에 대처하는 법을 알려준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로 시작하는 이 책은 시작의 기술, 내 인생 구하기 등의 뼈때리는 자기계발서들을 쓴 개리 비숍의 신작이다. 


이번엔 또 어떤 인생 조언들을 풀어낼지 궁금했고 한편으론 아직도 더 할 말씀이 있는지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목차만 읽고서도 당장 펼쳐 읽고 싶은 욕구가 샘솟았다. 제일 먼저 하찮은 불운 따위에 짓눌리지 않는 삶을 위하여라는 문구부터가 용기를 북돋아주는 문장이었고, 두렵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뜻이다, 두려움은 아무런 힘이 없다, 인생에서 벌어진 일은 어쨌거나 당신 책임이다 등의 강렬한 메시지와 누군가를 사랑하기로 했다면 분명 실망하게 될 것이다, 사랑할 수 있으므로 사랑하라, 그게 전부다 같은 사랑에 대한 조언도 읽어볼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상실에 대한 인생의 지혜도 준비되어 있었고 인생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에 눈을 떠라는 말 또한 인상적이었다. 마음 깊숙한 곳에서 당신은 ‘나는 중요하지 않아’라는 생각으로 삶을 대하고 있다. 이는 철저한 반역이다. 내 손으로 자아에 상처를 입히는 배반 행위다. 


지금 그토록 고군분투하는 까닭은 어떻게든 당신이 중요하다는 혹은 머지않아 중요해질 거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서다. 놀라운 힘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좀스럽고, 하찮고, 칙칙해진 것은 스스로를 애지중지하면서 안전함을 유지하려는 당신 자신 때문이다. 세상이 당신을 그렇게 만든 게 아니다. 엄마 때문에, 전여친 때문에, 전남편이나 당신의 과거 때문에 이 사달이 난 게 아니다. 당신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그 중에서도 세상만사의 진리를 명쾌하게 설명하는 문장들을 무릎을 치며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사를 연발하며 읽고 또 읽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방식으로, 자기만의 시기에 성장해야 한다. 당신이 남들과 다른 지점에 있다고 해서 당신이 더 훌륭한 것도 아니고, 멀리까지 갔다고 해서 더 우월한 것도 아니다. 깨우침은 달리기 경주가 아니다. 당신은 당신이 있는 곳에 있고, 남들은 남들이 있는 곳에 있다. 그게 전부다. 당신이 새로운 것을 깨달았거나 무언가를 각성했거나 자의식이 성장했다면 종종 사람들은 그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심호흡을 하라. 사람들은 곧 도착할 것이다. 당신이 그랬듯이 말이다. 만약 남들이 오지 않더라도 당신은 이미 충분히 깨우쳤기 때문에 그런 것 따위는 신경 쓰지 않게 될 것이다. 


또한 요즘도 가끔 두려움과 긴장감에 무력해지는 나를 보며 힘들어 했는데 그에 대한 명쾌한 조언들이 큰 도움이 되었다. 간단히 말해 두려움에서 중요한 것은 당신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 그 대상에 관해 만들어내고 덧붙인 무게나 의미다. 사실 두려움은 세상에 실재하지조차 않는다. 두려움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손을 뻗어 만질 수도 없다. 뿌리 뽑거나 붙들 수도 없다. 그러나 우리는 두려움을 느낀다. 깊이 느낀다. 본능적으로 경험한다. 두려움은 우리를 사로잡는다. 당신 인생의 모든 두려움은 전적으로 당신이 꾸며낸 것이다. 그렇기에 두려움은 맞서 싸울 대상도 아니다. 저항하려고 시도할 필요조차 없이 함께 공존하고, 어울려 살아갈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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