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복자 펠레 레인보우 북클럽 10
마르틴 안데르센 넥쇠 지음, 정해영 옮김, 최창훈 그림 / 을파소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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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칸디나비아 반도의 혹독한 추위, 지긋지긋한 가난, 이주민에 대한 차별을 느낄수 있게 한 이 소설은 북유럽의 고된 자연조건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개인적 또는 계급적 운명의 서사적인 묘사와 함께 주인공 펠레가 성장해가는 궤적을 서정적으로 그려냈다. 꿈에 그리던 덴마크였지만 그들은 이주민에 대한 차별, 더구나 교육을 받지 못한 두 부자는 농장에서 거친일을 하며 환멸과 비애를 받는 악순환의 연속이였다. 하지만 이러한 연이은 고난과 결코 자기를 보호해주지 못하는 늙은 문맹 아버지에게 좌절하지 않고 자신이 정복해야 할 미지의 세계에 대한 꿈을 키워가는 펠레의 눈빛은 이러한 곤경속에서도 펠레의 자아가 세계속에서 고립되거나 표류하지 않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어린 나이의 펠레가 겪는 세상은 온통 어렵고 힘든 현실이다. 자라나는 펠레에게 미국이라는 이상향은 하루를 버티게 하는 유일한 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버지가 그러했듯이 새로운 곳, 내가 있는 곳보다 더 나은 곳으로 가고 싶은 것이다. 아버지가 밟은 전철을 그대로 밟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펠레를 응원하고 싶지만 현실이 그리 녹록하지 않다는 것을 영화를 보는 내내 느꼈기 때문일지 모른다. 현실을 도피하는 것만이 최선의 답이 될 수 없을 텐데 라는 제3자의 입장에서 생각이 들었다.

답이 나오지 않는 순간에 놓인 펠레에게 현실의 도피와 맹목적인 유토피아가 존재한다는 것이 환상이 삶의 해답이 될 수 있다면 좋았을 텐데, 미국에서도 펠레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던 것 같다. 원작 소설에서 펠레가 미국에 가서 노조지도자가 되었다고 하니 말이다. 나는 영화를 보면서 펠레가 처해있던 암울한 모든 주변상황만이 기억에 남는다. 펠레가 너무 어리고 착했기 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다.성장이라는 게 꼭 이처럼 세상의 힘든 점을 알아가야만 느껴지는 것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흔히 성장하는 과정을 성장통이라고 하는데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이 이와 같은 뜻이겠다. 살아가면서 고통을 겪는다는 건 미쳐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에 처해졌기 때문이다 .
또한 어리지만 조숙한 펠레가 뛰어가기 시작한 바로 그 바닷가 들판에서 나는 우리가 지체되고 고립되어 있는 세계속에 있는 것을 깨닫고 자신의 세계를 향해 달려나가야 함을 발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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