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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왜 이렇게 먹을까? - 식사 방식으로 본 한국 음식문화사
주영하 지음 / 휴머니스트 / 2018년 1월
평점 :
신혼시절 엄마아빠를 집으로 초대해 음식대접을 한 적이 있다.
저녁을 먹고 잠시 나갔다 온 엄마가 내 손에 까만 봉다리를 쥐어 주셨다.
그래도 사람이 먹그로 맹글어야지.
까만 비닐엔 다시다와 미원이 각 한 봉씩 들어있었다ㅎㅎㅎㅎ
그래 맛없는 거 먹이는 게 학대지 뭐.
지금은 그럭저럭 흉내는 내지만 대신 간을 볼 때면 한 대접씩 먹어보는 통에 밥 먹기전에배가 부르다는 ㅠㅠ
한 번은 떡볶이 양념을 하면서 한 열 번은 간을 봤더니 떡볶이가 국물 없는 떡비빔? 의 형상을 하고 나타났다. ㅠㅠ
그래서 이 음식의 유래는 말이지 뭐 이딴식으로라도 존재감을 뿜어보기로 했다.
“엄마 이 음식은 말이지. “
“시끄럽다 고마 치아뿌라. 간도 못 맞추는기 입만 살아가꼬. “
그렇다. 본전도 못 건졌다. 그래도 음식이야기는 재미있고 음식과 관련된 문화도 재미있다.
이 책은 왜 한국인은 양반다리로 신발을 벗고 방에서 먹는지에 대해, 식기에 대해서, 또 식후 커피 문화 등 우리 모르게 익숙해진 음식문화에 대한 기원을 이야기하고 있다.
부엌, 불의 언저리란 뜻이란다. 우리 집에서는 정지 솥과 도마가 놓여 있는 곳이란 뜻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꺽음부구조에 온돌 형태라 신발을 신지 않고 하루 종일 생활이 가능해서, 신발을 벗고 식사를 하지 않았나 추측한다.
유목민들은 낮은 앉은뱅이 의자나 털가죽 위에서 식사를 했다고 한다. 중국은 한나라 장건에 의해 이런 유목민 풍습이 받아들여져 식사시 의자를 사용했다고 한다.
유럽의 뽀얀 테이블보는 신분의 상징이었고, 그 후 옻칠 등을 한 멋진 식탁이 생기면서 식탁자랑을 위해, 테이블보 대신 뜨거운 음식 등으로부터 식탁을 보호하기 위해 테이블센터를 사용했다고 한다.
어린 시절 우리집엔 작은 소반이 있었다. 팔각형에 개다리 소반, 작고 앙증맞아서 주로 소꿉놀이를 하곤 했는데, 예전엔 모두 이런 작은 소반에 1인용으로 각자 상을 받았다고 한다. 큰상은 일본 나가사키의 싯포쿠요리에서 유래, 일본 요리옥이 인기를 얻으면서 사각반에 음식을 가득 쌓고 기생과 어울리는 문화가 생겼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도 자리배치는 중요했다고 한다. 최상위자가 북벽(주벽)에 그 다음은 동벽, 서벽, 남행 순서였다고 한다. 공자가 북극을 우주의 기준으로 생각했기에, 북쪽, 그리고 해가 뜨는 동쪽, 서쪽 이런 순으로 중요도를 정했다고 한다. 지금 최고의 상석은? 텔레비전이 잘 보이는 곳이라고 한다.
숟가락은 중국은 면요리나 만두 등을 자주 먹으면서 점차 쇠퇴했고, 일본 또한 밥이 찰져서 굳이 숟가락을 많이 사용할 이유가 없었다고 한다. 술문화에 대해선, 우리나란 음복도 원샷이었다고 한다.
가마솥에선 당연하던 숭늉이, 전기밥솥 등으로 대체되면서 사라졌고, 그런 숭늉의 자리를 대신한 것이 커피 라는 것.
이외에도 다양한 음식문화와 관습에 대한 이야기들이 사진과
문헌등을 통해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 책 속애서 >
1.다른 한편에서는 남성들의 군대 경험이 회식 자리에서의 좌석 배치 기준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여성에 대한 배려보다는 남성에 부속된 존재로서 여성의 자리를 정해주는 분위기가 자리 잡게 된 것이다. 공동체마다 많은 사람이 참석하는 회식이나 연회 때 적용하는 좌석 배치 규칙을 가지고 있다. 그 규칙에는 공동체에서 견지해온 역사적 경험을 바탕에 둔 문화 코드가 숨어 있다. 오늘날 한국인의 회식 자리는 민주화 군대화 남성화 자본화라는 기준이 좌석 배치에 숨어 있는 문화 코드가 아닌지 성찰해볼 일이다. ~156페이지
2. 술잔 돌리기는 공동체의 연대가을 강화시켜준다는 믿음이 작용했던 것이다. 그러나 술잔 돌리기에는 1960년대 이후 개발독재시대에 강화된 ‘집단주의’의식이 깊이 깔려 있다. 특히 한국의 성인 남성 대부분이 경험하는 군대의 집단주의는 직장 문화로 이어지고, 거기에 술잔 돌리기가 곁들여진다. 장교들 사이에서 시작된 ‘폭탄주 돌리기’도 마찬가지다. 검사나 판사나 기자나 교수나 술잔 돌리기를 통해서 한국 사회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남성들의 집단이기주의를 강화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325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