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령군 - 조선을 홀린 무당
배상열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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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오군란이 발생하자 분노한 군인들이 자신들을 차별한 중전 민자영(명성황후)을 해하기 위해 경복궁으로 쳐들어갔다. 이 때 중전은 상궁으로 위장하고 시위 무관 홍계훈의 등에 업혀 탈출을 감행해 장호원으로 도망가 은신하고 있는 민자영에게 한 무녀가 찾아왔다. 그녀의 성은 이씨, 한양 천민으로 외가가 있는 충주 김모에게 시집갔으나 일찍 과부가 되었다고 한다.어떻게 무당이 되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으나 충주 장호원에 피난하고 있는 명성앞에 나타난  무당은 꿈에 신령님이 나타나 중전이 장호원에 있다고 알려주었다고 하며 지금은 때가 아니니 몇 달 후에 돌아갈 것입니다”라고 예언 했다고 한다. 권력을 장악했던 흥선 대원군이 청으로 끌려가자 다시 환궁울 한 명성황후는 앞날이 불안하고 답답했던 시기에 환궁을 예언했던 그  무당을 궁으로 불러들였다. 임금께 아뢰어 봉군의 은전, 즉 진령군이라는 작호까지 내렸다. 무녀가 자기는 관우의 딸이라고 하면서 관우 사당인 관왕묘(關王廟)를 건립하자고 청하자 이에 중전은 즉각 관왕묘를 짓고, 무당을 그곳에 거주하게 하였다. 무당이 거주하는 북묘 앞에는 구관 기복하는 사람들이 보낸 금은보화를 실은 수레가 끊이지 않았다고 하며,  날마다 왕실을 위해 산천 기도는 물론이요, 굿판과 제사가 쉴 날이 없었다고 한다. 허약한 세자(순종)의 병을 고친다고 굿판을 벌이고  금강산 1만 2천봉에 쌀 한섬과 돈 천냥, 무명 한 필씩을 얹은 것도 이 때의 일이다. 책에는 , 망국의 굿판을 벌이며 나라를 어지럽게 만든 진령군 이야기뿐 아니라 그들이 집권했던 시기의 대내외 정세와 국민들의 삶을 도탄에 빠트린 그네들의 무능함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저자는 진령군과 그를 둘러싼 인물들이 빚어내는 비극적 역사를 통해  데콜카마니 같은 지금의  참담함의 근원을 찾아 거슬러 올라갔다.

이 책을 읽으며 오늘날의 현실이 떠오르게 만들었다. 혹세무민의 무당에게 홀리고 만 권력층, 민비와 고종의 일만이 아니라 작금에 일어난 또 한명의 진령군이 환생한 듯 나라를 어지럽히는 말도 안되는 국정농단이 재현되는 현실과 외세의 입김에 좌충우돌하는 세기말 모습들이 또 다시 재현되는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까지 드는것은 너무 앞서가는 기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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