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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처럼 여행하기
전규태 지음 / 열림원 / 2015년 7월
평점 :
이 책의 저자인 전규태 시인의 약력은 대단하다. 명문대를 나와 박사학위를 받고 시인으로서 평론가로서 활동하면서 외국의 명문대 교수를 하신 한국 국문학계의 전설적인 인물이다. 또한 예술에 대한 재주도 남다른 것 같다. 어쨌든 대한민국에서 그야말로 “난” 사람인 것 같다.
저자는 1998년 췌장암 말기로 3개월 시한부 인생이라는 진단을 받은 뒤 주치의는 치료보다 차라리 좋아하는 여행을 하길 권했다고 한다. 저자는 이탈리아 시인 단테의 발자취를 찾아가는 것을 비롯해 서유럽의 문학과 지성의 향내를 찾아다녔다. 파리, 베를린, 본, 뮌헨, 함부르크, 암스테르담, 프라하, 부다페스트를 화구 하나 챙겨들고 '출가하는 심정으로 속세를 떠나 정처없이 떠돌아다녔더니 어느덧 암이 극복되었다고 한다.
이 책 '단테처럼 여행하기'는 바로 이런 어렵던 시기에 떠났던 저자의 여행기를 담고 있다.
저자가 세계를 여행하면서 죽음을 극복한 아름답고 감동적인 사랑이야기다. 그동안 주치의의 권유대로 오직 그림 그리는 일에만 몰두, 그가 세계 여행을 하면서 그린 주옥 같은 작품들이 삽화로 들어있어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한다. 수채화, 유화, 크로키 등 다양한 형식의 그림들이 글과 어우러지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저자가 남은 3개월이라는 시간을 전세계를 여행하기 위해 훌쩍 떠난 여행 이후 지금껏 쓴 글이라서 그런지 여느 여행기와는 다른 느낌이다.
병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살려고 하는 강한 의지와 긍정적인 사고에서 아름답고도 담담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가 있을 것이며 삶과 죽음이 자연의 일부라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또한 저자는 수많은 독서와 사유 속에서 건전한 정신력과 비판력을 함양해 왔으며 그의 삶과 문학,미적 예술을 즐거움과 행복이라는 관점에서 찾고 안분지족심을 보여 주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췌장암 수술을 받고 살아남은 사람이 작가 외에는 없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도 하지만, 사실 우리 몸이 가지고 있는 시스템은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는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걸 내려놓고 긍정적인 생각을 해서 몸이 좋은쪽으로 변하게 된게 아닐까 싶다.
책에서는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언급되어있다. ‘삶이 유한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자기 삶을 계획하고 끊임없이 열정을 바치는 것’이라고 말한 부분이 가슴이 와 닿았다. 나도 죽음을 생각해보면 삶에 대한 자세가 달라질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해보게 해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