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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쇼몽 ㅣ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61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지음, 김영식 옮김 / 문예출판사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책에는 표제작인 '라쇼몽(羅生門)'을 비롯해 모두 17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랴쇼몽이라는 제목만을 보고 받은 선입견은 우선 상당히 어려운 소설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단편이어서 읽기도 쉬웠고 내용도 그리 어렵지 않았다. 라쇼몽은 1915년 에'제국문학'을 통해 발표한 단편소설이다 그러니까 작가가 23세때 쯤이다. 랴쇼몽은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이 영화로 만들어 세계 영화제에서 상을 받음으로써 더욱 유명해졌다. 전체적인 느낌은 ‘하인’이라는 사내가 당장 먹고 살 길이 없어 고민하다가 시체의 머리카락을 뽑아 가발을 만들려는 노파의 말을 듣고 도둑질을 하게 되는 다소 황당하면서도 어두운 느낌이다. 짧은 단편의 이야기로서 풀어내는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 본연의 이기심과 함께 선의 부재, 그리고 회의적 인생에 대한 작가 스스로의 자세이기도 하다. 자신의 이런 용기 없는 나약함과는 정반대로 당장 먹고 살 길이 막막해서 망설이다가 속세간의 끈을 과감하게 끊고 용감하게 강도짓을 통해 악의 세계로 돌진한 ‘하인’ 이라는 인물을 통해 자신의 억눌린 심정을 표출하려 한 것 같다. 그리고 이런 소설을 씀으로 인해서 현재의 자신의 모습을 탈피하고 싶은 심정이 드러나는 것 같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하인’이라는 인물은 굶어 죽지 않기 위해서는 도둑질이라도 해야 할 노릇이다. 하지만 아직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고민을 하면서 잠을 자러 가다가 죽은 사람의 머리카락을 뽑아 가발을 만들려는 ‘노파’의 행동을 보고, 그리고 그의 자신은 아무 잘못을 하지 않고 있다는 당당한 반응을 보고 결심을 하게 된다. ‘노파’는 자신이 머리카락을 뽑는 여인은 죽기 전에 뱀을 말려서 생선이라고 속여 팔았고 그것도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 자신의 이런 행동도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죽은 여인도 자신을 용서해줄 것이라며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시킨다. 아마도 ‘하인’ 이라는 사내는 말도 안 되는 자기 정당화로 자신을 합리화 시키면서 인간으로서는 해서는 안 되는 이런 일을 감행하는 ‘노파’의 옷을 빼앗으면서 굳이 생계를 위해서라기보다 이런 현실자체를 벗어나고 싶고 그런 노파의 행동을 노파가 말한 논리를 사용하여 역으로 벌하기 위한 행동 같다. 단순히 생계만을 위해서였다면 하인은 노파의 옷뿐만이 아니라 시체의 옷 또는 시체의 머리카락 등등을 훔쳐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라쇼몽외에 다른 작품들을 읽을 때도 나는 책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의 소설 특유의 기묘하고 음울한 느낌이 나를 사로잡았다.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소설의 미학이라 함은 작가가 나타내고자 하는 것으로 뚜렷한 사건이 이렇다할 만하게 전개되지 않아 소설로서는 흥미를 유발시키지는 못하지만 작품속에는 인간 본성에 깃들여 있는 에고이즘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표현이 녹아들어있다는 느낌과 작품의 무대를 과거로 옮겨 괴이한 사건을 소재로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여기에 심리적 해석을 더한 부분이 마음에 든다. 이런 부분들은 그의 어두운 가족사와도 관계가 있을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가 갓난 아기였을 때 어머니가 정신병을 앓고 있었기에 그는 삼촌의 집에서 자랐다고 한다. 청년시절 자신이 사랑하던 요시다 야요이와 결혼을 하려했는데 이모의 반대로 인해 뜻을 이룰 수 없었고 결국에는 사랑을 포기 해야만 했던 일화도 가지고 있다. 또한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까지, 일생 동안 시대의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고 회의와 불안에 시달렸다고 한다. 처음에는 왜 이런 어둡고 무거운 느낌의 황당한 소설을 만들었는지 이해가 안 갔는데 작가가 어떤 삶을 살다 갔는지 알고 난 후에는 그 궁금증이 더 심해졌다.그런 궁금증으로 인해 그의 작품을 더 꼼꼼히 읽고 분석해보고 싶다. 아쿠타가와의 천재성에 비해서 읽을 수 있는 책이 한정이 될 수 밖에 없어서 늘상 아쉬워하고 섭섭했는데, 좋아하는 작가의 읽지 못한 책이 남아 있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