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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원의 승부사들 - 사모펀드 최고수들이 벌이는 혈전
박동휘.좌동욱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최근 사모펀드가 큰 화제이다. 사모펀드는 우리가 알게 모르게 주변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우리나라에 법적으로 제도가 만들어진 후 사모펀드가 도입된 시기가 2004년이니 어느덧 우리나라에 사모펀드 시장이 열린 지가 10년이 넘었다. 사모펀드는 소수의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을 주식·채권 등에 운용하는 펀드이다. 주로 기업경영권을 인수한 뒤 기업 가치를 올려 되파는 ‘바이아웃’을 한다. 이 책은 1조원을 다루는 최고수 승부사들의 이야기다. 이 책의 저자는 한국경제신문에서 사모펀드를 담당하는 받동휘, 좌동욱이라는 기자들이다. 저자들은 금융시장의 새로운 권력이 된 사모펀드의 숨겨진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의 제목처럼 1조원을 주무르는 사모펀드를 만들려면 운용사는 최소 100억 원의 자기 자본을 넣어야 하며 자칫하면 투자한 기업이 망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전한다. 저자들은 지난 10년간 우리나라에서 운용한 사모펀드가 천문학적인 수익을 남긴 오비맥주 인수 등의 기업인수 및 투자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소수의 비공개 투자자에게서 모집한 자금으로 운영되는 사모펀드들이 보여주는 M&A(인수합병)의 민낯은 말 그대로 전쟁터다. 온갖 흑색선전이 난무하고 각종 전략과 전술이 동원된다. 그 덕인지 사모펀드 창업자 중에는 억만장자가 많다. 실제 그 주역들은 인수 후 기업 가치를 얼마나 끌어올리느냐에 따라 단 한 건의 거래로 수조원의 이익을 내기도 한다. 반대로 황금을 좇다가 쪽박을 차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사모펀드는 ‘리스크 관리의 종합예술’이라는 평가부터 ‘세상에서 가장 짜릿한 도박’으로까지 불리기도 한다.
책에는 세계적인 사모펀드인 KKR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 이들이 인수한 회사는 수없이 많으나 그 중에 우리에게 잘 알려진 RJR Nabisco, Kodak, Del Monte, Shoppers Drug Mart 등이 있다. 한마디로 굵직한 M&A 딜 뒤에는 KKR이 있었다. KKR은 기업인수합병 방식에서 고비율의 부채를 이용한 레버리지투자방식(LBO)으로 유명해졌는데 KKR의 창업자들이 이같은 방식을 사용한 논리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일반인들은 거금이 들어가는 주택을 마련할 때 거의 모기지를 이용해 산다. 몇 년 후 주택가격이 많이 올라 이익을 남기고 되팔면 소액의 자기자본으로 막대한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이같은 논리로 대규모 기업을 인수할 때 거액의 차입금을 이용, 현금흐름을 잘 관리하면서 되팔면 막대한 자기자본수익률(ROE)을 올릴 수 있는 논리다.
사모펀드 기업은 자신들을 증명할 시간이 헤지펀드에 비해 많고, 포트폴리오 기업에 대해서 통제를 가할 수 있어서 시장의 시련에 대해서 이겨낼 시간과 기회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헤지펀드 투자자들은 실제 실적을 매달 확인할 수 있다. 만약 실적이 좋지가 않다면 운용자산이 줄어들고 이는 운용사에게 큰 문제로 나타날 수 있다. 대체적으로 사모펀드는 유동성이 낮은 자산에 장기적으로 투자하고 경영권 등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
책의 내용은 국내 사모펀드의 내부사정에 대한 심도 깊은 분석으로 금융시장의 새로운 권력으로 떠오른 사모펀드에 대해 알 수 있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