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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정사 멍청이
원행 지음 / 에세이스트사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세상에서 가장 먼 길이 도에선 가장 가까운 길이고, 세상에서 멍청이의 길이 도에선 참수행의 길이다.”
이 책은 '월정사 멍청이'라는 특이한 별명을 가지고 계시는 월정사의 원행 부지주스님의 수필집이다. 스님의 법명인 '원행'은 탄허스님께서 수계식 때 내려주셨는데 화엄경에 보면 십지보살 가운데 원행지’(遠行地)가 있다고 하시면서 "너는 지금부터 바보와 멍청이가 되고, 멀리 다니는 원행이가 되어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그 어떤 호칭보다 스스로 멍청이를 자처하시는 원행스님은 이 멍청이라는 말속에서 수행자의 길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하신다. 멍청이는 오직 불법을 따르고 이익은 챙길 둘 모르며, 남들이 귀히 여기는 돈이나 명예에는 집착하지 않고 누가 뭐래도 화를 내거나 노하지 않으니, 행동이나 말로 누구를 헤칠일이 없다는 것이 그 요지이다.
책의 두툼한 두께는 보통 에세이 책을 두권정도 합친만큼 묵직함이 느껴진다. 책은 수행일기 편을 시작으로 일상의법문편 ,만화대종사 편 ,탄허대종사 편 ,한암대종사 편 , 하늘의 물 등 모두 9부로 구성해 스님의 수행일기를 비롯해 탄허 큰스님과의 일화, 일상의 법문 등 60편의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처염상정(處染常淨)

월정사 중창주 만화(萬化) 큰스님을 회상한 부분도 있다. 만화스님은 상좌들에게 참으로 인색하고 엄격하셨는데 몸이 아프셨던 원행스님은 원주소임을 보면서 신도의 기도금중 일부를 병원치료비로 몰래 사용한 것이 발각되어 종아리에서 피가 나도록 회초리를 맞았던 기억하며 병은 참회와 기도로 고치는것이라는 말씀을 해주셨던 일화를 들려준다. 지금으로부터 35년전 법정 큰스님과의 인연과 스님으로부터 받았던 가르침도 잊지않고 소상히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의 내용중에 더러운곳에서도 깨끗함을 지킨다는 의미의 처염상정(處染常淨)이란 문구를 발견할 수 있다. 태어날 때 깨끗한 환경을 택하지 않고 진흙속에서 뿌리를 내리고, 줄기와 잎은 흙탕물 속에서 성장한다. 그러나 연꽃은 오염된 환경속에서도 항상 깨끗하게 지키는 데 바로 연꽃을 가르킬 때 쓰는 말이라고 한다. 이 말은 세속에 물들지 않고 항상 맑고 깨끗하게 살아가는 삶을 일컬는 은유로도 볼 수 있겠다. 저자는 불교의 연꽃을 바라보며 인간군상들에게 교훈이 될 수 있는 이야기를 해주신다.
이는 요즘 같이 어지러운 세상에서 우리에게 참으로 필요한 삶의 자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세속에 물들지 않고 항상 맑고 깨끗하게 살아가는 삶” 연꽃은 더러운 물에 살면서도 아름다운 향기의 연꽃을 피우기 때문이다. 더러운 곳에 처해 있을지라도 항상 맑은 본성을 지니고 사는 ‘처염상정’(處染常淨)의 삶은 우리의 옛 선비들이 지향하던 삶이기도 한다. 비록 빈곤하게 살아도, 타락한 세상에 살면서도 추상같은 정신과 맑고 깨끗한 처신으로 연꽃 같이 향기로운 삶을 꿈꾸었던 것이다.
스님들의 구도의길이 얼마만큼의 인내와 노력이 필요한가를 알고나서 깨달음의 종교인 불교에 대해 많이 알고 있지는 않지만 이 책의 내용은 삶에서 중요한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원행 스님의 말대로 세상에서 가장 먼 길이 도에선 가장 가까운 길이고, 멍청이의 길이 참수행이 될 수도 있다는것이 무슨의미인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