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도시에 산다 비온후 도시이야기 2
박훈하 글, 이인미 사진 / 비온후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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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나는 도시에 산다'는 우리나라 여러 도시중에서 '부산'이라는 도시에 한정지어 이 도시가  가지고 있는추억과 그 도시만의 이색적인 느낌들을 다시금 알게해 준 기분좋은 책이다. 특히 부산이라는 도시에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아온 두 사람의 글과 사진에서 시간이 흘러 가리워진 도시들의 이야기 들에 대해 조금이나마 접할 수 있었다.  건축은 단순히 콘크리트와 철근의 조합물이 아니다. 사람이 웃고 울고 슬퍼하고 기뻐하면서 삶을 이어가는 공간이다. 건축의 확장이랄 수 있는 도시도 그렇다. 사람 사람의 열정과 꿈, 전체로서의 역사가 그 안에 녹아 있다. 저자는  영선고개를 오르면서 왜관서 들려오는 징소리와 관부연락선의 고동소리, 북서쪽의 대포소리, 청소차가 내지르는 새마을 찬가 같은 혼종된 소리를 듣고 있는 착각에 빠진다고 부산이라는 도시를 묘사를 하고 있다.

 

한국전쟁기에 임시정부를 거쳐 국가적으로 장려한 경공업 거점지역으로 집중육성되면서 도시가 비대해 지고 오늘날과 같이 거대한 도시가된  부산은 영화속에도 심심챦게 보여진다.  곽경택 감독의 영화 '친구'의 동수가 서서 바라보암음직한 수정동 산동네에서 내려다보면 고갈산 중턱의 올망졸망한 불빛들은 마치 수많은 괭이눈처럼 부산 내륙을 향해 번득이고 있다.(p.111) 

 

특히, 우리나라 최초의 도개교인 영도다리나 영화달동네의 40계단은 8.15광복과 한국전쟁 때 수 없이 많은 피난민들이 판자촌을 형성한 동광.대청.영주동으로 가는 길목으로 가족이나 친지를 찾는 벽보가 난무하고 구호물자를 구하기 위해 몰려들던 속칭 `돗대기 시장'으로 알려진 곳이다. 우리의 아픈역사 속에서 암울했던 피난시절의 애환과 정취를 느껴볼 수 있는 도시로서 또한 각종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 인기가 좋은 곳은 단연 부산이다. 그래서인지 영화를 보다보면 부산이라는 도시의 곳곳을 많이 만나게 된다. 저자의 말처럼 어떤 공간은 블랙홀처럼 사람과 사물들을 마구 빨아들인다는 표현과 같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집에 대한 사진들은 문득 어릴때 살던 동네의 추억이 밀려온다. 어린시절기억속에 남아있는 내가 살던 동네의 정경은 친구들과 놀고 있으면 밥먹으라고 소리치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릴것 같은 골목길의 자취가 남아 있었던 곳이다. 아침에는 자욱한 안개를 바라 볼 수 있고 밤에는 야경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달동네 골목길.서편 하늘에 노을이 지면 더욱 잘 어울릴것 같은 풍경들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뉴타운이니 재개발이라는 개발에 밀려 이런 정겨운 골목길들이 우리 주위에서 사라지고 있다.  

‘공간’과 ‘장소’는 다르다. 공간에 사랑하는 마음이 담겨야 비로소 장소가 된다고 한다. 경험적 역사와 문화적 의미가 서로 만날 때 단순한 공간은 경험적 장소가 되는 것이다. 실제 장소를 색인과 배경으로 하는 작품들은 여전히 많이 생산되고 있다. 하지만 기억과 경험이 없는 장소 예찬이 가지는 한계는 분명하다. 소설 등 문학작품이나  영화작품 속의 장소는 그 속에 등장하는 이미지나 사건 그리고 인물과 유기적 연관성을 지닐 때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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