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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오는 편지 - 최돈선의 저녁편지
최돈선 지음 / 마음의숲 / 2015년 10월
평점 :
이 책의 저자인 최돈선님은 1970년에 시로, 이듬해의 신춘문예에 동시 〈철이와 남이의 하루〉로 당선되신 분이라고 한다. 나는 이 최돈선이라는 작가를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시인은 삶을 관통하는 네 가지 정서인 ‘그리움’, ‘사랑’, ‘슬픔’, ‘아름다움’으로 장을 나누었다. 그리움이 나를 부르면'에서는 이제 더는 만날 수 없는 사람들과 돌아갈 수 없는 어린 시절, 추억이 깃든 고향 등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특히, 책에는 어머니에 그리움이 많이 담겨 있었다. 오랜전 저자가 태백준령의 고갯길에서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도 교사로 첫 부임시 어머니가 사주신 자신의 분신과 같은 구두를 찾았던 이야기며 치매에 걸리신 어머니가 그 구두를 신고 나가 잊어 버렸던 일은 읽으면서도 그리움으로 가슴이 먹먹해 지는 대목이었다. 다시 돌아오지 못한 과거의 아름다운 추억들을 생각하면 가슴 안쪽으로 아련한 느낌이 들게 된다.
시인의 글은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치열한 고민들이 담겨 있다. 가슴속 따뜻한 그리움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 바로 우리의 이야기는 서정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모든 게 빛의 속도로 돌아가는 세상이다. 기술은 디지털로 가더라도 감성은 여전히 아날로그일 수 밖에 없다. 정신 없이 돌아가는 세상이 그립지도 않았고, 행복하지도 않았다는 것을 그 사이 깨달았기 때문이다. 빠른 속도에 중독된 사람들은 불편함을 참지 않는다. 저자는 행복은 그 불편함 속에, 느리게 흐르는 시간 속에 있다는 점을 깨닫게 해준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작고 여리고 힘없는 것들을 끈질기게 응시하고 시선을 보내는 저자의 편지에서 설렘과 두근거림, 그밖의 그리움과, 쓸쓸함 등을 포함한 광대한 영역의 감정들을 한 문장을 통해서 느낄수가 있었다. “편지는 그리움이고, 그 그리움을 채우는 여백이다. 편지엔 기다림이 있고 부치는 즐거움이 있다.”라고 말하는 작가는 책을 읽다보면 작가 자신이 자신에게, 어머니에게, 또는 동료에게 하는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 슬픔도 잠시 책 읽는 것을 멈추고 생각에 잠기기도 수차례 반복했다. 그만큼 한 페이지 마다 쉽게 넘길 수 없고, 나를 붙잡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