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소외감

도피행
시노다 세츠코 지음, 김성은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8년 10월

살인을 한 애견과 함께 여자 혼자의 몸으로 도피행을 선택한  나이 오십먹은 여자의 이야기라는 다소 특이한  소재의 소설이다. 가족의 의미와 소중함에 대해 생각하게된 소설이다. 피로 이어진 혈연이라고 해도 남보다 못할때가 분명 있을 수 있고 가족들 사이에서 자신의 자리가 없다고 느껴질때의 자신의 존재감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것이다. 이 책은 평범한 중년주부의 내면에 쌓여있는 분노와 소외감을 아주 잘 표현하고 있는것 같다.  중년의 고개에서  느끼는 인생의 허무함에 대하여 지금까지 자기의 삶을 되돌아 볼때 이루어 놓은것들이 없다는 공허감과 함께 느끼게 되는 것이다. 타에코가 그랬듯 아직까지 우리나라 여자들이  결혼을 하고난 후로 자기 이름을 잃어 버리고 산다. 누구엄마, 누구아내로 불리며 가족들을 위해 묵묵히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남편의 아내이자 아이들의 엄마라는 현실적인 그녀의 위치보다 타에코에겐 가장 의미 부여가 되는 포포라는 오래된 친구같은 애견이 있다. 

 

사회 생활을 시작하면서 그녀의 두 딸들은 엄마가 겪는 갱년기 장애를 엄마가 단지 집안 일만 하는 부억때기이기 때문이라고 치부해 버린다. 그녀의 말에 귀기울여 주지 않고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남편과 자식들과 달리 그녀의 유일한 벗 포포는 그녀에게 절대로 없어서는 안 될 존재 이상의 가치를 의미한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 중요한 플롯이  되고 있는 애견 포포가 사람을 헤치는 우발적 사건과 함께  타에코가 도피행을 결심하고 실행에 옮기면서 그녀에게 참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세상은 지금까지 집이라는 울타리내에서 그녀를 보호해 주었지만  그녀가 울타리를 벗어나맞게되는  험한 세상 밖의 일들은 견디며  <도피행>은 그녀 자신에게서 달아나는 도피가 아닌, 그녀 자신을 되찾아가는 여정이었음을 느끼게 해준다.  만약에라도 가출 했다 되돌아온 문앞에서 만약에라도 가족들의 웃음소리라도 들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가정을 해본다.  소외감이란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심정일것이다. 
 

매우 모순적인 현실 속에서 이제 우리는 가족에 대해 좀 더 열린 시각으로 그 새로운 의미와 역할을 재구성해 볼 필요가 있겠다. 가족의 소중함을 많이 느끼게 해준 소설로 기억될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