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예술작품이었을 때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 지음, 김민정 옮김 / 밝은세상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이 소설은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의 소설로  다소 독특한 줄거리를 가지고 있는 소설이다. 괴짜 예술가에게 자신의 몸과 영혼을 팔아넘긴 대가로 세상이 주목하는 예술작품이 된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기발한 소재와 재치있는 유머로 '인간의 허위의식'을 풍자한 프랑스소설이다. 

주인공 '피렐리'는 스무살 젊은이 젊은이이다. 그렇지만 그는 '세상에서 제일 잘 생긴 형제'라고 불리며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쌍둥이 형들에 비해 자신은 너무나 못 생겼고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라는 생각으로 자살을 결심한다. 그러나 절벽에서 뛰어내려 죽으려 하지만 이 마저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의 발목을 붙드는이가 있었으니 그는  '우리시대 최고의 예술가'인 제우스 페테르 라마의 제안이었던 것이다.  스물네 시간만 시간을 달라는 그에게 속는 셈 치고 따라간 그 남자의 집에서 그는 놀라운 제안을 받는다.
"목숨을 맡기면 이 세상에서 가장 놀랍고 완벽한 예술작품으로 만들어주겠다. 그러니 당신 목숨을 내게 주겠냐? 만약 그렇게 해준다면 내가 당신에게 살아갈 이유를 만들어주지. 왜냐하면 당신은 지금 살아가야 할 이유를 잃었으니까.”


피렐리는 자살하는 대신 프랑스에서 가장 명망이 높은 예술가 제우스 페테르 라마와 기상천외한 계약을 맺게 된다.  죽은 것으로 위장한 후 외과의사의 도움으로 완벽한 인간 조각상으로 만들고 '아담 제2호'라는 제목을 붙인다. 그리고 곧 예술계에 커다란 파장을 불러일으킨 인간 조각상 '아담 제2호'는 예술 애호가들의 관심 속에 전 세계 곳곳을 누비며 전시된다. 주인공은 영혼과 육신을 예술가에게 판 대가로 유명세를 얻긴 했지만  마냥 기분 좋은 일이 계속될 리 없다.  자기 자신이 한 예술가에게 종속된 예술작품 신세가 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처지임에도, 생각하고 말할 수 있는 존재 즉 의식이 있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포기하지 못한다. 사랑하는 여인 피오나를 만나 삶과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된 피렐리는 지금껏 최고의 예술가로 알고 있던 제우스 페테르 라마가 오로지 돈과 명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파렴치한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러한 소설의 줄거리는  악마에 영혼을 판 ‘파우스트’와도 닮아있다. 

나는 한니발과 그의 딸 피오나를 등 뒤에서 바라보며 오후 한나절을 보냈다. 화가가 손을 움직일 때마다 이미 화폭에 그려진 것들이 망쳐지지나 않을까 조바심을 내면서. 또 그가 손동작을 멈출 때마다 이미 그려진 것들을 보고 감탄하면서. 나는 뭔가 근본적이고 중대한 것을 배워가는 중이었다. 하지만 그게 뭘까? 딱히 짚이는 건 없었다.

내가 뭘 배우는 중일까? 그림 그리는 법? 아니, 난 화가가 되고 싶지 않은걸. 카를로스 한니발이라는 화가의 작업 방식?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나는 그런 화가가 세상에 존재하는지조차도 몰랐어. 미술비평가가 되고픈 마음도 없고. 아니면 그저 관찰력을 키우는 중일까? 하지만 그가 눈에 보이는 것을 그리는 것도 아닌데? 그는 공기를 그리고 있었다. (p. 142) 

 이 소설의 주제는 외모 지상주의, 물질 만능주의를 추구하는 사회를 통렬히 비판하고 있는 소설이다.  작가는 다수의 희곡과 철학에세이를 발표한 극작가, 철학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1994년 '이기주의자들의 종파'라는 소설로  데뷔한 소설가이다. 그래서인지 인간이 자유를 박탈당하는 것이 얼마나 불행한 일인지 인간의 자유의지가 얼마나 소중한것인가에 대하여 쓰고 있는 작가의 작품을 통해  철학자로서의 진지한 사유를 느낄 수가 있었던 작품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