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 피크닉 민음 경장편 2
이홍 지음 / 민음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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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2007년 '걸프렌즈'로 오늘의 작가상을 받고 등단한 소설가 이홍님의 최근 장편소설이다. 2009년 크리스마스 이브, 압구정 현대아파트의 CCTV에 루이뷔통 여행 가방, 고급 골프 가방, 배낭을 멘 세 남매가 아파트를 서둘러 빠져나가는 장면이 기록되는 것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은영, 은비, 은재 세 남매는 성남에 살다가 4년전 로또에 당첨돼 강남 한복판으로 진입하는데 성공했지만, ‘내추럴 본 강남인’들 앞에서는 이방인일 뿐이다. 첫째 은영은 명문대학을 다니지만 번번이 면접에서 떨어지는 취업 준비생으로, 부잣집 대학 친구의 동생을 과외하면서 돈을 번다. 둘째 은비는 부자 유부남들을 ‘킹카 오빠’로 부르며 원조교제를 통해 돈을 뜯어내며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킨다. 셋째 은재는 학교에서 왕따를 당해 폭력적인 게임에 중독되고 가정 폭력을 당하는 옆집 여자와 불륜을 벌인다. 강남 내부의 ‘보이지 않는 벽’에 격리돼 있던 이들이 원조교제로 돈을 뜯어내는 은비를 협박하러 온 성형외과 의사를 돌발적으로 살해하면서 이들의 ‘크리스마스의 악몽’이 시작된다.  취업을 위해 명문대 상류층 학생들의 모임인 ‘카프’에 들어가고 싶어하는 은영은 토막난 시체가 든 골프가방을 옆에 세워두고 모텔에서 ‘카프’의 멤버인 친구와 정사를 나누고, 유일하게 강남 친구를 사귀는데 성공한 은비는 친구가 보낸 조폭에게 쫓기며 도망치느라 정신이 없다.


“압구정 한양아파트에 산다고 하면 학교 친구들의 부러움을 샀고, 과외를 하는 곳의 학부모들 대우도 달랐다. 아무리 힘겹고 슬픈 일이 넘쳐 날 때도 이 집은 위로가 되었다. 그런 집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그보다 더 최악의 상황은 있을 수 없었다.”(82쪽)


소설의 줄거리는 4년전 로또에 당첨돼 비강남권인 성남에서 강남 압구정동으로 진입했지만, 우발적 살인사건에 연루된 세 남매의 도피 행각을통해 한국사회 계급 갈등의 심각한 국면을 보여주고 있다. 소설에서 강남은 그저 '대한민국의 한 행정구역이 아니다'라는 이야기를 한다. 특히 우리나라 부동산 문제 그 중에서도 강남은 단순히 주거 문제에 그치지 않으며, 교육과 학력, 건강과 수명, 불평등과 빈곤 역시 부동산을 빼고 설명할 수 없다. 토막 살인과 사체 유기라는 스릴러적 코드를 띠고 있지만 소설은 살인사건 자체보다는 이들 세 남매가 마주한 강남 내부의 모순을 그려나가는데 주목한다.  이 소설을 통해 작가는우리 사회의 계층 간 차별의식을 고발한다. 은영의 말처럼 압구정 한양아파트는 비록 난방은 잘 안되더라도 그들에게 유토피아였다. 하지만 최 원장이 죽고 시체를 치워야 하는 집은 더 이상 유토피아가 될 수 없다. ‘내추럴 본 부르주아’가 아닌 이들이 강남 안에서 삶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은 비도덕적이고 굴종적인 것이며,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배신과 퇴출이라는 결론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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