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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축제자랑 - 이상한데 진심인 K-축제 탐험기
김혼비.박태하 지음 / 민음사 / 2021년 2월
평점 :
전국~~ 축제자랑!
부부작가의 에세이집, 전국의 축제를 찾아 떠난 이야기다.
신나고 즐겁고 웃기고, 또 작가들이 묘사한 그 분위기와 키치적 느낌이 너무 생생해서, 나도 모르게 충남 예산의 “의 좋은 형제 축제”를 가서 볏단을 지고 나르는 체험을 해야 하나 잠시 고민했다.
의령 의병제에서 울려퍼지는 김연자님의 “아모르파티”를 들으며 이쯤이면 이제 “코기토 에르고 숨”제목의 트로트쯤은 나와야 되지 않느냐는 드립에 빵 터지고 말았다.
곳곳에 숨어 있는 이 두 부부의 유머와 재미, 그리고 따스함과 예상치 못한 만남들에서 오는 성찰 등이 전국축제 지도를 만들어서 한 번 가볼까 하는 생각까지 불어넣게 한다.
실존인물임에 놀란 충남 예산의 의좋은 형제 축제, 삭힌 홍어에 진심이신 영산포홍오축제, 숙연함과 기개과 뜻하지 않은 감동을 준 의령의병제전(부자 기 받기 체험?은 좀 씁쓸했지만) 아랑과 아리랑이 대강 버무려진 밀양아랑축제, 나도 꼭 가보고 싶게 만들어지는 지역민들의 노력가득한 강릉단오제, 뭔가 난감한 젓가락페스티벌, 근처도 가고 싶지 않은 와일드축제 (메뚜기나 돼지코나 밀웜....미래식량이라지만 그렇다면 너무 두려운 미래.)태백산맥으로 우뚝 선 벌교꼬막축제, 산청곶감을 검색하게 만든 곶감축제 등을 소개하고 있다. 쇠락해가는 지역의 우울한 단면위로 어떻게라도 해보자는 의지가 담긴 축제의 모습들이 서럽다. 문을 닫는 상가와 나이 든 사람들만이 어슬렁 거리는 읍내, 쇠락하는 지역의 모습만큼 지역의 축제는 낡아보이기도 하고 뭔가 어색하고 엉터리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 속엔 언제나 진심인 사람들, 그리고 정말 열심인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촌스럽지만 정겹고, 소란스럽지만 싫지 않다.
이 중 영양연어축제는 마음이 아팠다. 김산하작가님( stop시리즈와 야생학교 등의 저자)은 물고기란 말 자체가 잔인해서 싫다고 한다. 물에 사는 고기, 얼마나 인간위주의 이름인가. 물고기대신 물살이로 부르자고 한다. 물살이 체험, 사실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 아이들을 위한 체험이라는 말로 물살이를 잡아 괴롭히거나 죽이고, 혹은 돌고래 체험이라며 좁은 수영장에 갇힌 이들을 만지고 땡기고....생명의 존엄따윈 없는 체험장에서 아이들은 무엇을 배울까. 자신의 손에서 빠져나가려 갖은 힘을 쓰는 그 생명체의 값어치를 알까? 기껏 체험비의 가치로만 알까. 이 책에서도 이런 문제점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집단학살이나 마찬가지인 그런 체험이 축제와 만나 무슨 흥겨움을 더할까. 물론 우리 더한 일들도 하면서 살아가지만, 그건 재미로 자행되는 일은 아니지 않은가. 한순간의 여흥도 몇천원짜리의 즐거움도 아니지 않은가싶다.
어쨌든 오랜만에 정말 너무 신나게 웃으며 읽은 에세이다. 저 난감하고 정신없고 두서없지만 정겨운 축제들 속에 어여 끼어들고 싶다. 내년엔 가능할까, 볏단 나르기도 자신 있고, 더 자신 있는 건 시식! 이다.
마지막으로 책의 날이 드디어 내일이다. 오늘도 어울리는 그림 하나,
그리고
“책 한 권을 판다는 건, 12온스의 종이와 잉크와 풀을 판다는 게 아니다. 완전히 새로운 삶 하나를 파는 것이다. ” ~크리스토퍼 달링턴 몰리~
(이 명언은 독자보단 알라딘에 더 어울리는 문구가 아닐까 ㅎㅎ)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책 한 권을 읽으면서 자기 인생에 전기를 맞이했을까"
~헨리 데이비드 소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