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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사회 - 불평등은 어떻게 나라를 망하게 하는가
최환석 지음 / 참돌 / 2015년 5월
평점 :
품절
오래전부터 우리 사회에는 갑과 을이 존재하였다. 수면 아래에서 쉬쉬하며 주어진 상황을 견디어왔던 을의 모습이 이러저러한 형태로 세상에 알려지면서 갑은 갑대로 을은 을대로 자신의 생활과 처지에 따라 발생하는 사건들에 대하여 공감하기도 하고 울분을 토로하기도 한다
한국에서 무슨 계약을 체결할 때 계약서 첫머리에는 반드시 갑(甲)과 을(乙)이 등장한다. 계약당사자를 간단히 표시하는 글자다. 갑은 대개 계약을 주는 쪽이고 을은 계약을 받는 쪽이다. 그래서 대체로 갑이 더 힘이 센 쪽이다. 그러므로 계약서는 갑에게 유리하게 작성되기 마련이고, 갑이 부당한 요구를 해도 을은 따라갈 수밖에 없다. 이런 갑의 횡포를 “갑질”이라 하는 것 같다. 갑같이 오만하게 행동한다는 뜻일 것이다.
어느 순간 우리 사회는 갑과 을의 사회로 이분화되었다. 회사에서도 거래처간에 갑과을이 존재하고 있고, 사람들 사이에서도 갑과 을은 여전히 존재했다. 학교를 가도 갑과을은 쉽게 찾아낼 수 있고, 사회의 어느 단면을 보더라도 갑과 을은 우리의 시야에서 항상 눈에 띄었다. 어느때부터였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렇게 갑과 을은 우리 곁을 맴돌고 있었다.
요즘 주위에서 자주 입에 오르내리는 말 중의 하나는 “갑질한다”이다. 얼마전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의 항공기 불법회항 지시사건 때문일 것이다. 요즘 자주 언급되는 ‘갑질’은 한국 사회를 설명하는 중요한 열쇠말이다. 위계와 서열 등이 존재하는 권력 관계에서 작동되는 이 단어는 ‘비굴’을 강요받는 사회적 약자를 파괴할 뿐 아니라 연대를 가로막는다. 중요한 것은 갑질은 특정한 계급에 의해서만 작동하지 않는다. 자신보다 약한 사람에게 권력을 가진 사람이 하는 짓을 되돌이표처럼 행한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이 책의 저자는 폐쇄적인 사회가 양극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살펴보며 대한민국을 응시하고 있다. 정부와 기득권층은 1퍼센트의 이익이 마치 나머지 99퍼센트에게도 이익이 되는 양 주장하며 불평등을 합리화하고 있다는 것. 갑질은 바로 이 왜곡된 성과주의에서 뛰쳐나온 사회적 신분 서열제의 산물이라는 결론으로 우리나라의 불평등, 양극화의 시대를 진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