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란 무엇인가
루이지 조야 지음, 이은정 옮김 / 르네상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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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 책을 통해 고대 문명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형성되어 온 융 심리학의 관점에서 부성의 기원과 그 진화과정을 심도있게 고찰한다. 부성의 아버지란 역할이 갖는 중요성을 다시금 살펴보면서 오늘날 부성이 직면하고 있는 위기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프로이트가 발견한 일반원칙은 그의 무의식적인 반종교적 정서에서 나온 것이긴 하지만 서구 남성들이 지닌 부성이미지(가장의 지위)에 대한 심리적 중요성을 갖고 있다. 프로이트는 자녀가 아버지에 대해 이중적인 태도를 갖는다고 주장했다. 어려서는 아버지를 어머니를 놓고 서로 싸우는 연적으로 간주한다. 이것이 바로 '오이디프스컴플렉스' 이다. 그러나 점차 성숙해짐에 따라 아버지를 존중하고 아버지의 태도 아버지의 가치관을 내면화한다. 즉, 아버지를 동일시 한다. 프로이트가 주장한 오이디프스컴플렉스적 아버지 이미지는 많은 학자들로부터 비판을 받아왔다.

자식들은 자신의 아버지가 강한 사람이고 승리한 사람이기를 원한다. 착하고 올바르며 사랑으로 충만해 있으면서도 아버지가 승리자일 수 있다면 더 이상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가장 중시되는 점은 아버지가 승리하는 방법을 아는 남자였으면 좋겠다는 것이지, 착하거나 정직한 것이 아니다. 우리늬 문화적인 전통은 , 정당한 행동을 했지만 바깥세상에서는 성공을 거두지 못한 아버지보다 승리의 완관을 거머쥔 부정한 아버지를 훨씬 더 선호해 왔다.(p.13)


많은 자녀들은 어머니에 대해서는 연민, 사랑, 고마움을 느낀다. 그러나 정작 아버지에 대해서는 공포, 불안, 미움을 연상한다. 아버지는 잔소리꾼이며 겁을주고 늘 질책만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프로이트는 어머니보다 아버지의 위상을 높게 형성시켜 놓았다. 왜냐하면 자식이 결국 아버지를 받아들여 그의 초자아를 형성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즉 아버지는 자식의 정신적 지주인 멘토이다. 아버지에 대한 어린 시절의 기억은 영원하다. 스테판 폴터가 쓴 '아버지'라는 책에 따르면 성인이 된 모든 사람들의 인간관계에는 아버지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이를 '아버지 요인(father factor)이라고 규정한다.

지금까지 한국사회에서 아버지는 자식에게 맨토역할을 해왔다. 아버지는 세상을 꿰뚫어보고 못하는일이 없으며 늘 당당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의 아버지는 머리털이 깎인 삼손, 태양의 강렬한 빛에 날개가 녹아버린 이카루스가 돼버렸다. 더이상 자식들에게 보여줄 카리스마도 사라져버린지 오래이다.그에게 남은것은 잔소리뿐이다. 아버지라는 인물이 가족의 유대감을 형성하는 중요한 구심점이기도 하지만 자식들의 인격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최근 사회 이슈가 된 우리나라의 유명 연예인의 죽음은 우리에게 예기치 못한 질문을 던져주었는데, 그것은 자식의 양육권과 친권이 누구에게 돌아가야 합당한가라는 문제였다. 법적인 소송으로 시작된 이 문제는 우리 사회가 아직까지도 ‘아버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해보지 못했음을 알려준다. 오랜 세월 엄격한 유교 전통을 답습해온 우리 사회는 아버지의 권위를 절대적인 것으로 상정하면서 혈통을 중시하는 문화적 풍토 때문에 아버지를 언제나 자신을 낳아준 사람으로만 생각해 왔다.

산업혁명 이후 남성들이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아버지와 자녀의 관계는 그 중요성이 평가 절하되어 왔다. 심리학자, 소설가, 인류학자들은 어머니와 자녀의 관계를 본질적인 것으로 간주하여 초점을 맞춰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아버지가 자녀, 특히 아들과 맺는 관계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자녀가 10대 청소년기가 되면 상황은 일변한다. 아들은 아버지의 ‘권위’에 도전하며, 아버지는 ‘추락한 영웅’이 되고 만다. 아들은 아버지가 예전에 생각했던 것만큼 강하지 않다는 것을 ‘눈치 채며’, 이는 아버지로 하여금 자신의 정체성을 새롭게 규정하도록 만든다. 저자는 부성을 이해하고 접근한 방법은 문화적 심리적 측면에서 였고 이제라도 심리학이 진지하게 부성을 논의하고자 한다면 '정신병리학'의 측면도 고려해볼 사항이라 한다. 이런측면애서 바라보면 부성의 퇴보는 두 가지 측면을 살펴보았는데 첫째는 실질적인 것으로, 아버지들의 숫자가 현저하게 감소하고 있으며 두번째로는 상징적인 것으로, 자식을 하늘로 추켜올린다던지 축복해주는것 같은 부성의 제의적인 역할이 더 이상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오늘날의 부성의 역할을 대신 맡고 있는 어머니들은 어떻게든 첫번째 공백을 채워줄 수 있을것이며 두 번째 공백은 오직 문화 속에서 스스로를 지켜왔던 아버지들만이 줄 수 있는점을 강조하면서 끝을 맺고 있다.

부성(父性)이 사라져가는 오늘날 '아버지'라는 호칭은 이제 그가 집으로 가져오는 월급 때문에 유지되고 있다. 오늘날의 아버지들은 자아의 성공보다는 자신의 경제적인 성공이 자식들에 의해 평가받는 것임을 알고 있다. 자식의 생계를 책임지는 사람이라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법적인 사실이며 자식들과 깊은 관계를 맺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오로지 생계를 책임질 수 있는 경제적인 능력이다.게다가 오늘날의 아버지는 이런 경제적인 능력이 뒷바침되어애만 자식들의 존경심을 유지할 수 있다. 아버지는 가족의 부양자 외에는 다른 누구도 아니다.(책의 뒷표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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