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섯해동안 이 나라의 섬과 항고 포구를 떠돌며 수많은 어머니를 만났고 그 기록을 한 권의 책으로 펴낸 저자인 강제윤님에 대한 이해가 우선 필요하겠다. 저자는 1988년 『문학과 비평』을 통해 등단한 시인으로 문화일보의 '평화인물 100인'으로 선정된 바 있다. 청년시절 평등한 세상을 꿈꾸는 혁명가로, 인권운동가로 살았으며 3년 2개월의 옥고를 치른 바도 있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유인도 섬 500개를 모두 두 발로 걷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섬에서 섬으로 유랑 중인 저자는 벌써 7년째, 250개쯤의 섬에 발을 들였다니 대단하다. ? 실상 삶에는 표지석 따위는 없을지도 모른다. 삶은? 정해진 방향을 따라가는 일이 아니라 늘 새로운 방향을 만들어 가는 일이다. 시인은 섬에 다니는 이유에 대해 말하길 “섬에는 우리가 잃어버린 고향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난개발, 연륙교 같은 것들로 사라질 섬의 풍경, 오래된 삶의 이야기를 기억하기 위해 섬에 간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젊은 사람들은 애들 공부시킨다고 나가고, 사업해 갖고 나가고, 노인들만 살아요. 노인들만 할 수 없이 오도 가도 못 해요."(p.77)
섬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모든 농어촌의 현실이다. 어떤 마을은 칠십이 다된 노인들이 막내취급을 받는 형편이니 농어촌의 노인들은 한마디로 외롭다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은 그가 섬을 다니며 만났던 어르신들에 대한 이야기로 꾸며져 있다. 육지와는 동떨어져 있어 그야말로 노인들만 긴시간을 지키고 있는 듯한 섬, 그들은 그곳이 자신들의 세상이기에 그곳을 벗어나 생활한다는 것을 생각지 못하고 있다.섬노인들은 섬에 맞추어 섬이 된듯한 생활이다.
‘쌔가 빠지도록’ 키워 놓은 자식들은 품을 떠나고, 지아비까지 앞세우고도 고달픈 밭일, 갯일을 놓지 못하고 사는 어머니들을 숱하게도 만났다. “내가 세상 산 이야기를 소설로 쓰면 열 권은 너끈히 나올껴.” “나 세상 산 이야기를 어디다 하고 죽으까!” <본문중에서>
자식을 걱정하는 팔순의 노모에게서 삶의 나침반 같은 이야기를 듣을 수 있고?아직 식지 않은 정이 남아 있는 따스함을 함께 느낄 수 있어 좋았던 책으로 섬에서 만난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질박함이 녹아나 있고 작가의 단절된 문화에 대한 지식과 섬에 대한 역사를 비롯해 <섬>으로 남아 주길 바라는 마음이 남아 있다. 가끔 만나는 섬을 닮고 바다를 닮고 달을 닮고 섬노인들을 닮은 그의 시가 가슴을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