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 비용 데버라 리비 자전적 에세이 3부작
데버라 리비 지음, 이예원 옮김, 백수린 후기 / 플레이타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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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 비용

 

남아프리카에서 맨발로 성큼성큼, 자연과 풀의 소리를 들으며, 어둠 속 새소리에 귀 기울이며 자랐다. 민주화 운동으로 투옥된 아버지 대신, 어머니의 빠른 타자기 소리가 아이들을 키웠다.

훌쩍 자라 남편을 만났고 딸 아이 둘을 키웠고 글을 썼다. 그리고 가정이란 이름의 집에서 나와 허름하고 조금은 무서운 긴 복도의 아파트 한 켠에 새로운 둥지를 틀었다. 둥지답게 그 집엔 새소리가 들리는 시계가 걸리고, 앵무새들이 날아오고 나방들이 부유한다.

이제 그녀는 자신의 냉장고를 채우고, 공동난방도 잘 되지 않는 런던집의 관리비를 낼 자유를 가졌다.

전기자전거를 페달을 밟고, 낡은 헛간에서 글을 쓴다. 죽어가는 어머니는 책을 읽는 딸을 위해 더 밝은 불빛을 원할 뿐.

다시 한 번 로드킬당한 냉동닭을 보며, 오로지 자신의 서사만 늘어놓는 어디서든 주인공이고 싶은 빅 실버들이 오버랩 됐다. 비록 선명한 타이어 자국은 찍혔지만 그래도 닭은 맛있기라도 하지.

작가의 늙고 추함에만 관대해지는, 여자에게 더 적의를 드러내는 이웃.

작가는 언제든 손에 쥘 수 있는 가부장제의 왕관에 박힌 보석들에게 손을 뻗느니 검고 푸르스름한 어둠을 두 발로 통과해 지나겠다고한다.

 

이 책 속엔 다양한 책들과 예술가들도 소개된다.

나방들조차 맘에 들어하는 것 같다는, 작가의 냉장고에 붙여진 두 명의 예술가.

먼저 영국의 조각가인 바버라 헵워스~ 아래는 그녀의 대표작인 <펠라고스> 그리스어로 바다란 뜻이라고 한다. 추상적이고 기하학적인 모습으로 자연을 표현하며, 본 것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느낀 것을 그린다.


루이즈 부르주아는 마망이란 이름의 청동거미상으로 유명하다. 아버지의 불륜으로 상처받은 루이즈의 어머니는 테피스트리였다. 그런 어머니에 대한 연민을 떠올리며, 알을 품은 실 잣는 거미상을 만들었다고 한다.



 

또 한 사람은 에스더 마흘란구, 은데벨 부족의 일원이다. 은데벨 부족은 성인식 때, 여성들이 다양한 색깔과 무늬로 집을 꾸민다고 한다. 은데벨 부족의 크고 화려한 기하학무늬와 아름다움이 에스더 마흘란구의 특징이라고 한다. 재미있는 것이 에스더 마흘란구의 작품을 찾아보려 검색하니, 롤스로이스가 검색이 된다. 뭔가 하고 봤더니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누군가의 의뢰로 마홀란구 팬텀이 생산된 것, 가격은 알고 싶지 않다. 혹 관심이 있는데 약간 돈이 모자란 사람들은 BMW도 한 번 보라, 여기서도 마흘란구의 작품으로 아프리카 아트카를 제작했다고 한다.

 

미국 사진가 프란체스카 우드먼은 13살에 사진을 시작해서 23살에 자살했다

 

<우드먼은 끊임없이 벽 속으로 ,벽지 뒤로, 바닥 밑으로 사라지려 시도했고, 증기가 되어, 유령이 되어, 흔들리거나 얼룩으로 번져, 지워졌지만 알아볼 수 있는 여성 주체가 되고자 했다.>

 

 

공구를 가지고 다니며 전기 자전거로 장 본 짐을 실어나르고, 회의에 참석하며 분주히 살아가는, 작가가 써 내려간 글들이 가볍지만은 않다. 제도권에서 조금만 삐져나온 삶에도 사람들은, 그 삐져나온 부분을 잘라내고 싶어 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얼마나 언제부터 그렇게 반듯하게 살았다고, 그리고 반듯함의 정의를 언제부터 누가 독점하는가 말이다. 거기다 특허권도 없지 않은가. 그러니 너무 겁내며 살지 않아도 된다. 왕관을 쓰는 자 그 무게를 견디라고 하지만, 가부장제의 왕관엔 그 흔한 권력도 무게도 없다. 그저 낡은 먼지들, 그러니 어쩌면 다양한 삶의 모습으로 살아가며, 머리 위 먼지는 툭툭 털어버리는 것이 옳은 길이 아닐까. 아이들이 좀 더 자유롭고 행복한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나는 오늘부터 마음을 단디 먹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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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2-02-10 22: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니님, 축하드려요**
저도 오늘 도서관 가서 이 책 빌려왔는데 기대됩니다.
근데 언제 읽을 수 있을지! ㅠㅠ
서재에서 저만 살림하고 사는 것 같아요, ㅎㅎ

mini74 2022-02-10 22:30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 소를 키우세요 페넬로페님 ㅎㅎ 편한 저녁 보내세요 ~

독서괭 2022-02-10 23: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니님 축하드려요! 다시 읽어 봐도 아름다운 글이네요^^

mini74 2022-02-10 23:19   좋아요 1 | URL
앗 부끄럽습니다 ㅎㅎ 고맙습니다 독서괭님 *^^*

scott 2022-02-10 23: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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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2-10 23:31   좋아요 1 | URL
헉 초등 운동회때 박 터트리기 이후로 첨 보는 ㅎㅎㅎ 넘 정성가득합니다. 고맙습니다 스콧님 *^^*

러블리땡 2022-02-11 00: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mini74님 이달의 리뷰 축하드려요~ 항상 좋은 글 잘 읽고 있습니다 ^^

mini74 2022-02-11 06:32   좋아요 1 | URL
제가 더 고맙습니다 *^^*

희선 2022-02-11 23: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니 님 축하합니다 좋은 이월이네요 남은 이월 즐겁게 보내세요


희선

mini74 2022-02-12 09:41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희선님 *^^*

bookholic 2022-02-12 05: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mini74 님, 이번의 리뷰 축하드립니다.
늘 명품 리뷰 고맙습니다~~^^

mini74 2022-02-12 09:41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북홀릭님 ㅎㅎ 저도 축하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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