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지코믹스 - 버트런드 러셀의 삶을 통해 보는 수학의 원리
아포스톨로스 독시아디스 & 크리스토스 H. 파파디미트리우 지음, 전대호 옮김, 알레코스 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20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지성 '버트런드 러셀'의 파란만장했던 삶과 치열했던 지적 여정을 그린 교양 만화책이다.  저자는 크리스토퍼 파파디미트리우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UC버클리) 교수와 소설가이자 연극, 영화감독인 아포스톨로스 독시아디스로 현재 그리스에서 활동 중인 저자들의 합작품이다. 저자들은 이들 천재의 핵심적인 통찰과 주요 개념, 지적 탐험이 필연적으로 유발하는 '철학적이며 실존적이며 감성적인' 갈등을 가공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사실적으로 그렸다고 밝혔다.

딱딱하고 어려운 이야기를 300쪽이 넘는 만화로 재미있게 풀어놓은 이 책은 '버트런드 러셀'의  삶의 여정에  있었던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회상하는 기법으로 이야기는 구성되어 있다.  제작 기간만 무려 7년이 걸렸다는 작품으로 이 책이 다른 러셀의 다른 저서에 비해 만화로 되어 있어 상대적으로 읽기 쉽다고 해도 결코 가볍지는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러셀의 삶을 통해 러셀의 일생을 알 수 있었던 점은 복잡다단한 철학을 이해하는것 보다도 수확이라 꼽고 싶은 부분이다.   
 
러셀은 아리스토텔레스, 조지 볼, 고틀로프 프레게, 쿠르트 괴델과 함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논리학자로 꼽힌다. 그의 논리학 연구는 과학적 논리학이 확림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했고, 괴델의 위대한 발견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으며, 빈학파의 '과학적 세계관'과 논리실증주의· 논리경험주의에 간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러셀의 논리학 연구는 <수학원리>를 끝으로 종결되었다. 이 작품은 러셀이 40대가 되기 직전에 집필이 완결되었는데, 러셀 자신은 실패작으로 평가했다. 왜냐하면 그를 비롯한 논리학자들의 원대한 포부에 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p.328) 

러셀의  철학적 경력은 길고 또 그 다룬 주제가 다양할 뿐 아니라 그 입장도 다양한 변천을 보이고 있다.  러셀은 스스로 '역설'을 깨달은 후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고심하고 알프레드 화이트헤드와 수년간의 작업을 통해 '수학원리'를 집필했다.  80여 년 전에 쓰인 고전이지만, 그의 사상은 지금도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많이 읽히고 있다. 그것은 이 책이 수학의 기초론에 관한 철학적 사상의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뻔히 아는 내용들이지만, 그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여 실행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하여 갈래를 잡아주는 느낌이랄까. 나는 이 책을 읽고 절감한 부분이 꽤 있었다. 


"사고나 논의의 대상은 어떠한 방식 으로든 존재해야 한다"라는 그의 견해가 잘 나타나 있으며  수학의 기초론에 대한 철학적 사상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는 평을 받고 있는 책이다.  여기에서 기초가 되는 사상은 논리주의, 직관주의, 형식주의라는 3대 주류인데, 그 중 논리주의를 주도한 러셀은 수학 기초론의 초기 형성에 크게 이바지하였다.

러셀은 우리의 일상 언어를 논리적으로 형식화함으로써 기존 철학의 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보았다. 순수 논리학자인 수학자인 프레게의 사유는 러셀에 이르러 본격적인 철학적 함의를 갖게 된다.‘ 프레게는 어찌 보면 본격적인 철학자라기보다는 수학자, 논리학자라 볼 수 있다.  기호논리학의 수법으로 철학문제를 해결하려고 한 러셀의  영향력은 20세기 철학에 유례가 없는 것이다.  한 위대한 학자의 삶의 족적을 따라가며 수학, 논리학, 철학 등 여러 학문 분야를 아우르며  논리학자, 철학자, 수학자, 사회사상가로서의  러셀의 학문에 대한 열정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이성을 가지고 사리에 맞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의심의 여지가 없이 확신할 수 있는 지식이 이 세상에 있을 수 있는가?
이러한 물음을 처음 대할 때에는 어렵게 여겨지지 않지만, 좀 더 깊이 파고들어 생각하면 이 물음은 실제로 아주 어려운 문제 중의 하나를 제기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만약 이 물음에 대해 올바르게 그리고 자신 있게 대답한다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면, 이 사람은 이러한 물음에 대한 대답을 생각하는 가운데 이미 철학적인 사유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철학이란,우리가 일상 생활에서나 과학에서 취하는 태도처럼, 그러한 근원적인 물음에 대해 조급하거나 독단적으로 대답하지 않으려고 하는 단순한 시도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철학은 그러한 물음에 대해 쉽게 대답할 수 없도록 골치 아프게 만드는 모든 요인을 밝혀내고 우리의 상식적인 생각 속에 숨어 있는 모든 모호성과 혼동을 파악한 후에 이를 비판적으로 설명하여 대답하려고 한다. ( 버트런드 러셀, 『철학의 문제들』첫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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