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테의 수기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41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음, 박환덕 옮김 / 문예출판사 / 199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계속적으로 삶의 본질과 사랑, 고독, 신과 죽음을 문제를 갈구하던 한  시인이 쓴 소설을 만났다.  이 소설 '말테의 수기'는 릴케의 유일한 장편이다.  고립된 도시 체험과 고독을 바탕으로 한 탁월한 일기체 소설로 일관된 주제 없이 71편의 단편적인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다. 모두 2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먼저 1부에서는 파리에서의 자신의 경험과 느낌이 주를 이루고 간간히 말테의 과거 이야기가 나온다. 2부에서는 죽음에 대한 고찰, 성자와 고독자에 대해서 그리고 어린시절의 독서와 회상에서 떠오른 인물들, 그리고 파리에서 보았던 것이나 들었던 것 또는 관련되는 것들에 대한 단상들이 있는데 마치 단편소설이 모여 있는 소설집을 읽는 느낌이었다.  이 소설을 쓰기위해 릴케는 6년간의 깊은 사색의 시간이 필요했다고 한다. 6년... 물리적인 시간의 길이로 보더라도 짧지 않은 시간임에는 분명하다. 그 기간 동안 말테는 감정이 무척 예민해 진것 같다.

 

“사람들은 살기 위해서 이 도시로 몰려드는데, 나는 오히려 사람들이 여기에서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소설의 시작부분이다. 자신이 파리에서 겪은 암담한 죽음의 씨앗을 품고 태어난 인간과 어둡고 불안한 도시 파리의 고독한 풍경의 묘사로 부터 소설은 시작되고 있다.  릴케는 <로댕 연구>를 써달라는 위촉을 받고 파리에서 생활하게되는데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는 파리의 아파트에서 살면서 극한 가난 속에서 외로운 나날을 보내는 주인공 말테는 감정이 무척 예민하다. 아무렇지도 않은 일마저 무거운 힘으로 그의 내면을 뒤흔들고 고독하고 불안한 생을 영위해 나간다.

 

인간은 갖가지 발명과 진보, 문화와 종교와 철학을 가졌는데도, 천박한 생활을 계속해 왔다고 생각 할 수 있을까? 천박한 생활일지라도 없는것 보다는 낫겠지만, 그것마저도 놀라울 정도로 싫증나는 회색 커버에 싸여서 인간은 여름 휴가철 만난 살롱의 가구처럼 변해버렸다는 사실은 있을 수 있는 일일까?

그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P.27)

 

그는 파리의 거리에서 우연히 보게 된 눈이 먼 캐비지 행상이라든가, 노출된 변소의 도관이 꾸불거리는 다 쓰러진 폐가라든가, 조그마한 밀크홀에서 문득 보게 된 낯선 사나이같은 어쩌면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칠 수 있는 대상에  대해서도 그는 감성적인 눈빛을 보내고 있다. 이런것들이 모두 무거운 힘이 되어 그의 내면을 뒤흔드는 것이다.  때로는 자기가 병이 들어서 무엇을 할 힘도 없다고 생각하며 무서운 강박관념에 사로잡힌다. 이를테면 모포의 가장자리 털실이 혹시 바늘처럼 딱딱하고 뾰족하지 않을까?하는 망상에까지 말이다. 이런 릴케의 마음에 흐르는 서러움, 외로움의 모습은 처음으로 사랑과 절망, 죽음의 그림자 속으로 함몰해 가며 저 거대한 명제인 ‘인생이란 무엇인가?’ 라는 물음까지에 다다를 말큼의 깊이 파고든다. 그는 계속적으로 내면의 자신을 응시하며 의문을 보낸다. 인간적인 고독과 사색의 솔직함은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대상이 없는 상태에서 자신의 내면인 마음을 향해 계속적으로 자극을 주는듯 하다.

 

변화를 거듭하는 남자 옆에서 여자는 운명을 모르고 활줄처럼 긴장되어, 영원히 변하지 않을 존재처럼 선다. 사랑하는 여자는 사랑받는 남자를 능가한다. 생명은 운명보다도 위대하기 때문이다. 여자의 사랑은 끝없이 퍼져 나가려고 한다. 그것이 여자의 행복이다. 여자의 사랑의 형언할 수 없는 고뇌는 그 한결같은 정열을 억제하도록 요구당하는 데 있다.(p.225)

 

20세기 초의 시대적 상황에서 남자작가로서 여성을 진정으로 이해하려 노력하고 여성을 단지 성(性)적 존재가 아니라 남자와 동일한 인간으로서 바라보고 있는 작가는 릴케뿐이라는 평을 받는 작가이다 . 그가 바라보는 여성의 사랑에 대한 생각 또한 매우 인간적이다.  유럽을 두루 방랑했던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는 분명 그의 경험일것이다. 그런 시인의 가슴으로 쓴 소설은 왜그런지 많이 끌린다.  하지만 소설이라는 형식의 글이지만 결코 술술 읽어내려가지 못한다. 오래걸린 만큼 이야기속에 숨겨있는 메세지를 나름대로 소화해내고 싶은 욕심으로 계속 붙잡게 만든 이 소설은 분명히 시만큼이나 쉽게 읽혀지지 않는다는 난해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부분들이 오히려 좋게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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