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동안의 과부 1
존 어빙 지음, 임재서 옮김 / 사피엔스21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책을 읽기전 책의 제목과 표지의  글인  짧은 사랑, 오랜 기다림, 아름다운 해후! 만 보고 생각했다. 어떤 내용의 책일까? 남편이 1년동안 해외출장이라도 갔을까? 그리고 여자의 외도..혼자 피식웃음이 난다. 너무 세속적인 사고방식에 길들여져 있는  나를 발견한 순간이다.


주인공 테드 콜은 작가다. 그는 소설가로 작가 생활을 시작하였으나 성공을 거둔 것은 소설에서가 아니라 동화에서였다. 스쿼시를 무척 즐기며 명문 사립 고등학교인 엑시터 출신인 그는, 결혼 이후에도 수많은 여성과 바람을 피운 경력이 많은 바람둥이 기질이 다분한 남자다. 그와 그의 아내 매리언 사이에는 루스라는 네 살배기 딸이 하나 있다. 그러나 루스 말고도 그들에게는 교통사고로 사망한 두 아들이 있었으니, 두 아이를 잃은 매리언과 테드 콜  역시 그 사실을 쉽사리 극복하지 못하는데  그들의 죽음은 테드와 매리언의 결혼 생활에 드리워진 깊은 그늘이었다.  특히 그 상처는 매리언에게 치명적이었다. 사고이후 집안의 모든 벽에는 두 아이의 사진들이 가득하다. 그러나 누구도 다른 누군가의 대신이 될 수 없었다. 반면 테드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딸 루스를 사랑하지만 매리언은 견디지 못한다. 다시 태어난 아이는 딸이라 죽은 두 아들들을대신하지도 못했고 한 번 더 아이를 사랑하는 것을 허락하고 다시 그 아이를 잃는 일이 생긴다면 결코 견딜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엄마로써의 역할을 다하되 그녀의 아이에 대한 태도는 냉담한 것이었다.  그러나 두 아들을 잃은 슬픔에 허덕이는 아내를 보면서도 하루가 멀다 하고 외도 상대를 바꾸는 테드의 변함 없는 바람기 많은 생활은 계속된다.  1958년 여름 어느 날, 테드와 매리언의 집에 에디 오헤어라는 16살 소년이 찾아온다. 에디는 엑시터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데 테드의 조수로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온 것이다. 에디는 자신보다 23살이 더 많은 매리언과 사랑에 빠진다. 열여섯 살 소년과 서른아홉 살의 여자의 관계인 에디와 메리언의 사랑은 결코 자연스러운 모습이 아닌것이다. 매리언은 그 관계 속에서 죽은 아들을 보지만 에디는 맹목적으로 매리언에게 빠져든다. 소년은 정말 사랑에 빠지고 만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랑은 에디 오헤어의 평생을 좌우하는 것이 되고 만다.  그해 여름이 끝나갈 무렵, 매리언은 테드와 루스를 버리고 집을 떠나고, 에디는 매리언에 대한 사랑을 간직한 채 학교로 돌아간다. 자신보다 스물세 살이나 많은 여자와 여름 동안의 한철 사랑에 빠진 후 그 사랑의 기억만을 간직한 채 수십 년을 살아가는 에디 오헤어가 콜 집안에 들어오면서 시작된 이야기는 당시 네 살이었던 루스가 사십대로 접어든 이후에야 끝이 난다.

 

어린 시절 어머니로부터 버림받은 상처를 마음 깊이 간직한 채 살아가는 오랜 기다림 끝에야 이루어지는 루스와 메리언의 감동적인 해후는 용감한 루스조차도 자신이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이후까지도 자신을 사랑하지 못한 어머니를 잊지도 용서하지도 못한다. 상처가 너무나 커서 결코 용감할 수 없었던 사람들은 서로를 애증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그 끈은 쉽사리 끊어지지 않는 것이라 돌고 돌아서 서로는 다시 마주하게 된다. 아무리 자식 잃은 슬픔이 깊다지만 네 살배기 딸과 남편을 버리고 훌쩍 떠나는 매리언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지만 서로에게 아픈 상처를 주지만 동시에 서로에게 간절한 그리움의 대상이 되는 가족의 이야기이다. 우리 시대 최고의 스토리텔러라는 찬사를 얻게 한 작품이자 그의 소설 중 가장 많이 팔린 작품으로, <마룻바닥의 문The door in the floor>(2004)이란 제목으로 영화화 되었다고 한다. 날카로운 심리해석과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묘하게 공존하는 작품으로 얽히고설킨 사랑의 이야기이다.  상처받은 인간 군상들의 모습이 비참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 소설의 장점이다. 현대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존 어빙의 장편소설답게 긴 장편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아기자기하고 촘촘한 플롯으로 진행되는 점에서 출간 당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면서 ‘올해의 우수 도서’에도 선정되었던 이유를 알것 같다.  읽으면서도 리듬이 끊기지 않았던 몇안되는 장편소설중의 하나로 기억될것 같다. 이미 만들어진 영화가 있다니 꼭  찾아 영화로도 한번 보고 싶다는 바램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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