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위로받고 싶다 - 율도국 테마시집 1, 위로와 격려
김율도 지음 / 율도국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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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에게 간다는 것은...김율도

 

내가 숲에 간다는 것은
언제 튀어나올지 모를 야생동물을 다 감당한다는 것이다

 내가 너에게 간다는 것은
언제 화낼지 모르는 너를 감당한다는 것이다

 

내가 숲에 간다는 것은
숲의 벌레와 해충이라 여기는 것을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내가 너에게 간다는 것은 너의 허물과 단점을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해충이라 여기는 벌레도
내 몸에 오래 살다보면 어느 순간에는 이로운 것이 될 수도 있다

너의 치명적인 결점도
나에게 오면 나에게 필요한 것이 될 수도 있다

 

내가 바다에 간다는 것은

빠질지 모르는 위험을 알지만 물과 내가 하나 되어
내가 물 속 깊이 가라앉아 내가 영원히 물이 되어도 좋다는 것이다

김율도 Kim uldo(1965~  , 한국의 시인)


 

처음 이 책을 접하고는 인터넷시대에 이런 시모음집이 출간된것에 많이 의아해 했다. 학창시절 누구나 한권쯤은 간직하고 있음직한 '세계의 명시'나 '한국의 애송시'와 같은 시집들이 생각난다. 나도 시를 처음으로 접했던 계기가 이 시모음집을 통해서였다. 지금이야 인터넷에 세상의 모든 시들이 가득해서 찾아볼 수 있지만 당시만 해도 이런류의 시집말고는 세계의 명시를 접해보기가 쉽지않았던 시절이었으니 말이다. 이런류의 시집에는 아름다운 삽화가 꼭 들어 있었다. 시의 여백마다 조그맣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앙증맞은 삽화들 말이다. 이 책 '가끔은 위로 받고 싶다'는  중에는 김율도시인의 자작시가 다수 포함되어있어서 그나마 안도감이 들었으나 작자미상에다가 타고르나 샤롯 브론테 같은 작가들의 시들이 실려있는것을 보고는 60~70년대도 아닌데 지금같은 불황의 시기에 이런 시모음집이 팔릴까하는 의구심이 들었던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이러한 의문들은 작가의 서문을 읽어보고서야 어느정도 풀렸다.  이 책은  테마시집으로 기획된 시모음집으로 형식과 미학보다는 메시지 위주로 엄선한 시들로 '위로와 격려' 주제로 한 권의 시집을 엮어 출간했다. 서문의 저자의 말대로 세상에는 참으로 수많은 시 모음집이 있다. 저자는 이 책의 발간의미를 치유하는 시라는 의미의 '힐링포엠 '(Healing Poem)이다. '힐링 포엠'은 21세기에 들어와 서양의 여러 명상 센터에서 마음을 치유하기 위한 한 방법으로 ‘시’라는 도구를 사용하면서 새롭게 등장한 장르. 시를 쓰고 읽는 행위가 닫힌 마음을 열고 상처를 치유하는 데 훌륭한 촉매제가 될 수 있음을 인식한 심리 치료사들이 소규모 그룹들을 만들어 이른바 포에지 테라피(詩 療法)를 시도한 데서 출발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시인이자 소설가 '스티븐 도빈스'는 힐링 포엠에 대해  “나는 시가 감성적, 지성적, 물리적 구조로 되어 있어 읽는 이의 마음에 가닿고, 읽는 이로 하여금 다시 경험하게 만든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시인 류시화의 대표적 편서로 밀리언셀러인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은 잠언시라는 레테르가 붙어있는데 이 시집 역시 ‘치유시’(Healing Poem)라는 쟝르로 분류되고 있다.  편자가 '치유와 깨달음'이라는 주제로 낸 대표적인 '힐링포엠'시집이다. '테라피(therapy, 치료 요법)’란 말은 그리스 어에서 온 것으로 본래 춤과 노래, 시와 연극을 통한 치유, 즉 표현 예술을 의미한다. 좋은 시는 치유의 힘, 재생의 역할을 하며 읽는 이의 영혼의 심층부에 가닿는다는 것이다.

 

이 시집은 용서와 위로- -사랑과 치유- -용기와 의지- -희망과 변화- 4개의 테마로 분류되어 각 테마에 어울리는 시들을 뽑아 엮었다. 이해하기 까다롭다고 생각되는 시에는 편자가 간단한 해설을 붙여 독자들이 시를 쉽게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생떽쥐베리, 뚜르게네프, 데일 카네기 등과 같이 우리들에게 이미 잘 알려진 사람들의 시와 함께 작자미상이지만 읽는이에게 감동을 주는  좋은 시들이 다수 수록되어 있다. 아픈 영혼을 위로해주는감동적인  시들은 소중한 지혜와 치유의 길이 들어 있어  어지럽던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침대맡에 두고 잠들기 전에 한편씩 차분하게 읽어본다면 분명  이 시집의 목표인 치유의 효과는 분명히 느낄 수 있을것 같은 시집이다.  깨달음을 갈망하는 이들의 마음을 넓혀줄 진솔한 이 책은 복잡한 세상을 살면서 상처받은 사람들과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는 사람들에게 유익하고 진중한 선물이 될 것이다.

 

가끔은 위로받고 싶다  / 김율도

살아있다는 것이 너무 힘들때
그 누구에게라도
가끔은 위로받고 싶다

마음은 동전같아
미워하는 마음 뒷면에
사랑하고싶은 마음이 있어, 라고

가만 눈을 감으면
따뜻한 네 깊은 속 마음이 보이지
눈물에 가려 보이지 않을 땐
큰 울음을 터뜨려 울고나면 보이지
햇살인 듯 너를 감싸주는
네 속의 목소리
잊지 마, 너의 본성은 자연에 순응하고
기상이변에 강하다는 것을

이렇게 가끔은 위로 받고 싶다
요쿠르트 하나만으로도 따뜻함과
소중한 진심을 전달할 수 있어,라고

 

시집 '가끔은 위로받고 싶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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