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꿈 - 오정희 우화소설
오정희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196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서 ‘완구점 여인’으로 당선, 40년간 글을 쓴 소설가 오정희씨의 데뷔 이후 여러 사보와 대중매체에 발표한 작품 모음집이다. 일상에 녹아 있는 인생사의 희로애락, 고통과 번민의 감정을 담은 스물다섯 편의 짧은 소설들을 담고 있는데 각편장 서너장 분량의 짧은 이야기이지만  시간의 흐름이라는 자연스러운 세상의 질서안에 내재하고 있는 삶의 기쁨과 슬픔, 행복과 불행과 같은 철학을 일상의 소소한 느낌을 담고 있다.

 

작가의 전작들은 여성적인 글쓰기로써 , 가부장제 속에서 살아가는 여성의 삶을 주로 그려냈었다. 데뷰작인  [완구점 여인]에서부터 소녀기로부터 중년기에 이르는 여성 주인공들의 내면을 세대의 흐름으로 구성으로 한국 여인들이 지니는 보편적인 한과 절망, 삶과 죽음, 방황과 질서를 일관되게 정리하고 있는 작품인 [유년의 뜰(1980)]이나 [어둠의 집], [別辭]속 여성들을 통해  여성의 자아를 확립해 나가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소설속 이야기들은  우리의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소재의  우리의 이야기다.  소소한 일상에 한 발 다가가 있다는 점에서 이 이야기들은 아주 특별하다. 지지고 볶고 사는 모습들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잔잔한 이야기들이 나 작가가 차분히 세월을 되돌아보고 일상의 의미들을 풀어나가고 있는 작가가 인생을 관조하는 문장들에서 세월의 무게만큼 묵직해져 감을 느낄 수 있었다.  

 

작가의 작품 속 주인공들은 대부분 중년 여성이다.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기도, 포기하기도 힘든 내면적 혼돈 속에서 여성적 자아들은 끊임없이 자기 안으로 파고든다. 작품의 주인공은 대부분 중년 여성들이다. 육체가 조금씩 낡아가고 진부해져만 가는 시간 속에서 이들은 혼돈에 빠져든다.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기도, 그렇다고 포기하기도 힘든 딜레마에 봉착한다. 현실과 존재의 간극을 메우지 못한 채 표류하는 모습들이다. ' 506호 여자'에서 옛 애인을 잊지 못한 여자의 집착에서 느끼게 되는 어찌보면 지난시간에 대한 그리움과 현실의 괴리감은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과 함께 상징적이면서도 추상적인 일상의 단면들을 형상화하고 있다.

 

중년기에 접어 든 여성은, 어느 때보다도 죽음이라는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이것은 체력의 쇠퇴와 자신의 여생이 단축되어 간다는 초조와 불안감, 일에 대한 능력의 한계, 늙어가는 인생의 허무함,  죽음에 대한 부정적인 심리적 변화를 위주로 여성적인 글쓰기로써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표제작 ‘돼지꿈’은 어느 여인이 10년 전 기차 안에서 겪은 이야기다. 앳되보이는 아기엄마를 만나 갑작스럽게 아이를 맡게 된다는 이야기를 통해 젊은 여자가 버리고 간 아이를 품 안에 거두며 '문득 가슴을 치받고 달려들던 지난밤 꿈속의 돼지를 떠올렸다는 주인공을 통해 운명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몹쓸 사랑의 노래, 마흔에 다시쓰는 일기, 이 웬수 같은 나의가족, 세상이라는 놀이터에서라는 제목을 달고 1980년대 중반부터 대략 10년여에 걸쳐 발표된 이 작품들은 작가의 시간적인 궤적을 느낄 수 있었다. 시간적인 테두리에서 쓴 글들을 모은듯한 이 작품집에서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작가의 삶과 집필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알면 더욱 시대상황을 통한 작품의 등장인물들에 대한 이해가 용이했을것이라는 측면에서 독자들에게 시대적인 느낌을 명확하게 해주기위해서라도 발표연대를 표시했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느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