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없는 땅 VivaVivo (비바비보) 4
줄리 버타그나 지음, 이다희 옮김 / 뜨인돌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인류가 처음 환경재난을 겪게 된 것은 정착 생활을 시작한 신석기 시대라고 추정한다. 이곳 저곳 옮겨다니며 살아가던 유목 생활과는 달리 정착 생활은 주위 환경을 관리 해야 했고, 적절한 관리가 이루어지지 못했을 때는 어김없이 찾아오는 환경 재난을 겪어야 했다. 21세기 이후에 찾아온 환경재난은 단순히 위생관념 부족으로 인해 발생한 전염병과 같은 과거의 재난과는 성격과 규모에 있어서 판이하게 다르다. 핵 발전소가 붕괴하고, 유조선이 좌초되어 수백만톤의 원유를 바다에 토해내고, 유독성 화학물질이 수백만 인구가 의존하는 상원을 오염시키고, 독가스가 누출되어 일시에 수천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실재로 해수면 상승으로 가라앉는 남태평양의 섬나라 투발루와, 황사 및 사막화로 보금자리로서의 기능을 상실해가는 중국의 마을, 영구동토가 녹아 길과 집이 무너지고 있는 알래스카 등 지구온난화와 그에 따른 피해를 찾아볼 수 있다. 이 시대에 우리가 겪고 있는 환경재난은 쉽게 멈추어질 것 같지 않다. 지구 환경재난의 문제는 과거 인류가 전혀 경험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환경으로 우리를 내몰고 있다.

 


나라 전체가 수몰될 위기에 몰려 국민들이 모두 이민을 가야 하는 나라가 있다. 투발루(Tuvalu)라는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의 이야기이다. 평생을 살아온 집과 가족 친지의 무덤을 뒤로하고 바다 밑에 잠길 나라를 떠나야 하는 이들은 누구를 원망해야 할까?


 

바다에 잠기는 섬나라 '투발루'

일본처럼 지진이 잦은 땅에 사는 사람들은 자연에 대해 원초적인 두려움을 안고 산다고 한다. 인간에게 두 발을 딛고 선 대지가 흔들리는 경험은 그만큼 충격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진보다도 두려운 자연의 검은 손길이 서서히 사람들의 목을 조이는 곳이 있다. 남태평양과 인도양의 아름다운 섬들이 가라앉고 있다.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이들 소(小)군도들로 이루어진 나라는 면적이 좁고 육지와 해수면과의 차이가 거의 없어 수면이 올라가면 국토 전체가 바다속에 잠길 수밖에 없다. 섬나라 투발루가 그곳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인을 비롯해 선진국 사람들이 에너지를 펑펑 쓴 대가를 엉뚱하게 수천㎞ 떨어진 곳의 섬나라 사람들이 치러야 하는 게 오늘날의 비극의 현실이다. 투발루 인근의 키리바시와 인도양의 몰디브가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의 다음 희생양 목록에 올라 있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해수면이 계속 상승하면서 작은 산호초섬의 주거지역을 바닷물이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인류의 무분별함에 분노한 자연의 첫 번째 보복인 셈이다. 

 

호주 북동부 4000㎞ 지점에 위치한 투발루는 9개의 산호섬으로 이뤄진 작은 나라다. 산호초로 이루어진 섬이라서 농업이 곤란해 어업을 주로 하며 연간 1000여명의 관광객이 이곳을 찾는다. 이 곳은 지형이 평평해 평균 해발고도가 3m에 불과하고 가장 높은 곳도 5m를 넘지 않는다. 투발루는 적도 바로 아래 위치하기 때문에 심한 폭풍은 드물다. 그러나 일단 폭풍이 발생하면 섬의 고도가 낮아 심각한 상황이 발생한다. 섬의 대부분이 바다에 잠기기 때문이다. 지난 2002년 3월 발생한 폭풍으로 해수면이 무려 3.2m나 상승해 길거리는 물론 이 나라에 하나밖에 없는 공항도 물에 잠겼다 . 주민들은 집주변에 물막이용 둑을 쌓기 위해 해변가의 산호 잔해를 퍼간다. 또 땔감용으로 미처 자라지도 못한 나무까지 마구 베어 숲이 파괴되고 있다. 가시면류관 불가사리까지 창궐해 산호초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 유엔의 발표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에 대한 획기적인 대책이 없는 한 해수면 상승으로 이들 섬이 잠길 날이 머지않은 것으로 보인다.  해안선 붕괴가 가속화되고 있는 투발루의 섬들은 사면초가 신세로 이것은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다. 투발루의 구원 가능성은 없다 서서히 끓어오르는 주전차처럼 해양시스템은 바뀌어온 조건에 아주 오랫동안 반응해 왔고, 내일 당장 온실가스 배출이 전면 중단되더라도 해수면의 높이는 여러 세기 동안 서서히 상승할 것이다. 지난 여러해 동안의 수면 상승 때문에 투발루는 이미 정기적인 홍수피해를 입어왔는데 세계의 해수면이의 높이가 더 올라간다면 이 매력적이고 활기찬 섬나라 사회는 종말을 맞이할 것이다.  2000년 투발루 정부는 인근 국가들에 자국민을 받아줄 것을 요청했다. 호주와 피지는 거절했지만 다행히 뉴질랜드가 이들을 받아들이기로 해 2002년부터 단계적으로 이주하고 있다. 또한 투발루정부는 나라가 바다 속으로 가라앉게 된 책임을 물어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선언했는데 소송의 이유는 지구 온난화에서 비롯된 것이고,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를 지목해 손해 배상을 청구한 것이다.

 



이 소설 '태양이 없는 땅'은 의  줄리 버타그나의 소설이다. 시대적 배경은 21세기 말로 지구온난화 때문에 육지가 줄어든 세상이 장소적 배경이다. 극심한 지구 온난화로 인한 빙하가 녹자 대부분의 육지가 바다가 되어버린 기막힌 상황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폐허가 된 지구에서 그나마 지대가 높은 섬나라로  마지막 육지가 되어버린  ‘윙’

21세기 말 마지막 남은 육지가 되어버린 '윙' 섬에서 마을 사람들은 바다가 땅을 차지하면 더 높은 언덕으로 이주해가면서 생존을 유지했다.  물자가 고갈되고 통신이 두절되자 윙 섬사람들은 모든 생활 방식을 바꾸었다. 얼마 남지 않은 섬의 땅에서 농장을 하면서 자급자족하며 어렵게 두려움에 떨며 살고 있다. 점점 더 거세어지는 파도에 점차 살곳을 잃게 되는 상황에서 폐기된 사이버 세상에 접속하며 놀기를 좋아하던 소녀 '마라'는 우연히 사이버 세상에서 만난 '여우'에 의해 다른 세상 '공중도시'가 있음을 알게 된다. 마라는 용기를 내어 섬사람들에게 공중도시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태인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사람들을 설득하기 시작한다.

또한 생존이 위협당하는 극한 상황 속에서, 다양한 인간들이 각자의 입장과 처지 때문에 서로 다두게도 된다.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던 사람들은 '선택'을 해야만 했다. 섬사람들은 아이들보다는 나이가 많으신 분들을 남겨두고 떠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마라'는윙 섬의 불안한 상황을 섬사람들 모두 외면했을 때, 태인 할아버지가 경고해주고 새로운 세계 떠날 수 있도록 격려해준 태인 할아버지와 노인들을 두고 떠나는 것은 무책임감하다고 마라는 생각한다. 마라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결국, 태인 할아버지와 노인들을 윙 섬에 남겨두고 떠나기로 한다. 새로운 도시 '공중도시' 를 향해 길고 긴 항해를 시작한다. 그러나 그곳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장벽을 둘러친 공중 도시와 오염된 바다 위에서 죽어가는 수많은 난민들이었다. 그 비참함에 놀란 것도 잠시, 마라는 가족도 단짝 친구도 병든 바다에 빼앗기고 만다.


 



 

'마라’가 섬을 탈출하고 공중도시에서 도착한 이후 어떤 어른들보다도 더 ‘지도자’로서 특별할 수 있는 이유는 불안한 현실에만 매달려 신, 징조가 구원해줄 것이라고만 믿고 있던 사람들과 달리 실질적인 정보를 통해 새로운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고 스스로 개척하려는 점과 사이버 세상에서 만난 ‘여우’를 통해 공중도시의 존재를 알아내고 섬사람들을 이끌고, 공중도시에 도착했을 때는 새로운 미래를 위해 공중도시에 잠입하여 여우를 만나 직접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었으며 비록 실패할지라도 도전해보는 정신과 스스로 선택하고 그 결정에 책임감을 질 수 있는 자세를 지녔다.  윙 섬사람들과 트리네스터 일족, 바다 꼬마들(쥐 잡이)들을 데리고 새로운 미래를 위해 도전하게 되었을 때, 많은 희생을 치르게 되어 죄책감을 갖게 되었지만 마라는 그 죄책감을 책임감과 사명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장점을 지녔기 때문이었다.

 
'태양이 없는 땅'은 멀지 않은 미래를 그리고 있고 그래서 더욱 실감이 되고 지구와 함께 인간이 더불어 사는 세상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한다. 점점 덥고 길어지는 여름을 겪고 있는 상황은 지구 온난화의 가속도를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작가가 그린 암울한 지구의 미래는 곧 현실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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