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과테말라의 염소들
김애현 지음 / 은행나무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어느 외국작가의 작품같은 '과테말라의 염소들'이라는 특이한 제목에 끌려 선택하게된 소설이다.
이 소설은 2006년 한국일보를 포함한 전국 3곳의 일간지를 통해 '신춘문예 삼관왕'이라는 타이틀을 얻으며 등단한 김애현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다
개그맨을 꿈꾸는 대학생인 나는 다큐멘터리 작가인 엄마. 어느 날 엄마는 교통사고로 의식을 잃은 채 중환실에 누워있게 된다. 주인공은 중환자실을 지키며
주인공의 삶 또한 여느 88만원 세대 20대 청년들과 마찬가지로 거칠고 건조하다. 이런 20대가 느끼는 장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은 본능적으로 엄마를 찾게만드는 면이 있는것 같다. 소원했던 엄마와의 관계가 극한상항이라는 현실과 만났고 이를 통해 엄마의 존재를 깨닳는 순간, 엄마라는 거대한 방패막이가 자신의 삶에서 사라져간다는 커다란 상실감앞에서 주인공은 과거에 엄마와의 일들을 생각해 낸다.
'엄마’의 소중함과 고마움은 누구나 당연히 알고 있지만, 정작 가슴으로 엄마를 이해하고 사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소설은 염소 장수 호세 이야기’와 ‘나와 엄마의 이야기’ 과태말라에서 다섯마리의 염소를 키우며 염소젖을 파는 호세와 대한민국에 사는 이십대 여성인 ‘나’와의 공통점은 전혀 찾을 수 없는 듯하지만 일을 하느라 자신을 돌아봐 주지 않는 엄마에 대한 애증과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염소와 나의 친구들에 대한 질투가 있었기에 호세와 나는 모성에 대한 그리움이 꼭 닮아 있음을 깨닿게 된다. 이 모성을 그리워하고, 거기에 의지하게되는 본능적인 심리속에는 아직 철들지 않은 아이의 속성이 숨겨져 있다.
10년전 IMF시절 가족을 위해 바람막이 역할을 하며 힘겹게 견디어 가던 가부장적 삶의 무게를 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많이 부각되었었는데 작년부터 소설, 영화와 연극, 드라마를 통해 자주 접하게 되는 소재 중 하나가 ‘엄마'인것을 느끼게 된다. 이제는 점차 아버지를 대신해 가족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엄마라는 커다란 버팀목이 되어버린 존재로서. 경기불황 등으로 지치고 힘든 사람들이 가족, 그중에서도 엄마를 통해 고향같은 느낌으로 위안 받으려는 심리가 잔잔하게 엄마신드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게 만든다. 세상은 달라졌고, 더 이상 여성들은 모성이기를 거부하고, 인간으로, 산업사회의 능력자로 살아가기를 원하는 세상에서, 모성이 짐이 되어 결혼조차 거부하는 세상에서 이제 그 연극이나, 소설 속 엄마는 자꾸 눈을 씻고 찾아보기 힘든데도, 나를 위해서는 무엇이든 해주려고 하셨던, 무조건적 내 편이 필요했던 게 아닐까.
"과거에도 그랬듯이 헤어지는 일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슬프고 아픈 일일 것이다. 이 소설이 그걸 재밌고 즐겁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님을 알아주었으면 싶다. 조금이나마 덜 슬프고 덜 아프길 바라는 마음이었단 것도. 그거면 충분하다."('작가의 말'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