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달러 트랩
에스와르 S. 프라사드 지음, 권성희 옮김 / 청림출판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기축통화로 자리 잡은 달러는 10년을 주기로 몰락이 임박했음을 예고하는 사건들을 겪었다. 그때마다 전문가들은 어김없이 달러가 곧 붕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건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이 무너지면서 시작된 금융시장의 붕괴였다. 미국에서 발생해 전 세계로 퍼진 글로벌 금융위기는 머지않은 어느 순간에 달러가 대표적인 기축통화로서 지위를 다른 통화에 내줄 수 있다는 관측을 낳았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전이된 것은 '서브프라임모기지'와 연계된 파생상품시장의 규모가 얼마인지 아무도 모른다는 지적이 나올 만큼 불확실성이 만연한 탓이 크다. 시장은 불확실성을 싫어한다. 당시의 대부분 금융전문가들의 주장은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가 위험하다는 것이었다. 경제가 혼란기에 접어들면 부의 이동이 시작되고 그걸 잡으려는 움직임은 치열한 전투를 방불케 한다. 거의 붕괴 직전까지 갔던 미국 금융 시스템과 효율적인 정책 결정을 가로막는 미국의 정치적 교착 상태, 중국의 위안화 같은 신흥국 경쟁 통화 등의 부상으로 달러가 주요한 준비통화의 자리를 빼앗길 것이라는 관측은 힘을 얻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많은 금융가들이 예측했던 달러화 가치의 붕괴는 현실로 나타나지 않았으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오히려 점점 더 강해졌다.
이 책 '달러트랩'의 저자는 에스와르 S. 프라사드 코넬대학 교수이다. 저자는 세계적인 환율 전문가이자 미국 오바마정부 최고의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의 선임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석학이기도 하다. 저자는 "달러는 절대 한순간에 무너지지 않는다" 라는 말로 압축되고 있는데 금융위기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국제 통화 시스템, 미국의 정책들이 역설적이게도 달러의 중요성을 강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달러 중심의 시스템이 왜 무너지지 않는지, 왜 사람들이 달러를 안전자산으로 원하는지를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다. 대규모 금융자본이 미국 국채를 포함한 달러화 자산에 묶여 있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은 달러화 붕괴를 피하고자 하는 강력한 동기를 갖는다는 것이다.
왜 경제는 항상 등락을 반복하는가? 과거 몇 십년 몇 백년을 봐도 파도처럼 똑같은 패턴을 나타내고 있다. 여기서 놀라운 사실은 역사는 계속해서 반복되며 인류는 계속해서 똑같은 멍청한 실수를 반복한다는 사실이다. 돈이나 재화는 변하지 않는데 변화에 따라 화폐의 가치가 없어져 구매력이 떨어지는 것이 근본적인 물가 상승은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전 세계에 불고 있는 양적팽창은 허구에 기인한 미봉책으로서 돈의 가치를 저버린 각국 정부의 허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관중인 금의 가치보다 초과로 발행돼 야기되는 문제점을 간과한 망상가들의 작품에 불과한 것이다.
전세계 금융시장이 발전하면서 미국은 더 이상 다른 국가보다 엄청나게 앞서가고 있다고 확신하기 어렵게 되었다. 미국 달러화의 잠제적인 경쟁자로 신흥국 통화가 나타났고 특히, 경제 규모나 역동성 측면에서 급부상한 중국의 급부상은 미국 달러의 위상을 위협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7년이 흘러 이젠 중국 증시의 거품붕괴가 세계 금융위기론의 진원지로 꼽힌다. G2(주요 2개국)가 번갈아 가며 세계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벌어진 중국의 증시 폭락은 독립적이고 우연히 일어난 사태가 아닌,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중국 증시 폭락 뿐 아니라 그리스사태, 유럽의 금융위기 등도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가 나비효과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라는 것이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처럼 신흥국 위기가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나 1929년 대공황처럼 금융시장 붕괴가 실물경제 침체로 이어질 것이라는 걱정도 사그러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