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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영은 잘있다!
박인성 지음 / 삼우반 / 2010년 12월
평점 :
이 책의 저자는 20년동안이나 광고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약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기업의 매출증대를 위해 머리를 쥐어짜며 한줄의 글로 소비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는 카피나 새로운 광고를 만드는것 이나 소설쓰기와 닮아 있다. 그것은 창조라는 밑바탕에서 출발하는것이기 때문일것이다.
21세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등단한 후 지금까지 4권의 작품집만을 남긴 작가이다. 이 책은 8편의 연작으로 특징은 동네이름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상수동, 가회동, 홍은동, 신사동, 신설동, 흑석동, 하카타, 아키타 장소가 되는 곳이다.
백석을 연구하고 요절한 한여인의 생애를 그린 '백석'과 대비되는 흑석동, 강남 개발로 떼돈을 모으며 한시대의 획을 긋던 시대의 인간군상들의 삶의 행태를 잘 보여주는 또 한편의 강남몽이야기같은 신사동, 홀로 나무 그림 그리기를 무려 40여 년이나 해왔으나 이룬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이 헛늙은 한 화백의 이야기를 그린 상수동, 어린아이를 잡아다 팔을 작두로 자르고는 길가에 앉혀놓고 앵벌이를 시키는 끔찍한 내용이 담겨 있는 '아들과의 마지막 여행-하카타'와 아키타의 이야기는 일본에서의 이야기이다
특이한 점이 동네를 모티브로 소설을 썼다하여 '동자류소설'이라는 카타고리를 만들어 나갔다. 서을을 중심으로 이끌어가는 도시이야기이다. 작가의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동(洞)은 작가의 그간 삶의 궤적이라 생각된다. 우리는 살면서 어떤 장소와 인연을 갖게 된다. 길게는 몇 십년에서 짧게는 몇년 아니 몇달이 될 수도 있지만 우리는 지구상의 많은 공간중에서 어느 지역에 인연을 만들며 살아간다. 작가는 서울에 대한 문학적 탐구랄까 특이한 착안을 담아내고 그야말로 '색다른 스토리텔링'의 기법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작가 특유의 독자적인 문체 미학을 선보이고 있다. 단 하나의 문장을 위해 수많은 문장들을 버릴 것을 처절하게 요구받는 카피라이터가 쓴 소설은 어떤 맛일까? 몹시 궁금하게 생각된 선입견이었다. 마치 뮤직비디오 감독이 영화를 만들었을 때 탄생하게 되는 영상위주의 작품마냥 사물을 한마디로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이 탁월한 작가의 순수소설은 어떤 모습일까에 대해서 궁금해진것이었다
서울이 고향인 사람들은 이 곳 동에들이 바로 고향이다. '빡빡한' 서울살이보다는 상대적으로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시골생활에 대한 동경심이 강해진다고 한다. 뉴타운이니 재개발이니하는 개발의 원리에 밀려 이제는 시장도 사라지고 그 자리엔 대형 쇼핑센터가 들어서고, 땅집들이 거대한 아파트촌으로 바뀌어감에 안타까운 생각마저 든다. 이 책 ‘이채영은 잘 있다’는 이 책의 최종 교정을 마친 12월 6일, 불의의 교통사고로 작가가 유명을 달리함으로써 마지막 작품집이 되어버렸다. 더 많은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 를 시간과 공간으로 가르고 문학으로 승화하는 작가의 작업을 이제는 만날 수 없게되었다는 사실에 가슴이 먹먹해져옴이 느껴진다.
사람들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빡빡한' 서울살이보다는 상대적으로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시골생활에 대한 동경심이 강해진다고 한다. 전원생활도 기대되지만 어린 시절 뛰놀던 골목길도 마찬가지로 마음의 고향이었다. 이런 고향을 다시금 떠오르게 만드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