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런거리는 유산들
리디아 플렘 지음, 신성림 옮김 / 펜타그램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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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수런거리는 유산들'은  정신분석학자이자 작가인 지은이가 부모를 사별한 뒤에 이어진 애도 경험을 바탕으로 쓴 심리 에세이다. 저자는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고 난 뒤 부모님이 사시던 집을 ‘비우는’ 일을 해야했다. 부모님의 손때가 묻어 있고 가족의 추억이 담긴 물건들이 남겨져 있다. 하지만 이제는 주인을 모두 잃은 유품들을 정리해야하는 것이다.

 

비우기는 마음을 가볍게 한다. 이렇게 고백하면 너무 파렴치한가?

물론 우리는 돌아가신 소중한 부모님을 깊이 사랑했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를 지치게 하고, 들볶고, 피곤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제 우리가 귀찮은 사람이나 악몽을 몰아내듯 그들을 비울 차례가 되었다(p.27)


‘기억’이란 마치 만화경과 같다. 들여다볼 때마다 매번 다른 그림을 보여준다. 만화경 속에는 아름다운 색깔의 조그만 돌들이 가득 들어 있다. 흔들 때마다 다른 그림, 다른 조합을 보여준다. 작가는 인간의 절대고독감을 상실과 재생을 포함해 심리적인 기저를 샅샅아 훓어 내려간다.

 

나는 증여에 찬성하고 상속에 반대한다.

반드시 유언장을 남기고, 자신이 물려주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그것을 누구에게 주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할 것이다.

한 세대에서 다른 세대로의 인계가 그저 저절로 이루어져서는 안 될 것이고,

선택이나 선물, 분명하고 신중하고 깊이 숙고한 양도가 되어야지,

그저 관례나 소극적인 방임, 체념이어서는 안 될 것이다.(p.39)


사람들은 삶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된 독립적인 존재로 죽음이라는 것을 생각한다. 우리의 탄생을 지켜보았던 이들이 우리는 그들의 죽음을 지켜본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죽음이라는 렌즈로 인생을 바라본다면 새로운 시간을 얻을 수 있다. 죽음은 '나'라는 존재 속에 본질적으로 내재되어 있는 것이며, 그 사실은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망각할 수가 없는 것이다. 확실히 그것은 진리였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동시에 죽음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가 배워야만 할 진리의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어떠한 진리도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을 치유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어떠한 진리도 어떠한 성실함도 어떠한 강함도 어떠한 부드러움도 그 슬픔을 치유할 수는 없는 것이다.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순간에는 가장 작은 부분조차도 소중하게 느껴진다. 매일 보는 저녁노을과 가로수, 가족이 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그렇다면 매일 죽는 연습을 하면서 산다면 우리 삶이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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