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의 가을에서 거닐다 - 보스에서 렘브란트까지 그림 속 중세 이야기, 그림으로 읽는 세상 중세편
이택광 지음 / 아트북스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중세의 사회를 사실적으로 그리기 위해 그 단초를 당시 그림속에서 찾고 있다. 사건은 모두 배경으로 물러나 있으며 전면에 드러나는 것은 중세인들의 예술작품속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인간의 파토스가 열정에서 냉정으로 흐르고 있다는 증거는 여러 군데에서 발견할 수 있다.  중세 연구 사가들은 흔히 공식 자료에만 의거함으로써 심각한 오류를 범하곤 한다. 공식 자료들은 15세기와 우리 시대를 가르는 색채의 차이를 거의 밝혀주지 못한다.  이 책은 이런 측면에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한 책이다. 기괴하기 짝이 없는 형상들로 가득 찬 그의 그림은 오늘 우리의 눈으로 보면 ‘엽기적’이라 할 만하다. 그림속에서 시기, 싸움, 복수 등이 그토록 자주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일단 삶 전체를 움직이던 전체적 격정들과 관련지어 보면 그러한 특성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피비린내와 장미향이 뒤섞인 속에서 삶은 그토록 격렬하고 대조적인 양상을 보였다. 또한 종교적 신비주의와 금욕적 경건주의에 대한 고찰과 함께 역사를 통찰하며 문화와 예술을 통해 인간의 집단적 삶에 숨은 정신과 의식, 감정과 태도를 찾아 재구성하는 영혼의 모험 과정을 살펴볼 수 있었다.

 

죽음과 함께, 저자가 중세를 들여다보는 틀로서 천착하는 것은 바로 성(性)에 대한 중세인들의 태도이다. 이상적 비너스의 육체를 예술이라고 주장할 수 없는 조건을 자본주의는 예술가에게 강제한다. 쿠르베가 인습적 금기를 깨고 여인의 음모를 그려 넣은것은 제도권 예술집단에 주문하는 상징적 행위였다는 설명이다. '세상의 기원'이라는 작풍은 특히 강렬하게 다가왔다. 어찌보면 포르노그래피가 아니었을까라는 의심이 들 정도로 적나라한 여인의 나신등은 충격적이기 까지 하다.  인간의 열정이 급속도로 냉각되기 시작한 건 아마도 산업사회 이후일 것이다. 영화 모던타임즈의 세계관처럼, 합리성을 주장하는 인간이 더할 나위 없이 합리적인 기계와 동치되면서, 인간의 본성이 유기적인 것에서 메커니컬한 성질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내가 다시 공부를 시작한다면 중세를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책이다. 너무너무 매력적인 중세 사람들 광기와 비이성과 힘이 지배하던 시대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많이 받은 책으로 특별한 독서의 경험을 선물하는 책이었다. 방대한 그림자료 수집을 통해  그 시대를 지배했던 기사도 정신, 종교, 사랑, 결혼 등 성대한 입성식과 기마시합, 종교적 신비주의와 금욕적 경건주의에 대한 이해를 도운책으로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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