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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사는 것의 의미 - 지친 영혼을 위한 여유로운 삶
피에르 쌍소 지음, 강주헌 옮김 / 공명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느림은 민첩하지 않고 차분한 기질인 사람의 특징이 아니다. 느림이란 우리의 행동 하나하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조금이라도 더 빨리 벗어나겠다는 조바심에 서둘러 행동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우리 삶의 대부분은 무의미한 일로 채워지는 게 아닌가?
[글쓰기] 중
한국으로 취업을 오는 동남아인들이 가장 먼저 배우는 한국말 중 하나가 '빨리빨리'하고 한다. 그만큼 우리나라사람들에게는 '빨리빨리'는 익숙한 말이다. 오늘의 경제성장을 가능케 한 원동력이 되었다는 '빨리빨리 정신'은 현대 한국인들이 세계에서 가장 급한 성격을 가진 민족으로 급부상시키게 되었다. 이런 이유에서라도 ‘세계서 가장 여유 없이 ‘빨리빨리’ 살고 있는 한국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 바로 이 책 '느리게 사는 것의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인 '피에르 쌍소'는 속도 경쟁의 시대에서 쫓기듯 허둥지둥 바쁘게 움직이는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지혜를 전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느림’이고 ‘느림의 삶’이다. 저자는 첫번 째 챕터에서 '시간의 압력에서 벗어나기'라는 제목으로 느린 삶에 대한 문화 사회학적 접근방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 느리게 사는 지혜를 갖추는 삶의 태도'는 한가로이 거닐기, 듣기, 권태, 꿈꾸기, 기다리기, 마음의 고향, 글쓰기, 포도주, 모데라토 칸타빌레 아홉 가지다.
한가롭게 산책하며 다른 사물의 소리와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내면의 느낌을 적어보는 글쓰기를 하는 등 이 책이 제시하는 아홉가지 삶의 태도는 목적도 없이 발맞추기에 급급한 세상사를 초월한, 권태를 즐김으로 인해 얻는 수많은 가치들을 위한 것이다. 휴식을 취하게 함으로써 우리 영혼이 숨쉴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느림’은 게으름이 아니고 도태나 일탈도 아니다. 빠른 속도로 박자를 맞추지 못하는 무능력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개인의 성격 문제가 아니라 세계에 접근하는 방식의 문제이다. 삶의 길을 가는 동안 나 자신을 잃어 버리지 않고 세상을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을 키우며, 조금 천천히 에둘러 가더라도 인생을 바로 보자는 의지로서의 느림이다. 그는 “느림이란 더 빠른 박자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느림은 시간을 성급히 다루지 않겠다는 의지, 시간에 쫓겨 허둥대며 살지 않겠다는 의지, 세상을 넉넉하게 받아들이며 인생길에서 자신을 잃지 않는 능력을 키워가겠다는 의지의 확인이다”고 강조한다.이 책을 읽으며 돈과 성공에 눈먼 사회가 요구하는 삶을 허둥지둥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고 스스로에게 자문해보게되었다. 세상은 숨 가쁘게 돌아간다. 개인의 일상도, 기업 환경도 그렇다. 하지만 이런 광속 트렌드의 한쪽에서 웰빙이라는 거대한 메가트랜드속에서 '느림(slowness)'이라는 트렌드도 부상하게 되었다. 느림은 그 자체로서 가치를 갖지는 않지만, 우리로 하여금 불필요한 계획에 이리저리 정신을 빼앗기지 않고 명예롭게 살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바쁘게 살아가는 와중에서도 잠깐씩 졸면서 낮잠을 즐기고, 정원을 돌보고, 신선한 바람을 쐬고. 별로 대수로울 것도 없는 이런 활동이 노동할 힘을 회복하고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휴식의 순간들이다. 마지막으로 쌍소는 “빛이 기울어질 때까지 빛과 동행할 것이고, 밤이 새벽에 의해 찢겨 나갈 때까지 밤과 동행할 것”이라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