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의 사회문화사 - 정부 권력과 담배 회사는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켰나 인사 갈마들 총서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담배는 처음 미 대륙 인디언들이 종교의식으로 또는 질병의 치료를 위해 사용했었다고 한다. 1492년 스페인의 콜럼버스가 미 대륙을 탐험하고 담배를 선물로 받아 귀국한 후 담배를 만병통치약으로 소개한 것을 계기로 담배가 유럽 전역에 주로 상류층을 대상으로 널리 퍼지게 되었다.

여러 북아메리카 부족의 창조 설화는 담배를 신이 준 소중한 선물로 묘사한다. 또 담배와 그 정령을 아름다운 여신으로 묘사한 부족도 있다. 나중에 백인들은 이러한 여성적 속성을 이용해 담배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상대적으로 약이 부족한 북아메리카에서는 담배가 또 다른 역할을 했다. 즉, 많은 부족들이 흡연 자체보다는 흡연의 문화적인 기능을 중요하게 여겼다.

담배가 이 땅에 들어온 조선 시대 광해군 때인  1616년경이다. 담배는 여러 가지 명칭으로 불리었다. 남쪽에서 전래되어 온 신비스러운 풀이라는 뜻으로 남령초(南靈草) 또는 남초(南草)라고 불리거나, 연기 나는 풀이라고 하여 연초(煙草)라고 불리었다. 전래될 초기에는 약초로서 인식되었는데  우리나라 최초의 실학자인 이수광은 자신의 저서 '지봉유설'에서 “담배를 피우면 가래가 없어지고 기(氣)가 내리며 술이깬다”고 기록하였다. 또한 '인조실록'에는 “담배를 피우면 소화가 잘 된다”고 기록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이 담배가 전래된 초기에는, 담배를 피우면 소화도 잘 되고, 가래가 없어지며, 몸에 좋은 것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담배를 오래 피우게 되면서, 몸에 해롭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알게 되어 기호식품이 되었다. 이익(李瀷)은 자신의 저서 '성호사설'에서 담배의  해로운 점에 대해 “안으로 정신을 해하고, 밖으로는 귀와 눈을 해치고, 머리칼이 희어지고, 얼굴이 창백해지며, 이가 빠지며, 살이 깎이고 사람으로 하여금 노쇠하게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나아가 “해가 더욱 심한 것은 냄새가 나빠서 다른사람들과 사귈 수 없는 것이 하나요. 재물을 소모하는 것이 둘이요. 세상에 할 일이 많은데도 상하노소가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 셋이다”라고 말했다.  17세기 중반 조선에서 14년 동안 머물던 하멜은 ‘하멜표류기’에서는 4~5세 때부터 담배를 배우기 시작한다는 조선인의 흡연의 열정에 대해서 기록하고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매일 접하는 물건들은 수없이 많다. 너무나 일상적이어서 사람들은 그것들이 인류 문명에 어떠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에 대해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 담배도 이런 부류 중에 하나. 하지만, 지적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이런 일상성을 그냥 넘기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대한민국의 사회 속에서 담배가 어떻게 삶 속에 파고들었는지를 사회문화사적 관면에서 접근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청소년과 여성 흡연율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청소년과 여성흡연에 대한 사회적 금기 문화 때문에 흡연율이 높지 않았지만, 1980년대부터 그러한 사회적 금기가 무너지면서 청소년과 여성 흡연율이 급증하여 왔다. 우리는 청소년 흡연율도 선진국의 2배 정도이고, 흡연율이 세계 최고 수준인 심각한 나라가 되었다.
담배는 ‘죽음의 칵테일(lethal cocktail)’이라고 불릴 만큼 많은 종류의 유해한 물질들을 함유하고 있다. 담배연기 내의 주요 성분은 타르(tar)와 니코틴(nicotine)인데 담배 연기를 한 번 들이 마실 때에 약 50cc의 연기가 폐속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때 이산화탄소 전량과 니코틴의 90%, 타르의 70%가 몸속으로 흡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2년이나 끌어온 최근 우리나라의 담배와 관련된 소송결과를 보면 의료계에선 20~30년 이상 매일 한 갑씩 흡연한 사람이 폐암의 일종인 소세포암에 걸렸다면 90% 이상 관련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 유전과 공해, 직업의 특성 등에 10%의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흡연과의 관련성을 부인하는 것은 일반적인 의학 상식에 반하는 것이다. 의사들은 ‘담배회사 책임이 크다’고 지적한다. 이 책의 저자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논객중 한 사람으로 엄청난  속필이요 다작가이기도 하다.  할말이 엄청나게 많은 그는 직선적이고 도발적인 문장으로 인해 읽는이로 하여금 논제에 대한 시원한 주장을 느낄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 책에서도 담배가 멋과 독립과 삶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배경 끝에는 정부가 이것을 이용해 담배로 걷는 세금에 목을 매고 있다고 맹렬하게 지적한다. 전매청은 값싼 담배는 적게 만들고 비싼 담배는 많이 만드는 방식으로 사실상 가격을 인상하는 수법을 자주 써먹었는 것이다. 이처럼 이 책을 읽을 때 개인의 관점에서 벗어나 사회 정치학적인 관점까지 의식의 확장이 필요한 이유이다. 저자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많은 분야속에는 주장을 읽을 때, 주류와의 권력관계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으로 담겨 있었다. 그동안 저자가 펴내는 1인 잡지 『인물과사상』을 통해서도  느꼈던 바이지만  우리사회속 병폐를 많이 다룬 학자임에 분명하다. 뿌리깊었던 부패와 향락, 패거리의 요새처럼  밀실접대의 부작용으로 우리사회의 병패중 하나였던   룸살롱문제가  그랬던것 같다.  현대의 다중인격을 어떻게 볼 것인지, 인터넷은 권력구조를 어떻게 바꾸는지 등 인터넷의 사회학에 대한 분석방향도 그러했다.  명품, 인터넷, 휴대폰으로 상징되는 사이버 문화 시대에, 다중들의 삶의 작동방식을 분석함에 있어 저자만의 날카로움이 있어 좋았었는데 이 책 역시 그런 날카로움을 간직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는 늘 깨어있는 사회과학자라는 인식을 갖게 해주는데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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