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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불은 끄지 말 것 - 사랑이거나 사랑이 아니어서 죽도록 쓸쓸한 서른두 편의 이야기
김종관 글.사진 / 달 / 2014년 8월
평점 :
이 책에는 사랑에 관한 짧은 이야기 서른 두편이 담겨져 있다. 책은 꽁트와 산문 그리고 저자가 직접 촬영한 감수성이 느껴지는 사진들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가 지금은 폐간되어 나오지 않는 영화잡지 <무비위크>의‘케빈의 섹시한 페이지’에 연재했던 내용들이다. 서른두 편의 이야기 속 주인공은 다르지만, 모든 이야기는 ‘사랑과 욕망’이 담겨 있다.
사랑, 행복과 불행, 육체적 욕망과 정신적 결핍으로 인한 일탈 등 사랑과 욕망 사이를 가르는 날카로운 느낌은 무엇일까? 무엇이 그들을 좌우로 구분해 줄 수 있을까? 파멸! 혹 사랑이라는 말이 파멸마저도 껴안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욕망에 휩쓸린 육체만으로 다가오는 파멸마저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사랑에는 그런 용기가 있는가?
결국은 성질이 닮은 욕망끼리 으르렁거린다. 자기 자신에 관대하면 서 자기 자신을 미워하기 때문.(p.163)
욕망( 慾望 )이라는 한자를 순 한글로 바꾸면 사랑이 가장 가깝지 않을까싶다. 사랑없는 하룻밤 허튼 욕망이야 언급할 필요가 없을테니 그렇다면 욕망없는 사랑을 사랑이라 말할 수 있을까? 사랑은 욕망의 부분 집합인가? 사랑은 욕망의 소품일 뿐인가? 연애라는 게, 욕망과 이타심 속에 갈등하는 시간이 아닐까 싶다. 내 욕망을 챙기면서 생기는 부작용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낮과 저녁의 명확한 구분은 없다. 한 땀의 이음새없이 낮과 저녁은 매끄럽다. 사랑과 욕망도 그런 것이 아닐까? 아직은 낮이라는 말과 벌써 저녁이라는 말은 같은 말이다. 지독한 사랑과 지독한 욕망 사이를 구분짓는 적절한 말이 있기는 한 걸까? 어떤 느낌! 이라는 것은 있을까?
세상이 무너질 듯 간절했다가 또 어느샌가 세상에 더없이 시시하고 시큰둥해지는, 사람이 사람을 만나 사랑을 나누는 모든 순간이, 우리가 사랑에 관해 할 수 있는 모든 상상의 최대치가 들어 있다. 그는 흘러가는 시간의 서사 속에 한 장면을 포착해 '보고'있는 것처럼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사랑에 의무를 지는 일은 사랑에 대한 모독이다. 사랑의 본질은 오직 권리일 뿐이다. 욕망은 댓가를 치르는 방향으로 치닫는다. 사랑이라는 게 댓가를 치러야 하는 욕망에 대해 자유로운 권리를 부리는 것으로 구분되어지는 것은 아닐까? 욕망은 의무를 지는 것으로 사랑으로부터 멀어진다고 말해도 될까?
계절과 거리와 단지 두 사람만으로, 관계의 이야기들을 만들어보았다. 이야기는 돌고 돌며 끝없이 이어진다. 책장을 넘기는 누군가, 불을 밝히는 여행에 이 책의 용도가 있기를 바란다.(p.2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