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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힘
강상중 지음, 노수경 옮김 / 사계절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마음의 힘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과 토마스 만의 <마의 산>의 주인공이 만나 대화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어 두 소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을 살펴보자. 이 소설은 주인공들의 ‘마음’을 잘 담아낸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크게 세 개의 구성으로 되어있다. 1부에서는 선생님과 나 사이의 관계가 시작되며 왕래를 하며 오가는 대화를 담아내고 있고, 2부에서는 몸이 아픈 아버지와 대학을 졸업한 내가 고향에서 같이 살며 나타나는 일련의 과정을 담고 있고 마지막 3부에서는 선생님이 자살하기 전 자신의 과거를 ‘나’에게 적어 보내는 편지의 형식으로 마무리된다.
소설을 읽는 내내 내가 고민을 했던 것은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것이었다. 그 물음의 첫째는 ‘타인과의 관계’는 과연 인간에게 필수적인가? 라는 생각이었다. 쉽게 답을 내릴 수 있는 부분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지만, 무엇보다도 인간은 혼자서는 아무 일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라는 면에서 생각해본다면 타인이라는 존재는 필수적이다. 게다가 이러한 감정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물질적인 측면에서도 모두 타인의 존재 없이는 우리는 살아갈 수 없다.
그런데, 두 번째 물음 ‘타인과의 관계’가 과연 인간에게 이로운가? 라는 물음에서는 답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1970년대 일본에서 등장한 용어가 있다. 바로 ‘히키코모리’ 이다. 이는 틀어박히다라는 듯의 ‘히키코모루’의 명사형인데, 일본에서 등장해 1990년대 말부터 한국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최소한의 인간관계만 유지하고, 최소한의 동선으로 바깥 세계와 관계하며 집에서만 틀어박히는 현상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이 병리적 현상으로 단순히 그들이 특이한 증상을 가지고 있다고 그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타인과의 관계 기피는 우리 시대 젊은이들의 공통적인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높아진 취업의 벽 앞에 우리의 자존감과 자신감은 한 없이 바닥을 치는 가운데 우리를 지켜주고 돌봐주었던 이들이 우리를 가장 힘들게 하는 타인으로 변한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적어도 한쪽이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거나 기분이 나쁠 경우 이는 더 이상 ‘이롭다’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다음으로 토마스 만의 <마의 산>.왜 작품의 제목의 '마'의 산인지 어렴풋이 깨닫고 있다. '마'는 죽음과 병마에 붙잡혀 절망하는 상태, 앞으로도 뒤로도 가지 못하고 지루함을 달랠 소일거리만 찾아헤매는 상태를 뜻하는 것이었다. 결국 카스토르프는 생동감이 넘치는 삶에 대한 긍정을 7년의 세월 끝에 찾기는 했다. 그것이 요아힘의 경우 온전한 자기 의지라면, 카스토르프의 경우 외부의 상황이라는 점이 다르다고 보지만 어쨌든 그는 그 의미를 찾았고, 움켜쥐었다. 그 깨달음을 안은 그를 뒤로 하고 토마스 만은 슬쩍 뒤로 빠진다. 그가 의미를 찾아낸 것 만으로, 그의 병이나 죽음이나 그 밖의 생의 자잘한 굴곡들은 논할 필요가 없다는 듯이 말이다.
이 소설에서 비춰지는 주인공을 특징짓는 단어는 “평범하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는 ‘위대한 평범’이다. 이때의 평범은 ‘지표적인 평균치’가 아니라 “폭넓은 선택지 중에서 가장 최적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고른다”는 의미다. 우리는 타인을 통해 우리 자신을 바라보기도 하고 내 자신을 타인에게 투사시키기도 한다
관점을 바꾸면 미래가 바뀐다" 말처럼 일상적인 생각의 틀을 깨어서 새로운 시각으로 자신의 내부를 들여다보게 만들어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