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에게 살해된 왕 - 프랑스 상징의 기원이 된 불명예스러운 죽음
미셸 파스투로 지음, 주나미 옮김 / 오롯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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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상징?
백합과 파랑은 돼지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 이 책의 내용이며, 그러한 내용을 뒷받침하는 역사적 사실들로 구성되어 있다.

1131년 10월 13일, 젊고 촉망받는 사내답고, 미래의 왕으로 교육받으며 커온 16살아 다 되어가는 루이 6세의 장자 필리프가, 집돼지의 습격을 받고 낙마해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집돼지라니, 용맹하고 성스럽고 자랑스런 왕자의 죽음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죽음이었다.
그 시절 왕들은 자신들의 용맹함을 보여주기 위해 사냥을 했고, 빈번한 사냥감으로 멧돼지가 꼽혔다. 그런데 불결하고 지저분한 집돼지에게 죽임을 당하다니 이건 불운의 그림자였다.
아버지인 루이 6세가 성직자들과 불화를 격고, 교황에 복종하지 않았기에 내려진 벌이었을까. 그저 상인의 길 잃은 돼지일뿐이지만 문헌 등에선 악마의 돼지로 표현된다.

돼지가 왜?
맛 좋고 모든 것을 내어주고, 거기다 사람과 가장 닮은 짐승(실제로 베르나르 소설에 보면 우리 조상이 유인원과 돼지의 만남으로 이루어졌다는 내용이 나온다.)이 왜?

돼지하면 떠오르는 것은? 고구려 시대 맥적, 지금으로 치면 양념고기인데, 아무래도 소고기는 힘들것이고 주로 멧돼지가 아니었을까 한다. 또 유리왕이 수도를 옮길 때, 제물로 바칠 돼지가 도망쳐 찾으러 갔다가 다다른 곳에 수도를 세웠다는 이야기며, 해인사의 금돼지 등 그렇게 돼지가 나쁜 취급을? 탐욕의 상징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또 반대로 복을 주는 돼지로 쓰이기도 한다.
13세기 유럽에서 돼지는 왜 악마가 되었을까.
유럽에선 돼지를 길에 풀어서 키웠다고 한다. 숲이 점점 사라지고 돼지들의 먹거리가 줄어드니, 길에서 키우면 골목을 누비며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것이다. 덤으로 온갖 사고를 치고, 아이들도 잡아먹고 했다는데, (실제 잡아먹기도 했다지만 유아살해의 핑계로 사용되기도 했을 듯) 그런 모습도 한 몫하지 않았을까.
그 후 14세기 들어서는 왕의 사냥감이 멧돼지에서 사슴으로 바뀌면서 사고는 줄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14세기에는 멧돼지마저도 악마의 화신이 된다.
앙리 드 페리에르가 쓴 <모두스 왕과 라티오 여왕의 책들>에선 멧돼지조차도 적그리스도의 현현으로 지옥을 연상시키는 동물로 서술되어있다.

필리프는 이미 아버지인 루이6세와 함께 프랑스왕이라 불렸다. 도유식이라고 해서 성스런 기름(클로비스의 대관식 때 비둘기가 가져다 줬다는 신성한 기름으로 치유의 능력을 가진다.)을 몸에 바르는 대관식을 치뤘으며, 그러한 의식을 통해 신성함과 치유의 능력을 가진 것으로 인정되었다.
필리프의 동생이었던 루이7세는 원래 성직자가 될 예정이었다. 루이7세는 얼떨결에 왕이 되었고, 아버지 루이 6세의 불경함과 할아버지 필리프 1세의 불륜과 파문에 의한 저주가 내려진 것이 아닐까 전전긍긍했다. 결국 루이 7세는 교회에 휘둘렸고 최악의 왕으로 기록되었다. 아내인 알리에노르와도 사이가 좋지 못해, 결국 근친이란 주장으로 무효화 시켰고, 알리에노르는 헨리와 결혼, 그 헨리가 바로 헨리2세가 되어 프랑스를 위협하는 세력이 되었다.
결국 그 불경함과 저주를 풀기위해, 그들은 성모마리아에 대한 숭배를 강화했고, 성모마리아에게서 가져온 도상을 프랑스의 상징으로 삼았다고 한다. 그것이 바로 백합과 푸른색.
백합 꽃잎 3개는 성모의 순결함을 의미한다.(결혼전에도 처녀, 결혼 후에도 처녀, 아이를 낳고도 처녀이니 3가지의 순결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흰색과 푸른 색 또한 순결함의 색이라고 한다.
결국 돼지에서 시작된 비운의 죽음이 프랑스의 상징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클로비스가 원래 두꺼비모양의 방패를 가지고 있었는데, 어느 날 천사가 나타나 두꺼비를 백합문양으로 바꾸어 줬다는 설도 있다고 한다.

돼지에 얽힌 이야기들을 통해, 어떻게 프랑스의 상징문양이 생겼는지, 그리고 돼지를 왜 불결하게 여기는지에 대해(이 부분은 마빈 해리스의 음식문화의 수수께끼와 유사)이야기하는 책이다.

왕가의 문장과 상징은 지금도 자주 볼 수 있다. 남편이 좋아하는 유럽 축구경기에서 말이다. 그걸 볼 때마다 돼지가 떠오르지 않을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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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1-07-03 17:3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제재특이하고 흥미롭네요! :-)

scott 2021-07-03 17:4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오! 이런 역사적인 이유 때문에 프랑스 요리에 돼지가 메인인 음식(고급코스)이 없었던거였군요. 몸에 바르는 대관식 ㅎㅎㅎ 멧돼지 사냥하다 죽는 경우가 많아서 사슴으로! 프랑스에서 크리스마스가 있는 12월에 사냥한 사슴으로 먹는 풍습?이 있습니다 지금은 사냥은 금지되어서 마트에 가면 훈제용으로 팔고 있는데 보통 가정에서 울나라 김치 냉장고 크기에 사슴고기 쟁여두고 와인에 푹 담가서 스튜나 구이용으로 먹더군요 이런 역사적 배경이 있었다니 미니님 덕분에 새록 새록 알아감요 ^ㅅ^

mini74 2021-07-03 18:03   좋아요 4 | URL
지금도 사슴고기를 먹는건가요?! ㅎㅎ 저도 스콧님덕에 또 알아갑니다 ~

페넬로페 2021-07-03 17:5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돼지에 얽힌 이야기들이 재미있어요
특히 루이 6세의 장자 필리프의 사고는 참 황당했군요^^요즘 연탄불에 돼지고기 구워 맥젓에 찍어먹는 돼지고기 파는 식당도 많은데 비오는 날 뭘 먹을까 고민됩니다^^

mini74 2021-07-03 18:04   좋아요 4 | URL
저는 지금 김치전 먹고 있습니다 *^^*

미미 2021-07-03 17:5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오호 프랑스는 그래서 백합!! 잉글랜드의 저 문장은 무슨 동물이고 왜 굳이 3마리가 그려져 있을지 궁금하네요. 이런거 왜 학교에서 안가르쳐줬는지, 공부가 더 재밌었을텐데 말이죠!🤔

mini74 2021-07-03 18:12   좋아요 4 | URL
삼사자라고 사자 세 마리, 위대한 사자왕을의미한다고 알고 있어요. 잉글램드축구팀이 영국왕실에 허락을 받고 쓰고 있다네요. 원래 잉글랜드가 프랑스도 자기꺼라고 프랑스의 상징인 백합도 그려 넣었다고 합니다 ㅎㅎ 맞아요. 국기에 대해서도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은데 말이지요 ~~

새파랑 2021-07-03 21:5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프랑스 상징에 이런 사연이 있었군요. 돼지가 얼마나 맛있는데 ㅎㅎ 이래서 편견과 미신이 무서운거 같아요 ㄷㄷ

mini74 2021-07-03 21:53   좋아요 4 | URL
너무 맛있어서 악마라고 하는건 아닐까요 ㅎㅎ *^^*

붕붕툐툐 2021-07-03 22: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돼지가 왜? 맛좋고~ 에서 빵터졌습니다. 나름 진지하게 읽고 있었는데~ㅎㅎ
실제로 돼지고기를 다 익혀 먹으라는 건 돼지 조직과 인간 조직이 가장 비슷해서 기생충이나 세균이 옮아서 살 수 있는 확률이 있어서라더라구용~^^

mini74 2021-07-03 22:34   좋아요 3 | URL
앗 그렇군요. 다행히 저는 바싹 구운 걸 좋아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