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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ㅣ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7월
평점 :
2009년 출간된 처녀작으로 스웨덴에서 1백만 부 이상 팔리는 엄청난 기록을 세웠으며 전 세계 500만 부 이상 판매된 특급 베스트셀러를 집필한 요나스 요나손은 기자와 PD로 오랜 세월 일해 온 늦깎이작가이다. 작가의 데뷔작이기도 한 이 소설에는 작가의 뛰어난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요절복통의 황당무개하기까지한 내용들이 담겨 있다. 먼저 소설의 주인공을 만나보자. 이 소설의 주인공은 올 해 100세를 맞은 알렌 할아버지다. "세상만사는 그 자체일 뿐이고, 앞으로도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 자체일 뿐이란다."라는 어머니의 말씀에 매우 충실한 삶을 살았던 주인공. 100년이라는 긴 세월을 그 자체로 즐기면서 살았던 알란은 푸짐한 음식과 술만 있으면 이 세상에 더 바랄 게 없으며, 정치와 종교 이야기를 그 무엇보다 싫어하는 성격이다.
나이는 백세지만 몹시도 팔팔한 주인공은 자신의 백 세 축하연 준비가 한창인 가만히 앉아서 죽기를 기다리는 것 보다 연장전으로 접어든 나머지 인생을 좀 더 적극적으로 즐기기로 결심하고 실행에 옮기게 된다. 주인공은 양로원 창문을 뛰어내려 대책없이 모험을 떠나게 된다. 그의 모험은 역사와 개인의 우연속에서 펼쳐지는 상상력 풍부한 도망기가 펼쳐지는데 즉흥적으로 갱단의 돈가방을 훔치기도 하고, 어쩌다가 사람들을 죽게 하기도 하는 에피소드도 출현한다.
할아버지의 삶은 그 자체가 격변하는 현대사라 할 수 있겠다. 전반적으로 이야기의 시작은 2005년부터이지만 내용의 주요 배경은 그가 살아온 지난 100년이다. 1905년부터 2005년 전체가 이야기의 배경인 셈이다. 평범한 인물이 세계사의 결정적 순간마다 등장해 그 흐름을 바꿔놓는다는 설정 자체만으로도 패러독스가 강한 작품임에 틀립없다. 100세 노인 알란이 모험을 주도해가는 보기 드문 이야기이다. 소설은 주인공의 회상을 통해 스페인 내란, 제 1, 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프랑코, 트루먼, 처칠, 스탈린, 김정일, 아인슈타인의 동생도 출현한다. 알란의 100년 삶 속에 녹아 있는 세계사를 한 권의 책으로 만나볼 수 있는 매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소설을 읽고 자연스럽게 역사에 있어 뛰어난 개인 또는 영웅은 독립적인가 아니면 사회속의 일부분에 불과한 것인가 하는 문제 즉 개인이 역사의 방향을 결정짓는 결정주의적 입장에 있는가 아니면 역사는 개인의역활과는 무관하게 그 나름대로 정해진 필연적인 과정을 가고 있는가에 대한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역사를 구성하는 것은 인간의 행위 뿐만 아니라 사상, 운동, 사건들을 포함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의 활동으로서 역사적 사건에 대한 설명이란 어느 의미에서 인간 행위에 대한 해석이다. 소설을 읽는 내내 역사 속의 개인을 넘어 역사 그 자체로서의 인간을 찾아가는 여행에 대해 여러가지를 느끼게 만들어 준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