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영혼이 아프거든 알래스카로 가라
박준기 글.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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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네 영혼이 아프거든 알래스카로 가라 '는 영화감독, 사진작가, 그리고 산악인인 저자 박준기의 북극의 혹한을 품은 해발 6194미터 매킨리 산을 등정한 일지이면서,

알래스카를 여행하면서 써내려간 기록이다.  특히 후반부는 ‘아이디타로드’의 전설과 마주한 감명에 대한 감상이기도 하다.
그는 세상에는 기록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도 있지만 기록했기 때문에 가치가 있는 일도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이를 실행에 옮겨 알래스카의 이곳저곳을 밟았다.

 

 “탐험에 나서는 이들은 죽고 싶어 발버둥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살아있음을 확인할 방법이 그것밖에 없는 유전자를 타고난 사람들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특별하다는 말은 아니다. 남들보다 조금 더 고독한 사람들일 뿐."

 

빙하와 만년설, 백야와 오로라의 환상으로 다가오는 극지의 땅, 알래스카!  알래스카는 ‘웅대한 대지’라는 뜻의 인디언 말 ‘알리에스카’에서 유래한 이름인데 그 이름처럼 미국 50개 주 중 가장 넓고 한반도 전체의 7배에 달하는 거대한 땅이다. 엄청난 스케일의 빙하와 지구의 풍경이 아닌 듯 높이 솟은 산, 그 위를 덮은 계절을 초월한 만년설, 북극의 광활한 툰드라와 그곳에 생존하는 동물 등 태고의 신비로움과 대자연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알래스카다. 점점 지구상에서 ‘진짜’ 자연의 모습이 사라지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더 깊은 오지를 찾아 가고 있다. 지구의 마지막 아름다움이 될지 모르는 순수한 자연의 모습, 그 모습이 바로 알래스카에 존재하고 있는 듯 느껴졌다.

 

가끔 인생의 항로는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정해지고 방향을 잡기도한다 .나와 알래스카의 인연은 오랫동안 잘 짜진 각본에 의해 진행된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발을 디딘 그 대륙과의 만남은 결과적으로 단순한 조우 이상의 인연으로 이어졌다.

 

시속 120킬로미터의 강풍과 영하 50도 아래로 떨어지는 매서운 대자연과 부딪치며 매킨리 산의 등반을 끝낸 후 저자는 알래스카에 남아 여행을 계속했다.  저자는  알래스카 원주민 말로 ‘먼길’이란 뜻인 ‘아이디타로드’에 매료되어 선수가 되고자 시도한다. 하지만 썰매견과의 단단한 유대감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한 해 뒤 아이디타로드를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취재원으로 참가해 이 경이로운 대회를 취재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흔히  '아이디타로드'라고 불리는 이 경기는 개가 팀을 이루어 썰매를 끌며 1,600km 이상을 달리는 경주이다. 이는 알래스카의 아사바스칸(Athabaskan) 인디언 말로 '먼 거리'라는 뜻이다. 경주는 앵커리지에서 시작해 내륙을 지나 베링해 근처인 놈(Nome)까지 가는 대장정이다. 경주하는 도중에는 심한 눈보라와 함께 강풍이 불어 체감 온도가 영하 75°C 이하인데다 천지가 하얗게 펼쳐져 방향감각을 상실할 수도 있다. 매년 3월 초 열리는데 세계 십여 개의 나라에서 참가하는 국제적인 경기이다.



'아이디타로드 대회'는 ‘놈’의 주민들을 구한 용감한 썰매꾼들에게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1925년 '놈'에 악성 디프테리아가 유행해 사람들이 죽어 갔지만 앵커리지까지 들어온 혈청을 ‘놈’까지 나를 방법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었다. 이때 용감한 개 썰매꾼 10명이 자원을 하였고 1,600km나 되는 길을 헤쳐 가면서 혈청을 무사히 운반해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였다. 이들이 헤쳐 온 길은 '아이디타로드'라고 명명되었다. 이 길은 한때 사람들에게서 잊혀졌으나 이 대회의 창시자인 조 래딩턴(Joe Redington)에 의해 1967년부터 조사가 이루어졌고 1973년 몇 개 구간에서 시합이 시작되었다. 


이 대회를 취재한 시기가 1996년 3월이었으니 당시 상황은 혼자서 프로그램의 기획, 촬영, 편집, 구성, 글까지 처음부터 끝까지를 책임지는 1인 제작 시스템 ( 원맨 프로덕션 oneman production )이 활성화 되기 이전이었으리라 짐작된다. 다큐멘터리라는 형식의 기록의 소중함을 인식한 저자의 개척정신도 아울러 배울점이라 생각한다. 지금이야 다큐멘터리의 시장도 넓어지고 또 뒤에서 후원해주는 곳도 많아졌고 6mm 소형 비디오 카메라의 보편화로 비교적 쉽게 프로그램을 완성할 수 있지만 저자는 포토그래퍼라는 투철한 직업의식과 스틸카메라만으로 발빠른 기동력과 취재원과의 밀착성을 무기로 심도있게 개썰매대회의 이모저모를 글과 사진으로 소개하고 있다.

먼저 해본 사람을 따라가보는것은 쉽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보다 한걸음 먼저 해본다는것에 의미가 있는것 같다.  사람의 삶이 자연과 가장 가깝게 더불어지는 것은 정말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못하더라도 마치 농사를 짓듯, 자연의 섭리와 흐름에 우리 삶을 맡기고 일구는 노력을 엿볼 수 있을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아이디타로드를 달리면서 인생이라는 '먼 길'을 걸어가는 우리의 삶을 되새기고 고난과 고통을 이겨내고 삶을 이어가는  과정의 의미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산악 명저 '최초 8000m 안나프르나'의 말미를 장식한 "우리 모두가 빈손으로 찾아간 안나푸르나는 우리가 평생 간직하고 살아갈 보배인 것이다. 전상 정복의 시련을 계기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넘어가고 또 다른 삶이 시작된다. 인생레는 또 다른 안나푸르나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구절을 떠올리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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