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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응주의자 ㅣ 대산세계문학총서 168
알베르토 모라비아 지음, 정란기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9월
평점 :
스콧님 소개로 읽게 된 책 👍
자신이 비정상일까 두려워하며 끊임없이 정상처럼 보이려 한 삶의 끝엔 나는 없다. 온 힘을 다해 자신이 아니고자 사는 삶이 순응일까.
사랑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을 정상의 범주로 보이게할거란 기대로 줄리아와 결혼하고, 대부분의 시류에밀려 남성성? 혹은 다수가 되고자 파시즘의 첩자가 된다. 이제 된 것이다. 남부럽지 않은 정상. 눈에 띄지않는 집과 평범한 인테리어와 평범한 아내와 딸. 그 속에서 인형놀이하듯 마르첼로가 있다. 그의 가슴은 여전히 불안하다. 평생을 괴롭혀온 우울과 살육, 내 사랑의 대상성.
처음 자신안의 폭력과 마주했을 때, 마르첼로는 친구에게 자신과 같은 행위를 강요함으로서 정상성을 얻고자 했지만 실패했다. 그리고 여기, 도마뱀의 죽음따윈 아무 것도 아닌게 되어 버리는 살인, 리노에게 총을 쏜 그 순간부터 마르첼로의 삶에 정상성이란 사라지고 없었다. 불안과 우울, 상처와 폭력, 아버지의 광기와 어머니의 타락.
그래서 그렇게도 가장 중산층이고 가장 무난해 보이는 여인을 만나 결혼을 했다.
그리고 자신의 폭력성, 리노에 대한 살인에 대한 정상성을 파시즘에서 찾았다. 자신과 똑같이 살인을 저지르는 자들, 그 속에 속해야만 그는 정상성을 찾아 평범하게 살 수 있다.
일평생 평범하지 못했던 그, 마르첼로가 자신의 아들이 아닐 거란 생각과 병으로 인해 미쳐버린 아버지, 마르첼로가 2살 때부터 끊임없이 불륜을 저지른 어머니, 부모의 무관심.
그리고 그를 가득 채운 건, 살육과 우울.
아무도 버팀목이 되어 주지 못하는, 사랑도 받지 못하는 어린 시절의 마르첼로, 모두의 놀림감이었고 나쁜 어른의 마수에서 자신을 도와 줄 그 무엇 하나 갖지 못한 마르첼로의 공허함은 동정심을 갖게 한다. (거기다 공원에서 만난 경비원, 반전까지 있다.)
폭격이 난무하는 그 풀밭에서 마르첼로는 드디어 정상성이란 땀내 나고 피곤한 옷을 벗을 수 있을까. 마르첼로의 고단하고 힘들었던, 자유롭지도 행복하지도 자신으로도 살지 못했던 그 삶을 누군가가 안아주었다면 어땠을까.
그는 상점 거울 앞에 멈춰 서서 오랫동안 자신을 바라보며감흥 없이 객관적으로 스스로를 관찰했다. 회색 양복을 입고수수한 넥타이를 매고 키가 크고 비율이 잘 맞는 체격에 가무잡잡하고 둥근 얼굴, 잘 빗은 머리와 짙은 선글라스를 낀 그는정말 다른 남자들과 다를 바 없었다. 그는 문득 대학에서 자신처럼 옷을 입고 말하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또래 남자가 적어도천 명은 된다는 사실에 기뻐했던 일이 생각났다. 이제 그 수치는 아마도 수백 배는 될 것이다. 그는 경멸과 동시에 씁쓸한만족을 느끼며,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의심 없이 자신이 정상적인 남자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마르첼로는 그것이 죄가 아니라 모두가 다 하는 일반적인 일이라는얘기를 들으려고 로베르토에게 자신의 잘못을 털어놓았다. 이제는 부모에게 상반된 기대를 가지고 똑같이 털어놓도록 스스로를 재촉하고 있음을 어렴풋이 깨달았다. 그는 자신이 끔찍한죄를 저질렀고 그에 상응하는 고통으로 속죄를 해야 한다며 소리 지르고 분노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고 싶었다. 첫번째 상황에서 로베르토가 면죄부 주기를 거부하는 바람에 그가 그런 행동을 되풀이하게 된 점이나 두번째 상황에서 그가 저지른 행동때문에 그가 심하게 비난받게 되리라는 점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실제로 그 자신도 잘 알고 있듯이, 그가 바라는 것은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비정상적인 성향으로 인해 다른 사람으로부터 격리되지 않는 것뿐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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