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선뎐
김점선 지음 / 시작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암은 병균이 감염된 게 아니다. 내 몸속에서 스스로 돋아난 종유석이다. 그래서 나는 내 암조차도 사랑한다. 내 삶의 궤적인 것이다. 피곤할 때 풀지 않은 피로가 쌓인 석회석이고, 굶고 또 굶으면서 손상된 내 내장 속에 천천히 새겨진 암벽화다. 수십 년에 걸쳐서 몸의 소리를 무시한, 야망과 과욕, 인문주의적인 편식에서 나온 독들이 저절로 만들어낸 퇴적층이다. (p.287)


내가 김화백을 알게 된것이  KBS-TV ‘문화지대’의 진행자를 맡는 등 문화 전방에서 활발한 활동을하던 시기였다. 처음에는 화가인줄 모르고 있다가 그녀가 화가인것을 알게된것은 그녀의 작품을 소개해 주던 대목덕택이었다. 그녀의 그림을 보고 있는라면 어린아이의 천진묵한 마음이 느껴진다. 어찌 보면 유치하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지극히 유아적인 그림의 분위기 이외에도 유치한 말장난이 담긴 말풍선들은 더욱 기억에 오랫동안 남게 만들었다. 기인과 같은 그의 인생을 보며..호기심에..동경에 자연스럽게 끌린듯 하다
 
'이 책은 고 김점선화백의 마지막 집필한 책으로 그녀의 유작이기도 하다. '김점선'이라는 한 영혼이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고 자유롭게 살아왔는지를 볼 수 있는 책으로 이제까지 낸 책들과는 다른 본인의 자서전이라고 밝혔다. 이 책의 제목이 김전선 화백의 이미지 만큼이나 상큼하게 느껴진다.  '전(傳)이란 보통 열전(列傳)한 인간의 독특한 행적을 서술하면서 교훈적인 내용이나 비판을 비판을 덧부치는 것으로 역사에서, 임금을 제외한 사람들의 전기를 차례로 적어서 벌여 놓은 기전체 기록을 이야기 한다.  무한히 사랑받고 신뢰받으며 보호속에서 자란 선생의 유년을 읽으며 나는 뜬금없이 내 유년의 결핍에 대해 생각했다.  민족의 격동기인 전쟁을 겪고 숱한 인생의 가시밭길을 걸었으면서도 회갑이 넘은 나이에도 처녀지처럼 순수한 영혼을 지닐 수 있었던 원동력은 영혼의 풍족함에서 오는 유년의 추억 이었으라라 짐작해 본다.
 
 한 인간의 일생을 단번에 짐작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나는 이 책 한권으로 김점선 선생의 일생을 어림짐작할 수 있었다. 삶에 있어 조금만 더 욕심을 버려야겠다는 것과 . 미술이나 예술에 대해 조금더 알아야 겠다는 생각이 든 책이다. 원래 예술가는 감수성이 넘치도록 풍부하고 예민 하지 않던가.. 김점선은 별나기로 소문난 사람이다.그래서 '엽기만발' 이 김점선화백을 표현하는  아이콘중 하나이다. 여행과 운동을 싫어했고 결혼 또한 그 만큼이나 싫어 했다. 그녀는 기생세대의 처음 본 남자와 하루 만에 결혼을 하고 산에서 풀을 뜯어 가족의 반찬을 마련하고 돈이 없어 한 가지 색깔로 광목에 그림을 그려 팔아 생계를 유지했던 그녀이다. 170 의 큰키에 남자같은 외모로 인해 장발단속에 걸리기도하고 춤추러가면 여자들이 대쉬하기도 했던 일화도 간직하고 있다. 책을 읽는 몇일동안  내머리속에 스쳐지나간 많은 것들 덕분에 내 마음은 이미 고인이 되어버린 그녀를 생각하며 수없이 지나치는 많은 일상 속에서  사소한 작은 일상을 들여다 보고 있노라니 참으로 착찹함을 느끼게 한다. 아주 오래전에 잊었던 그것을 다시 생각나 게 해주어  정말 공감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